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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패키지를 포기한 블리자드의 ‘스타2 승부수’

온라인과 PC방, 스타2와 WoW의 결합에 올인

이재진(다크지니) 2010-06-25 16:33:38

한국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를 정액제로 이용하면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이하 스타 2)는 무료다. 한국에서는 <스타 2>를 패키지로 만날 수 없다. 모든 것은 온라인, 배틀넷으로 통한다. <스타 2>가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처럼 서비스되는 것이다.

 

예상 외였다. 받아들이는 시각에 따라서는 “파격”일 수도, 그저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분명 <스타 2>와 <WoW>의 연계 요금정책은 노림수다. 아니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

 

역풍도 만만치 않다. 일부 게임 팬들은 한국에서 패키지를 저버린 블리자드의 선택을 비난하고 나섰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블리자드는 한국을 최대 시장으로 꼽는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을 어떻게 띄울 생각일까.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 블리자드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역풍

 

24일 <스타 2> 미데어 데이에서 만난 블리자드 북아시아 한정원 대표는 단호한 표정으로 “<스타 2>의 패키지 발매와 유통에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의 깜짝 선언은 즉흥적인 결심이 아닌, 고심 끝에 내린 결단으로 느껴졌다.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겨냥한 블리자드의 ‘선택과 집중’을 모두 반기는 것은 아니다.

 

먼저 <스타 2> 패키지를 기다렸던 일부 게이머들이 들고 일어났다. ‘한정판도 발매하지 않는 것’과 ‘다운로드로 팔면서 처음에 발표한 일반판 가격을 다 받는다’는 대목에서 폭발했다. 패키지에 담긴 게임 디스크와 매뉴얼도 없는데 무제한 이용권만을 69,000 원에 그대로 파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지난 두세 달 동안 <스타 2> 패키지의 오프라인 유통권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던 유통업체들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스타 2> 유통 경쟁에 뛰어들었던 롯데(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와 신세계(이마트 등) 같은 유통업계 공룡들도 하루 아침에 ‘스타 2와 상관 없는’ 입장이 됐다. ‘할 것처럼 협상하다가 갑자기 바뀐’ 블리자드의 결정이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정원 대표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스타 2>도 DVD를 갖고 싶어하는 유저가 많다면 마케팅 차원에서 (패키지 발매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며 슬쩍 뒷문을 열어 두었지만, 한국에서는 패키지 발매가 블리자드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린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블리자드는 한국만을 위한 <WoW>+<스타 2>의 승부수를 던졌다.

 

 

■ 스타크래프트2, 한국에선 PC방에 ‘올인’

 

그렇다면 블리자드는 한국에서 <스타 2> 패키지를 포기하는 대신 무엇에 집중했을까?

 

블리자드 코리아는 지난 4월 9일 <스타 2>의 PC방 상품과 요금제가 <WoW>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24일 미디어 데이에서는 “PC방이 <WoW>를 위해 구매한 정량제 시간을 <스타 2>에 써도 된다. <스타 2>가 출시된 후에는 구입한 시간을 <WoW>와 <스타 2>에 모두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WoW>와 <스타 2>의 PC방 상품 구성과 요금제는 같다.

2. 기존에 <WoW> 정량제 시간을 구매한 PC방은 남은 시간을 <스타 2>에 써도 된다.

3. <스타 2> 출시 후에 PC방이 구매하는 시간은 <WoW>와 <스타 2>에 모두 쓸 수 있다.

 

세 가지 정황을 종합하면, 현재 <WoW>의 전국 PC방 유통을 맡고 있는 손오공IB가 <스타 2>의 PC방 유통도 맡는 모양새로 귀결된다. 특히 위의 2번은 손오공IB가 <WoW>와 <스타 2>를 함께 PC방에 공급할 경우에만 유연하게 펼칠 수 있는 정책이다.

 

<스타 2> 미디어 데이에 초대되어 참석한 손오공 최신규 회장(왼쪽 끝).

