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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메타버스의 명복을 빕니다”…무슨 얘기?

화제 모은 외신의 '부고'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5-11 18:26:00

유력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부고를 냈다. 사망자는 ‘메타버스’다.

 

PR 기업 EZPR의 CEO이자 테크/문화 칼럼니스트인 에드 지트론(Ed Zitron)이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메타버스의 명복을 빈다”(RIP Metaverse)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해 화제다.

 

칼럼에서 지트론은 메타버스 트렌드에 사망 선고를 내리고 이 트렌드를 추종하던 테크, 게임, 금융업계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과감한 이 칼럼은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의 반발을 사는 등 ‘어그로’를 제대로 끌었다. 저자의 '사망 선고'는 타당할까? 근거는 무엇일까?

 

(출처: Pixabay)

 

# ‘향년 3세’였던 메타버스?

 

“비디오게임같은 가상 세계에서 어색하게 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한 때 인기였던 ‘메타버스’가, 재계의 버림을 받은 뒤 사망했다. 그 나이 향년 3세였다”

 

칼럼의 첫 문장이다. 메타버스의 나이를 3세로 이야기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메타버스라는 용어 및 개념의 시작은 1992년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밀히 따진다면 3세가 아니라 30세에 가까운 셈이다.

 

지트론이 이러한 사실을 몰라 메타버스를 ‘세 살짜리’로 지칭한 것은 아닌 듯하다. 칼럼에서 그가 애도하고 있는 것은 가상 공간을 의미하는 일반명사적 차원의 메타버스가 아니라 2021년을 기점으로 탄생한 ‘메타버스 트렌드’다.

 

지트론은 “종합적인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가상 세계라는 발상 자체는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을 수 있겠으나, (3년 전 등장한)고유명사로서의 메타버스(capital-M Metaverse)는 사망했다”고 적었다.

 

(출처: Pixabay)

 

 

# 화려하고 불안했던 삶

 

칼럼은 고인(으로 칭한 메타버스)의 짧지만 화려했던 삶을 되짚는다.

 

메타버스 시장 선도를 다짐하며 사명마저 ‘메타’로 바꾼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모바일 인터넷의 계승자”라며 화려하게 수식했다. MS의 사티아 나델라는 “메타버스가 MS에 형용하기 힘든 수준의 돌파구가 되어줬다”며 찬양했다.

 

모두가 메타버스의 미래를 밝게 점쳤다. IT 시장조사 및 자문 기업 가트너는 2026년 이전에 전 세계 인구 25%가 하루 최소 1시간 이상 메타버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타버스가 일터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언했고, 매켄지는 메타버스가 향후 5년부터 10년 사이 6,622조 원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메타버스는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지트론은 “기능적인 사업 아이템이 번창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은 분명한 사용례, 타깃 청중, 제품을 수용하려는 고객의 의지 등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했다. 메타버스 광풍을 부추겼던 저커버그는 근사한 단어들로 메타버스를 정의했지만 정작 메타버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업적 문제들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 사망진단의 근거

 

지트론에 따르면 메타버스의 죽음은 이전에도 기술 업계에서 종종 목격되어 온 유형의 죽음과 맥락을 같이한다. 지트론은 “메타버스는 이제 기술 업계의 실패한 아이디어들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로 향할 것이다. 메타버스의 짧은 삶, 그리고 수치스러운 죽음은 그를 낳은 기술 업계의 폐단을 극명히 드러낸다”고 적었다.

 

그가 지적한 기술 업계의 폐단이란 무엇일까? 지트론은 쓰임새나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메타버스를 한없이 추켜세웠던 언론과 업계의 태도를 꼬집었다. 그리고 그 ‘공갈’의 한 가운데 있었던 기업으로 메타를 저격한다.

 

지트론은 “저커버그는 우리가 메타버스에 돈을 쓰면 어떤 대가를 얻을 수 있는지, 혹은 우리가 저질의 만화 같은 콘서트를 감상하기 위해 불편한 헤드셋(VR기기)을 머리에 둘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저커버그가 향후 100억 명이 메타버스 안에서 천문학적 돈을 쓰게 될 거라 했을 때, CNBC의 짐 크레이머와 같은 이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줬다.”고 비판한다. CNBC는 미국의 경제 전문 방송국이며, 짐 크레이머는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CNBC 간판 앵커다.

 

그런데 중첩된 기대에도 메타버스는 현재 죽고 말았다는 게 지트론의 진단이다. 근거로는 이용자 수를 들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금을 모으며 13억 달러 규모 생태계로 홍보된 탈중앙화 메타버스 ‘디센트럴랜드’는 현재 일일 활성 이용자 수 40명 미만이다. 디센트럴랜드 측은 일일 이용자가 8,000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 역시도 <포트나이트>와 같은 대형 온라인 게임에 비하면 매우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정이 훨씬 나은 메타의 ‘호라이즌월드’는 2022년 10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가 약 20만에 달한다. 이는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메타의 2022년 목표였던 50만 명에는 한참 못 미친다고 지트론은 지적했다.

 

 

 

# ‘사인’은?

 

지트론에 따르면 메타버스의 ‘사인’은 새롭게 관심 종목으로 등극한 생성형 AI 기술이다.

 

재계의 관심이 생성형 AI로 몰리자, 메타버스는 관심과 투자를 급격히 잃고 “심각하게 앓기 시작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단적인 예로 MS는 자체 가상 직장 플랫폼 알트스페이스 VR을 지난 1월 폐쇄한 뒤 ‘산업 메타버스 팀’ 100여 명을 해고했다. 디즈니는 3월 메타버스 부서를 닫았고, 월마트는 로블록스 기반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종료시켰다.

