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툴 유니티 엔진의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이하 유니티) CEO가 게임 개발 중 수익 창출을 고려하지 않는 개발자를 두고 '욕 나오는 멍청이'(원문은 Fu**ing Idiot으로 비속어는 자체 의역함)라고 지칭했다. 이 발언은 주말 내 언급되며 도마 위에 올랐고, 논란이 커지자 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다.
유니티의 CEO 존 리치텔로(John Riccitiello)는 해외 게임지 포켓게이머(POCKET GAMER)와의 인터뷰에서 "개발 초기부터 수익화(또는 과금 요소)를 생각하는 것은 일부 개발자로부터 반발을 사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리치텔로: 페라리 같은 하이엔드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전히 점토와 조각칼을 사용한다. 게임 산업에서 그런 이들은 극히 일부이며, 이 사람들은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고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내가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욕 나오는 멍청이들이기도 하다. (They’re also some of the biggest fu**ing idiots.)
나는 어느 누구보다 오랫동안 게임 산업에 종사해왔다. 그간 개발자들은 사전에 아무런 소통 없이 홍보 담당자들과 영업 담당자들에게 그들 게임을 벽 위로 던지곤 했던 경우가 있다. 이런 모델은 많은 예술과 매체의 철학 위에 근거하며, 내가 깊이 존경하는 모델이다. 나는 그들의 헌신과 관심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산업은 그러한 철학을 고수하는 사람들과 성공적인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크게 포용할 수 있는 사람들로 나뉜다. 그리고 나는 플레이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 성공한 아티스트를 누구도 알지 못한다. 여기서 피드백의 사이클이 돌아오고, 아티스트들은 그 피드백을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피드백)을 알지 않기로 하는 것은 좋은 결정이 아니다.
나는 훌륭한 게임이 1시간짜리 충동 루프가 2분밖에 되지 않아 실패한 게임들을 보았다. 엄청난 성공과 실패 사이의 차이를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런 튜닝과 게임 이탈률(attrition rate)의 상관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지식을 원하지 않는 개발자는 지구상에 없다.
상장사 CEO의 고객을 향한 욕설에 비판이 줄을 이었다.
<파라웨이 페어웨이>의 개발자 로카시(Rokashi)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그의 주장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라며 "크리에이터들과 그들 게임은 귀중하며, 그 과정은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썼다. <워크래프트> 개발자 출신의 시니프헌터(Snipehunter)는 "그는 십여 년 전부터 EA를 운영한" "사악한 CEO"라고 발화자의 과거 이력을 끄집어냈다. 이 밖에도 지난 주말 내내 여러 커뮤니티에서 CEO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발화자 존 리치텔로의 CEO 실적이다. 그는 2014년 유니티의 CEO에 올라 지금까지 최고 경영자 직책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메타버스' 사업 확대 등을 언급하며 디지털 시각 효과 스튜디오 웨타디지털과 후술할 아이언소스를 인수해 세 불리기에 나섰지만, 7월 18일 현재 회사의 주식은 연중(YoY) -75.69% 하락한 33.71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에 현 CEO가 그런 발언을 하기에 적합한 성과를 내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해당 인터뷰는 유니티가 모바일 앱 수익화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아이언소스'를 인수한 직후에 이루어졌다.
미국 시간으로 7월 13일, 유니티는 아이언소스의 인수를 발표하면서 "아이언소스를 합병하면 게임 플랫폼 광고 기술력이 향상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인터뷰에서의 질문은 아이언소스 인수로 유니티가 수익화 솔루션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이 개발자들에게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일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답변에서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한 리치텔로의 심중까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인터뷰의 진행 시점과 발언의 전체 맥락 등을 두루 살펴보면, 게임의 상업성을 검증해야 하는 CEO의 입장에서 자기 개발 철학에 몰두하며 손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개발자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욕 나오는 멍청이' 발언을 꺼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은 게임을 비즈니스로 대하는 입장과, 그렇지 않은 입장 사이의 충돌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치텔로는 '그렇지 않은 입장'에 선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유니티엔진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유니티의 고객이라는 지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리치텔로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내가 한 말이 게임 개발자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면 사과한다"라며 "게임 만드는 사람들을 전적으로 사랑한다"라는 내용의 트윗을 남겼다.
그러나 해당 트윗이 무성의한 사과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존 리치텔로 CEO는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터뷰에서 말한 것과 후속 트윗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과부터 하겠습니다. 제 단어는 조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의 말을 듣고 있고,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
아마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인터뷰 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일 겁니다. 제가 더 잘 말했다면 어떻게 말했을까요?
우선 저는 게임 개발자들을 대단히 존경합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놀랍습니다. AAA 콘솔, 모바일, 인디게임, 수백만 명이 플레이하도록 설계된 게임, 그저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창의적인 프로젝트들의 창의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둘째, 제가 본 한 가지는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이 그 게임을 하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이 깊이 참여하기에 적절한 바로 그 시점에, 제가 긴밀히 협력해온 개발자들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사랑하고, 모든 작업에 고마움을 느낄지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셋째, 때때로 게임 개발자들이 원하는 것은 소수의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는 것입니다. 예술지상주의(art for art's sake)와 친구들을 위한 예술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들이 게임이나 게임 아이템을 사주기를 바랍니다. 두 가지 동기 모두 고귀합니다.
넷째, 제가 말하려던 지점이었지만,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은 게임 개발자들이 플레이어가 게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찍 알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겁니다. 그들의 피드백으로부터 배울 수 있고, 한다면 개발자들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듣고 행동하든지, 듣고 넘어가든지 선택이지만, 다시 한번 말해서 둘 다 유효한 선택입니다.
만약에 제가 제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더 똑똑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개발자들에게 플레이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행동할지 아닐지는 개발자들에게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