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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기대작 2위, ‘과장광고’ 불안감 확산…이유는?

좀비 서바이벌 MMO ‘더 데이 비포’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1-16 18:49:24

스팀 플랫폼의 ‘인기 찜 목록’은 가장 많은 스팀 유저들이  ‘찜’한 게임을 순서대로 나열한 순위표다. 2023년 1월 현재 이 목록에서 <호그와트 레거시>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 좀비 서바이벌 MMO <더 데이 비포>다.

 

3월 2일 출시 예정인 이 TPS 타이틀은 베데스다의 대형 차기작 <스타필드>보다도 한 계단 앞서있다. 하지만 강력한 IP 파워나 유력 개발사의 명성을 등에 업은 <호그와트 레거시>나 <스타필드>와 비교했을 때 <더 데이 비포>는 품질에 대해 이렇다 할 담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더 데이 비포>가 선입견을 깨고 우수한 작품으로 출시하길 바라는 유저들은 많다. 다만 이러한 바람과는 정반대로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더 데이 비포>가 광고 내용에 한참 못 미치는 품질로 출시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어디서, 왜 시작된 의심일까?

 


 

# 어떻게 기대작 되었나

 

<더 데이 비포>가 스팀 최고 기대작 반열에 오른 것은 약 2년 전 공개된 게임플레이 영상부터였다. 2021년 2월 업로드된 약 5분 분량의 ‘발표 트레일러’는 2023년 1월 현재까지 211만회 이상 시청된 상태다.

 

영상에 등장한 전반적 콘셉트와 퀄리티는 여러 게이머에 놀라움을 안겼다. 가장 먼저 돋보인 것은 높은 수준의 비주얼이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시의 디테일한 묘사, 현실적인 빛 표현, 총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면에서 MMO 장르에 쉽게 기대하기 힘든 밀도를 보여줬다.

 

또한 좀비 서바이벌 콘셉트의 PvE, 다른 유저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며 벌어지는 PvP, 다양한 아이템과 장비의 존재, 일부 구간에서의 잠입 액션 시퀀스 등 보편적으로 인기 높은 여러 요소가 한 게임에 집약되어 있다는 점 역시 기대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이 또한 현재까지는 오픈 월드 MMO에서 동시에 구현된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요소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같은해 4월 IGN 채널을 통해 독점 공개된 게임플레이 트레일러에서는 생동감 있는 야외 환경 묘사에 더불어 지면 특성이 반영된 오프로드 주행, 차량 수리 시스템, PvE와 PvP 콘텐츠의 심리스한 연계 등 기대감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더 다양한 게임플레이 메카닉이 공개됐다.

 

10월에는 트리플A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도 쉽게 접하기 힘든 규모와 디테일을 갖춘 쇼핑몰 맵을 뽐내며 다시 한번 시선을 끌었다. 이들 영상 3편의 조회수는 도합 1,000만 회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하며 <더 데이 비포>를 향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 개발사의 과거 문제

 

한편 일련의 영상에서 묘사된 게임의 규모와 완성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영상에서 약속된 콘텐츠의 규모와 질이 글로벌 대기업 유비소프트의 <디비전 2> 등 작품과 비교했을 때도 월등히 탁월하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안겼다.

 

의심을 구체화, 공론화한 인물 중 하나는 유튜브 채널 ‘포스 게이밍’(Force Gaming)을 운영하는 데니스 두하멜(Dennis Duhamel)이다. 포스 게이밍 채널은 아직 출시하지 않은 게임의 정보를 종합, 분석하여 긍정/부정적 전망을 제시하는 영상을 주요 콘텐츠로 삼고 있다.

 

지난해 7월 두하멜은 ‘<더 데이 비포>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게임을 향한 의구심을 강하게 표명했다. 그가 해당 영상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논한 것은 개발사 판타스틱(FNTATIC)의 불안한 ‘과거 행적’이다.

