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개발,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한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은 출시 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3월 시작된 사전 예약에 400만 명이 몰리는가 하면 출시 전부터 모바일 마켓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니까요. 출시 전 천명한 심리스 오픈 월드와 북유럽 신화가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6월 29일, 마침내 <오딘> 정식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직접 느껴본 게임은 기자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남겼습니다. 출시 전 간담회를 통해 '진일보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 천명했던 <오딘>의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요?
MMORPG인 만큼, 짧은 플레이 타임으로 모든 걸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최소한 게임의 첫인상에 대한 생각까지는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 20시간에 걸친 '세인트' 클래스 플레이에서 만난 <오딘> 초반부 콘텐츠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전해드립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최근 출시된 모바일 RPG들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띱니다.
어느덧 기본 옵션이 된 자동 사냥을 기반으로 게임 전반에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를 흩뿌려둔 뒤 지역별 보스를 배치하는 건 더이상 낯선 구조가 아닙니다. 사실 MMORPG에서 퀘스트 기반의 스토리 전개와 레벨업을 하는 초반 플레이 구성은 모바일이나 PC나 크게 다를바 없습니다.
<오딘> 역시 큰 틀에서 보면 이러한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게임입니다. 오히려 철저히 모바일 RPG의 '대세'를 따른 느낌도 강하죠.
그렇다면 <오딘>은 무엇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을까요?
가장 먼저, 미려한 그래픽입니다. 언리얼 엔진4를 기반으로 제작된 <오딘>은 말 그대로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합니다. 몬스터, 캐릭터들의 피부나 장비의 질감은 물론, 공격한 방향에 맞게 퍼지는 피는 게임에 생동감을 불어넣죠.
이러한 요소는 출시 전부터 언급된 북유럽 신화 세계관과 맞물려 시너지를 냅니다. '신'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상상의 존재로, 누구도 실제 모습을 알지 못합니다. 어설프게 구현했다간 어색함만 남을 수도 있기에 리스크도 적지 않죠.
게다가 북유럽 신들은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통해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장발의 토르, 장난기 가득한 로키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외에도 북유럽 신들은 <갓오브워> 등 다른 게임에도 등장한 바 있는 만큼, 최소한의 이미지는 갖고 있습니다.
반면, <오딘>에 등장하는 신은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형태로 구현됐습니다. 토르는 짧은 머리로, 로키는 영화와 다른 분위기로 등장하죠. 그럼에도 이들에게서 이질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게임의 그래픽이나 연출은 뛰어난 편입니다. 비주얼 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세계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딘>에는 미드가르드, 요툰하임, 니다벨니르, 알브하임 등 네 개의 월드가 존재하는데요, 제각기 다른 분위기를 띱니다.
게임 도입부에 만나는 미드가르드는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맵 가운데에 북유럽 신화를 상징하는 '위그드라실'을 배치해 세계관에 색깔을 더합니다. 반면, 두 번째 월드 요툰하임은 미드가르드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탁 트인 공간을 뛰노는 미드가르드와 달리, 요툰하임은 대리석 광산을 모험하는 듯한 느낌으로 구현됐습니다.
특히 거인족 NPC들은 '북유럽 신화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걸 실감케 했죠. 덕분에 <오딘>의 필드를 돌아다니는 재미는 꽤나 쏠쏠했습니다.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 상당수가 '눈이 즐겁다'라는 긍정적 평가를 쏟아내곤 했으니까요.
<오딘>의 초반 콘텐츠는 모바일 RPG의 기본에 충실한 느낌입니다. 일반 몬스터를 사냥하고 지역 보스와 월드 보스를 만나며 PVP 콘텐츠와 던전을 소화한 뒤 아이템을 파밍하고 성장하는 구조죠. 유저들에게 주어지는 퀘스트도 비교적 단조롭습니다. '특정 몬스터를 잡아달라'거나 '재료를 구해달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초적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오딘>의 전투는 어땠을까요?
일반 몬스터와의 전투는 평범하지만, 보스 몬스터의 경우 범위 공격 등 패턴을 지니고 있기에 어느 정도 수동 조작이 요구됩니다. 한 가지 독특한 건 <오딘>에 별도의 '회피' 기능이 없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유저들은 범위 공격을 시전하는 보스 몬스터를 만날 경우, 점프와 무빙으로 전투를 풀어가야 하죠.
그렇다고 해서 전투에 손맛이 없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오딘>의 캐릭터들은 꽤 빠른 이동 속도를 자랑합니다. 반면, 보스 몬스터의 범위 공격 시전 시간은 상대적으로 긴 편입니다. 따라서 공격 모션이 겹치지만 않으면 설령 회피가 없더라도 상대 패턴을 피해가며 전투를 풀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절대 피할 수 없는 타겟팅 공격도 존재하는 만큼, 적당한 선택과 집중도 반드시 요구됩니다.
많은 유저에게 좌절감을 안긴 '파르바'를 예로 들어봅시다. 파르바를 상대할 경우, 부채꼴 범위 공격을 피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때 단순히 좌우로 움직이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다 적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어 사각지대를 확보해야 원활하게 파르바를 잡을 수 있습니다. 반면, 회전 공격은 사실상 회피가 불가능하기에 맞으면서 대미지를 넣어야 하죠. 회피가 없다고 해서 손맛을 느낄 수 없는 전투는 결코 아닌 셈입니다.