 

이들보다 더 강력하게 메타버스의 죽음을 가리키는 신호는 다름 아닌 저커버그의 태도 돌변이다. 지난 3월 메타는 “AI를 개발하고 당사 모든 제품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기업 역사상 가장 큰 단일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더 최근인 4월엔 재무 담당자 앤드류 보스워스와 함께 CNBC에 출연했는데, 메타버스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AI에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트론은 “저커버그는 메타버스 연구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며 ‘메타버스 퍼스트’를 미션으로 내걸었음에도 이제는 광고주들에게 메타버스를 피칭하지도 않는다. 비록 저커버그가 일종의 투자 차원에서 퀘스트 헤드셋을 개발한다고 언급했으나, 다른 정황상 메타가 메타버스를 관뒀다는 사실은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 메타버스 조롱으로 시작해 저커버그 비판으로 끝난 글

 

지트론이 ‘메타버스의 죽음’을 신랄하게 조롱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그는 금세 중단될 아이디어에 수십억 달러가 낭비되고, 관련 일자리도 수천, 수만씩 사라져 버린 현실을 비판한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을 유도한 배후로써 저커버그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지트론은 그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빅테크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칼럼을 자주 기고해 왔다. 그는 다음과 같은 비판으로 글을 마무리 짓는다.

 

나는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진짜 관심을 가진 적 있다고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페이스북에 아바타와 거추장스러운 하드웨어를 접목한 것’ 이상으로 메타버스를 명확히 정의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저커버그에게 메타버스란 미래의 인간 교류 방식에 대한 진정성 있는 비전이 아니라, 그저 주가 상승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는 거대한 재력과 영향력을 이용해 기술 산업 전반, 그리고 미국 재계의 상당 부분이 그 설익은 아이디어에 동참하게 했다.

 

그랬던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로부터 분명하게 발을 빼버린 지금의 현실은, 그를 추종했던 모든 사람, 그리고 아직도 그를 미래지향적 테크 리더로 여기는 모든 사람이 함께 야기한 폐단이다. 또한, 성급히 저커버그를 추종, 허술한 언플(language of press-release)로 구축된 메타버스 하이프에 수십억 달러를 쏟은 벤처캐피탈 업계 역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 정의로운 사회라면 저커버그는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저커버그는 모든 사람을 오도하고, 수백억 달러를 낭비하고, 자신의 망상적 집착에 업계를 끌어들여 놓고는, 월스트리트가 다른 기술에 관심을 표명하자마자 메타버스를 죽여버렸다.

 

수천, 수백의 해고를 야기한 기업 대표가 자리를 지킬 이유란 없다. 저커버그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메타 역시 침체하여 메타버스를 따라 무덤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 타당한 비판일까?

 

칼럼은 갑론을박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대한 인물은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다. 그는 트위터에 기사를 리트윗하고는 “메타버스가 죽었다니!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샌드박스>, <VR챗>의 6억 명 규모 월간 활성 유저들이 실시간 3D로 조의를 표할 수 있게끔 온라인 추도식을 열자”라고 적어 이목을 끌었다. 메타버스로 분류될 만한 여러 게임과 앱이 아직도 잘 ‘살아있다’는 점을 들어 기사를 우회적으로 비꼰 셈이다.

 

하지만 정작 지트론의 칼럼은 게임과 메타버스를 서로 구분해 서술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원래 지시하는 ‘가상 세계’ 개념 전반이 아닌, ‘저커버그 주도의 메타버스 광풍’을 비판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스위니의 지적은 기사의 논지에서 다소 빗나가 있는 셈이다.

 

한편 2021년을 기점으로 발족한 메타버스 트렌드가 현재 ‘사망 상태’라는 핵심적 주장 역시 시장 상황에 대한 주관적 해석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만하다.

 

다만 최근 국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메타버스 이용행태 조사 결과는 메타버스의 현황이 밝지 못하다는 지트론의 진단에 얼마간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 이용자는 전체 응답자 9,941명 중 417명으로 4.2%에 그쳤다. 가장 선호된 플랫폼은 메타버스보다는 게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은 <동물의 숲>(26.9%)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메타버스 유행의 책임을 저커버그 개인에게 대부분 따져 물은 지점에서도 다소 이론의 여지가 엿보인다.

 

저커버그가 잠재력과 사업화 가능성이 뚜렷하지 않은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지나친 투자를 감행, 다수에게 ‘경고 사인’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메타에 투자한 알티미터 캐피털 CEO 브래드 가스트너는 지난해 10월 공개서한을 통해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혼란스러워한다”며 투자 축소를 촉구하기도 했다.

 

무리한 투자의 여파로 결국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한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힘들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11월 AR/VR 부서 등을 포함해 여러 사업 부서에 걸쳐 11,000여 직원을 해고하며 “전 세계의 온라인 이행 현상이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대폭 확대했으나 예상만큼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 천 명의 직원을 더 정리할 것으로 외신들은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메타만큼이나 서둘러 메타버스 뛰어들었던 다른 기업, 조직들도 많아 그들을 모두 ‘후발주자’로 아우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단적인 예로 메타가 사명을 바꾼 2021년 10월에 3개월 앞서 이미 한국 정부는 ‘한국판 뉴딜 2.0’에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추가,  중·장기적으로 국비 2조 6,000억 원을 들이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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