 

러시아 개발사 판타스틱의 첫 게임은 2017년 2월 출시한 로우폴리곤 스타일의 탑다운 서바이벌 멀티플레이 게임 <더 와일드 에잇>이다. 게임은 초기에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약 9개월 뒤 “파트너와의 갈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며 게임의 판권을 퍼블리셔 측에 양도했다.

 

<더 와일드 에잇>

 

차기작은 2018년 3월 출시된 <데드 더즌>이다. 역시 멀티플레이 서바이벌 장르로, 이번에는 FPS에 도전했다. 그러나 게임은 출시 초기부터 심각한 버그와 최적화 문제에 시달렸고, 최대 동시 접속자는 100명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판타스틱은 고작 3개월 뒤에 게임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모바일과 스팀 등에서 탑다운 뷰의 스토리 중심 게임 <래디언트 원>을 발매했다. <데드 더즌>에 비해 단순한 그래픽과 시점의 ‘인디 감성’으로 돌아간 이 게임은, 비록 내러티브에서는 나름의 완성도를 보여줬으나 1시간 미만의 짧은 플레이타임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마지막으로 2021년 말에는 <프롭 헌트>의 ‘사물 변신 숨바꼭질’ 콘셉트와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비대칭 PvP를 결합해 만든 멀티플레이 게임 <프롭나이트>를 내놓았다. <프롭나이트>는 기존 게임들에 비해 더 많은 인기를 끌었고, 현재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안티치트 미흡 등 유지보수 부족 문제를 크게 지적받으면서 유저 수 감소를 겪었고 지금은 원활한 매칭이 어려워진 상태다.

 

두하멜은 개발사의 이러한 포트폴리오가 그들의 게임서비스 지속 역량 부족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한 게임을 오랜 기간 유지/보수하기보다는 잠시 서비스하다가 손을 놓거나 관리에 소홀했던 전적이 자주 반복된 만큼, 본격적인 MMO의 운영 역량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기존 게임의 규모 역시 <더 데이 비포>와는 많은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도 유념할 만하다.

 

<프롭나이트>

 

 

# 기업 도덕성까지 논란, 의혹 떨쳐낼 수 있을까?

 

물론 과거 이력만으로 개발사의 현재 역량을 온전히 짐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판타스틱이 보여 온 다른 여러 행보 역시 의심을 추가한다.

 

먼저, 약 12일 전 업로드된 ‘게임플레이 공개 트레일러’에서 포착된 ‘다운그레이드’가 구설에 올랐다. 타 기업의 트리플A 게임과 비교해서도 모자라지 않는 비주얼 품질을 보여줬던 기존 영상들에 비해, 이번 영상의 품질은 비록 크게 떨어지지는 않으나 이전만큼 인상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기존 3개 트레일러는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이 아닌, 게임의 특정 구간만을 잘라 실제보다 높은 퀄리티로 만든 ‘홍보용 가짜 영상’이라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개발사의 업력에 비해 지나치게 완벽해 보였던 게임의 면면 역시, 이 경우 충분히 설명이 가능해진다는 것.

 

기업의 기본적인 신뢰성 부족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예를 들어 판타스틱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좋아요 10,000회를 기록하면 ‘종합 게임플레이’를 담은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좋아요' 수가 달성되었음에도 영상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개발자 라이브 방송을 약속 시간 직전 ‘기술적 문제’로 취소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불만을 샀다.

 

기본적 기업윤리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된다. 2022년 7월 판타스틱은 <더 데이 비포> 개발을 도와줄 ‘자원봉사자’ 구인 공고를 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이 기본적인 근무조건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인력을 쓰려 한다는 사실이 보편 상식에 위배됐기 때문. 논란이 커지자 이들은 해당 인력들이 비(非)개발 분야를 도울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처럼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판타스틱은 최근 공식 디스코드를 통해 이달 말 ‘편집 없는 게임플레이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선을 모으는 중이다. 이들은 “진지한 논의 끝에, 커뮤니티가 그간 공개하길 요청했던 여러 인게임 기능을 보여주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판타스틱이 과연 누적된 의심을 떨쳐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식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무편집 게임플레이 공개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