 

게임 관련 유통업계에서는 블리자드의 24일 발표를 놓고 ‘PC방에 올인한 정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키지도 발매하고, PC방도 신경 쓰려면 아무래도 시선과 전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또,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에도 초반의 물량은 대부분 PC방에서 휩쓸어 갔다. 국민 게임이 되려면 높은 PC방 점유율이 필수적이니 확실히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작 <스타크래프트>는 PC방이 패키지만 구입하면 됐는데, 이때의 문제는 ‘중고 거래’였다. 폐업하는 PC방에서 풀린 <스타크래프트> 정품 시리얼 코드가 창업 PC방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블리자드는 신규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고민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스타 2>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게임처럼 서비스되고, PC방 요금제도 <스타 2>와 <WoW>가 100% 호환된다. 특히 배틀넷 2.0으로 개편되면서 통합계정에 게임이 등록되는 방식이 도입됐기 때문에 중고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이제는 PC방 시장을 제대로 공략했을 때 확실한 매출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 ‘19,800원 나누기 2는 9,900원’의 의미

 

이번 블리자드의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WoW>와 <스타 2>의 30일 요금이다. <WoW>의 30일 요금(19,800 원)은 정확히 <스타 2> 30일 요금(9,900 원)의 2배인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WoW>를 30일 정액제로 즐기는 유저는 계속 19,800 원으로 <스타 2>도 즐길 수 있다.

2. <스타 2>를 30일 동안 즐기려는 유저는 9,900 원을 더 내면 <WoW>도 즐길 수 있다.

 

블리자드는 1번을 발표했는데, 이를 뒤집어서 풀면 2번처럼 볼 수도 있다. 만일 <WoW> 유저가 <스타 2>도 구입할 계획이었다면 30일 동안 <WoW>(9,900 원)+<스타 2>(9,900 원)의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시각에 따라서는 <WoW>가 ‘반값’으로 할인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국내에서는 유저들이 비싸다며 반발하고 있는 69,000 원의 무제한 이용권을 사지 않으면 <스타 2>는 계속 돈을 내야 하는 정액제 게임으로 남는다.

 

처음부터 무제한 이용권을 구입하기보다 30일 정액권으로 체험해 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지속적인 정액권 결제가 일어날 확률도 함께 높아진다. 이때 <WoW>가 반값으로 느껴지는 가격 정책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갑에서 9,900 원을 꺼내려다가 19,800 원을 꺼내서 <WoW> 30일을 연장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무제한 이용권을 사지 않으면 <WoW>를 정액제로 이용하거나, 계속 <스타 2>의 30일 정액권을 끊어야 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블리자드가 69,000 원을 고집하면서 의도적으로 유저를 <스타 2> 30일 정액권이나 <WoW> 정액권 결제로 몰아붙이는 느낌”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을 위한 <스타 2>의 요금제도. 30일 요금에 주목해 보자.

 

 

■ “스타2 동접이?” 흥행의 기준도 바뀐다

 

블리자드는 오프라인 패키지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온라인과 PC방을 선택했다.

 

패키지 판매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고 과시하기에 좋다. 그런데 국내 게임시장은 <스타크래프트>가 나온 후, 강산도 변하는 10년이 넘는 동안 상황이 달라졌다. 그사이 블리자드는 <WoW>라는 걸출한 효자를 얻었다. 온라인 게임의 매출 파괴력과 긴 생명력을 체험한 것이다.

 

하나에 69,000 원짜리 <스타 2> 패키지(또는 무제한 이용권)를 판매하는 것과, 30일에 19,800 원을 받고 <WoW>와 <스타 2>를 모두 제공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크다. 전자는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기대하기에 좋고, 후자는 ‘중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블리자드는 한국에서 <스타 2>가 온라인 게임처럼 서비스되기를 바랐다. 전작인 <스타크래프트> 못지않게 패키지가 엄청나게 팔려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고, 오프라인 유통에 드는 비용도 사라진다. 또, e스포츠와 미래의 매출을 위해 <스타 2>를 대중화하는 작업도 너무나 중요하다.

 

이제, <스타 2>의 흥행 성적이 궁금하다면 동시접속자수를 따져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 ‘WoW+스타 2’와 ‘온라인+PC방’이라는 블리자드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해 보자.

 

블리자드의 승부수가 어떤 목적지에 도착할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