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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라이엇에 코지마까지…Xbox 쇼케이스, ‘대세감’의 공고화

어쩌면 신작 발표 만큼이나 중요했던 사실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6-13 18:31:03

우리 시간으로 6월 13일 새벽 2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관하는 Xbox & 베데스다 쇼케이스가 전 세계에 공개됐다. 제니맥스에 이어 액티비전 블리자드까지 흡수하며 게임 영역에서 세를 크게 불리고 있는 MS인 만큼 게이머와 업계인의 주목도는 높았다.

 

특히 국내에 비해 Xbox의 행보에 더 관심이 많은 해외 유저 및 언론들은 ‘소문난 잔치’의 진짜 상차림이 어떠할지를 두고 행사 수 주일 전부터 각종 추측, ‘유출’ 자료에 근거한 루머, 조롱과 기대 등을 쏟아냈던 바 있다.

 

그러면 Xbox 쇼케이스는 이런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의 행사였을까? '게임 발표'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Xbox가 시장에서 조성하려 노력 중인 '분위기'를 생각할 때, 진짜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었을 지도 모른다.

 

 

 

# 생각보다 빈약했던 ‘본진’ 콘텐츠

 

유수의 개발사를 거느린 거대 게임기업이 된 MS지만,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기에는 다소 미진했다는 것이 대중의 평가다. 우선 시청자를 놀래게 할 만한 ‘충격적 발표’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MS 진영 게임은 기존에 이미 그 존재가 발표됐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플레이그 테일 레퀴엠>의 경우 이전의 여러 행사에서 게임플레이 메카닉과 스토리가 모두 조금씩 드러났던 바 있다. 강화한 액션 및 잠입/암살 콘텐츠 등 전편과의 차별성도 이미 잘 설명되어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2분가량의 플레이 영상은 비록 그래픽이나 쥐 떼 애니메이션 등에서 인상적이지만 아주 새롭지는 않다.

 

<플레이그 테일: 레퀴엠>

 

같은 맥락에서 새롭게 MS에 합류한 블리자드의 대작 <오버워치 2>와 <디아블로 4>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기존 공개 작품이며, 새롭게 ‘소개’된 콘텐츠들도 기존 정보의 연장선에 있어 ‘와우 팩터’는 없었다는 평가다.

 

<오버워치 2>의 경우 출시일 공개라는 강수를 두었지만, 그간 지속된 발매 연기의 피로감 때문인지 팬덤 반응은 미지근하다. <디아블로 4> 역시 다소 미온적 반응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출시한 <디아블로 이모탈>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는 현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체면치레를 도운 것은 베데스다의 차기작 <스타필드>다. 기존 게임 <노 맨즈 스카이>와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엔진 교체를 통해 일취월장한 그래픽/애니메이션 퀄리티, 방대한 스케일, ‘본격 RPG’ 시스템에 대한 기대 등이 중첩돼 긍정 반응도 많다.

 

<스타필드>

 

 

# 진짜 주목할 지점은?…Xbox​가 굳혀 나가는 ‘대세감’

 

MS는 게임패스 사업에 있어 구독자 수, 라이브러리 규모, 가격 경쟁력 등 여러 지표를 강화해 ‘일인자’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 중이다. 특히 제니맥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연이은 인수는 시장 내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MS의 공격적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현지에서는 ‘반경쟁 행위’ 의혹이 대두하기까지 했다. 규제 당국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당일 반경쟁적 기업인수합병(M&A) 예방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예고했고, 인수의 최종 성사 여부도 미정 상태다.

 

이런 맥락을 고려할 때, 이번 쇼케이스에서 주목해야 할 현상은 따로 있다. 여러 해 동안 PS 게임을 만든 스타 개발자 코지마 히데오, 그리고 명실상부 ‘세계 최대 게임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Xbox와 협업을 발표한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사건’은 Xbox가 도박처럼 나선 ‘대세감 굳히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방증이자, 동시에 이러한 시도를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지마 히데오의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 그가 고국의 기업 소니와 월등히 많은 접점을 만들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대부분 PS 독점작이다. ‘코지마 프로덕션’ 설립 직후엔 소니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전력도 있다. 가장 최근 작품 <데스 스트랜딩> 역시 PS 독점으로 먼저 출시했다.

 

따라서 코지마와 Xbox의 협력 발표는 단순한 ‘스타 개발자 합류’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유명 개발자들의 경우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단 한 장의 게임 화면도 없이 “앞으로 게임을 만들겠다”는 발표만으로 쇼케이스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이유를 가늠해볼 만하다.

 

게임 장면 하나 없이 발표에 참여한 코지마 히데오

 

더 나아가 코지마가 직접적으로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해줄 수단으로서 Xbox의 최대 자랑거리 중 하나인 클라우드 기술을 언급했다는 사실 또한, MS의 의중을 드러내는 단서다. 코지마는 “그동안 정말 만들고 싶었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있었다. MS의 최첨단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이 콘셉트를 실현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라이엇 게임즈 간판 타이틀 5종의 게임패스 합류 또한 그 '상징성’ 측면에서 MS에 있어 실질적인 수익성, 구독자 리텐션 효과와는 별개의 호재로 작용할 듯하다.

 

우선 라이엇 게임즈는 B2B 시장에서의 모객에 있어 그 어떤 F2P 게임보다도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되어줄 수 있다. MS가 얘기하는 게임패스 입점의 최대 장점은 고객 확보 및 인게임 디지털 상품의 판매량 증대다. 디지털 과금 BM 의존도가 높은 거대 게임사 라이엇의 동참은 MS의 이러한 가치제안이 지닌 매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는 B2C 차원에서도 ‘일인자’ 이미지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엇은 오랜 세월 외부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라이엇의 유일한 파트너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은 서비스 전반에 대한 긍정 인식 확산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