코로나19 사태로 게임의 ‘순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봉쇄령이 내려진 여러 국가에서 게임은 가족·친구간 소통과 격리 스트레스 완화를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가 됐다.
2019년 5월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정식 질병으로 분류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와 비교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셈이다. 더 나아가 2020년 3월에는 WHO가 직접 자가격리의 고충을 경감시킬 방안으로 게임을 권장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가 ‘게임은 정서적 웰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게임의 긍정적 효과에 다시 한 번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연구는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 소속 니클라스 요하네스(Niklas Johannes) 행동과학 박사, 매티 뷰오레(Matti Vuorre) 박사후과정 연구원, 앤드류 P. 셔빌스키(Andrew K. Przybylski) 교수가 함께 진행했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는 2019년 10월 ‘게임 이용을 의학적 장애로 볼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던 기관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식물 vs. 좀비: 네이버빌의 대난투>와 <모여봐요! 동물의 숲> 플레이어 3,27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온라인 설문을 통해 ▲자신의 ‘정신적 웰빙’ 수준 ▲게임플레이 의욕이 고취됐던 사례 ▲게임플레이 시간 등을 파악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 뒤 ‘게임 경험 및 욕구 만족도 척도’(PENS·Player Experience and Need Satisfaction Scale) 분석모델을 이용, 각자의 게임플레이 경험과 만족도를 측정했다. 마지막으로 게임사로부터 참가자들의 게임플레이 데이터를 제공받았다.
연구진은 이들 정보를 종합해 참가자들이 자가진단한 ‘정신적 웰빙’의 수준이 게임플레이 시간 및 게임 내용과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게임플레이에서 즐거움을 많이 느낀 참가자일수록 정신적 웰빙 수준이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특히, 게임을 하며 자존감을 고양시키거나 다른 이와 소통하는 경험이 웰빙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의 총량보다는 구체적 플레이 경험 내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논문 주요저자 셔빌스키 교수는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게임이 개인 건강에 항상 부정적이지는 않으며 오히려 플레이어의 정신건강과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임을 규제하면 플레이어들이 얻을 수 있는 (정신적) 혜택을 차단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교수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차별성은 자가설문에 주로 의존해 참가자의 게임플레이 시간을 파악했던 기존 연구방식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에 있다.
이는 실제 게임플레이 시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플레이타임과 웰빙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을 왜곡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셔빌스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했다.
“게임과 웰빙의 관계를 분석한 기존 연구 대부분은 플레이어 스스로 파악한 게임플레이 시간을 데이터로 삼았다. 학부모와 정책입안자들은 이렇듯 객관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연구에 기초한 자문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