'강해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해봅시다. <오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바타인데요, 타 게임에서 봐왔던 '변신' 시스템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이를테면 세인트로 플레이하던 중 아바타 뽑기로 '희귀' 세인트를 얻어 공격 속도, 스킬 쿨타임 감소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도 있고, 같은 프리스트 계열의 팔라딘을 뽑아 전혀 다른 전투를 펼치는 것도 가능한 거죠. 탈 것 역시 쿨타임 감소 등 버프를 제공하기에 '전투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요소로 꼽힙니다.
이 게임에서 아바타가 중요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마나'와 연결되어있습니다. <오딘>에는 기본적으로 마나 물약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기본 마나량 대비 스킬 사용 시 필요한 마나 값도 제법 큰 편입니다. 두세 개 이상의 스킬을 활용해 전투를 펼칠 경우 마나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게임을 하다 보면 '기본 공격'만으로 전투를 펼쳐야 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평타 온라인'이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월드 채팅을 덮을 정도로 마나 고갈은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아바타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오딘>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바타 대부분은 '기본 공격 속도 증가' 옵션을 갖고 있습니다. 부족한 마나로 인해 평타 전투를 펼쳐야 하는 유저들에겐 중요한 버프죠. 그만큼, 좋은 아바타의 강력함에 대한 체감과 갈증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희귀 아바타만 장착하더라도 필드 전투가 한결 수월해질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필드 사냥과 달리 파티 플레이에서 캐릭터의 강력함을 체감하기 쉽지 않았다는 점은 못내 아쉽습니다. 기자는 전투력 10,000까지 세인트를 육성한 뒤 요르문간드 던전에 진입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대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힐 스킬을 강화했음에도 회복량이 크게 체감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단체 PVP에 해당하는 '발할라 대전'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수십 명의 유저가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데스매치를 펼치는 만큼 지원가로써 활약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큰 임팩트는 없었죠. 경기가 끝난 뒤 제시되는 지표를 본 뒤에야 '내가 1인분을 했구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은 미미했습니다. 보조 성향이 짙어 팀플레이만 보고 달려야 하는 프리스트 유저들에겐 너무나도 아쉬운 요소입니다.
물론, 지금의 <오딘>은 런칭된 지 사흘밖에 안된 게임입니다.
따라서 향후 얼마든지 다양한 신규 파티 콘텐츠를 추가해 이러한 아쉬움을 덜어낼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이를테면 프리스트 계열의 회복량을 늘리거나, 지속 대미지를 넣는 적을 던전에 배치해 힐러의 중요도를 높이는 형태도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또한, 고레벨에서 습득할 '부활' 스킬은 보조 클래스의 입지를 한층 강화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후반부 콘텐츠의 색깔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인 셈입니다.
사실 게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요소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기어오르기'인데요, 유저들은 <오딘>을 통해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지형을 자유롭게 기어오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 역시 메인 퀘스트에서의 존재감은 조금 약한 편입니다. 자동으로 진행 가능한 경우가 존재했던 만큼, '모험'과 '탐색'의 재미를 느끼긴 어려웠기 때문이죠.
오히려 기어오르기의 매력은 게임의 부가 콘텐츠에 해당하는 보물상자 찾기에서 진가를 드러냅니다. <오딘>은 상상하지도 못한 지형에 보물상자를 숨겨둠으로써 기어오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유도합니다.
통상적인 게임의 보물상자는 이름과 달리 큰 메리트가 없을 때가 많죠. 힘겹게 찾는다 한들, 그 속에 든 건 약간의 골드와 물약이 전부일 때가 많습니다. 반면, <오딘>은 보물상자에 꽤 굵직한 요소를 배치했습니다.
전투력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아바타'와 '탈 것' 소환권을 넣어뒀기 때문이죠. 덕분에 유저들은 게임 중 쉼 없이 기어오르기를 체험하고, 다양한 지형 위에 올라가는 행위를 '직접' 수행하게 됩니다. 보물상자를 통해 모험과 탐험을 자연스럽게 유도한 겁니다.
향후 이를 활용한 별도의 콘텐츠가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 깊은 요소였습니다. 참고로 <오딘>에는 스테미너 개념이 없습니다. 즉, 기어오르다가 스테미너 고갈로 추락사할 여지가 없을뿐더러 못 오를 곳도 없다는 뜻이죠.
<오딘>은 분명 잘 만든 게임에 해당합니다. 출시 전부터 강조한 심리스 오픈 월드는 '로딩 없는' 게임을 구현했고, 높은 수준의 비주얼로 게임을 가득 채웠음에도 진행을 방해할 정도의 심각한 프레임 드롭을 느끼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만, 게임 초반부 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부족했다는 건 못내 아쉽습니다. 북유럽 신화라는 좋은 재료와 멋진 비주얼을 갖췄음에도 지나치게 모바일 RPG의 기본에 충실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플레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으니까요.
실제로,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 모 유저는 "<오딘>의 그래픽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다만, 이를 활용한 콘텐츠가 없어 아쉽다"라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오딘>은 비주얼 측면에서는 모바일 RPG의 '혁신'에 가까울 정도의 임팩트를 남겼지만, 초반 인게임 콘텐츠 부분에서는 '유지'를 택한 듯했습니다. 일정 부분에서는 도전을 시도하되, 안정성도 함께 추구한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초반 콘텐츠가 다소 단조로운 탓에, 그래픽이나 연출 등 애써 준비한 좋은 요소들까지 함께 비판받는 듯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죠. 모바일이라는 플랫폼 특성상 타협한 부분이 있음을 감안하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레벨업과 스토리 중심의 초반부 이후 등장할 <오딘>의 후반 콘텐츠는 어떤 요소로 채워져 있을까요? 부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와 카카오게임즈의 '도전'이 적당한 혁신에서 멈추지 않기를, 조금 더 다양한 요소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