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현실에 가까워진 것일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현지 법원에 제기한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거래 예비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이에 인수 최종 성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MS와 액티비전은 인수의 최종 관문으로 여겨지는 영국 경쟁시장청(CMA)과의 협상을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 한 눈에 보는 현재 상황
1. 6월 13일 - FTC, 캘리포니아주 연방 법원에 MS 액티비전 인수 계약 중지 가처분신청, 판결까지 인수 절차 임시 금지됨
2. 7월 12일 - 캘리포니아주 연방 법원, 가처분신청 기각하며 임시 금지 명령 해제 예고
3. 7월 13일 - FTC, 항소법원 통한 항고 의사 밝히고 인수 절차 '일시 중단' 요청
4. 7월 14일 - 캘리포니아주 연방 법원, FTC의 일시 중단 요청 기각
7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 법원의 재클린 스콧 콜리 판사는 MS의 인수가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혹을 FTC가 충분히 제기하지 못했다며 가처분 기각을 결정했다.
콜리 판사는 “MS의 액티비전 인수는 테크 산업의 역사 전반을 통틀어 가장 거대한 규모로 꼽힌다. 따라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으며, 검토에는 결실이 따랐다. MS는 대중과 법원 앞에서 <콜 오브 듀티>를 향후 10년간 PS에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명문화했다. 또한 닌텐도와 <콜 오브 듀티>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몇몇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적었다.
이어 “상기 설명한 이유들에 의거, 본 법원은 이번 수직 합병이 해당 시장의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을 FTC가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봤다. 오히려, 제시된 증거들에 따르면 기존보다 더 많은 사용자에게 <콜 오브 듀티> 및 액티비전의 기타 콘텐츠가 제공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당초 FTC는 법원 명령을 통해 양사의 인수계약 완료 기한인 7월 18일까지 인수 절차를 지연, 최종적으로는 계약 무산을 유도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FTC가 지난달 13일 내놓은 인수 거래 중단 명령 가처분 신청에 따라,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인수 거래는 임시 금지되어 있던 상태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이 최종 기각되면서 콜리 판사는 7월 14일 오후 11시 59분(현지 시각)을 기점으로 금지 명령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FTC는 기각 판결 다음 날인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제9순회 항소법원을 통한 항고 의사를 밝힌 뒤, 다시금 거래 '일시 정지'를 요청한 것. 그러나 콜리 판사가 이 또한 재차 기각함에 따라, 금지 해제는 원래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FTC에 남은 패는 제9순회 항소법원의 결정뿐이다. 만약 항소법원이 나서서 새롭게 ‘일시 정지’를 명령하지 않는다면, FTC의 지연작전은 무산된다.
제9순회 항소법원의 결정과는 별개로, 아직 MS의 액티비전 인수에는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CMA는 지난 4월 말 “MS는 액티비전 게임들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독점 콘텐츠로 만듦으로써 상업적 이익을 얻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수를 불허했다. MS가 타사와 맺은 액티비전 게임 공급 계약을 근거로 미국 법원이 MS의 시장 독점 가능성을 낮게 본 것과는 대조적이다.
CMA는 MS가 내놓은 독점 방지 대책(remedy)들에서 중대한 결함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먼저, 게임 공급 계약에 있어 타사의 일반 온라인 스토어 등에는 공급을 약속했지만, 자사의 X 클라우드와 같은 유형의 구독 서비스에 대한 공급 약속은 누락했다는 지적이다.
둘째로 윈도우즈를 제외한 맥 등 기타 PC 운영체제용 게임 공급 약속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게임별 세부적인 공급계약 조건이 상호 동일하게 통일될 우려를 밝혔다. 일반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게임별로 경쟁 논리에 따라 자유로운 공급 계약이 성사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CMA의 이야기다.
CMA는 MS가 영국에서 인수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타사와 게임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행동적(behavioral)’ 해결책이 아닌, 인수 계약의 근본적 내용을 변경하는 ‘구조적(structural)’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그러면서 <콜 오브 듀티> IP의 매각이나 액티비전 분사/매각 등의 대안을 제안했던 바 있다.
CMA의 이러한 요구에 맞춰 MS가 실제로 계약의 세부 사항을 일부 손본 뒤 최종적으로 인수를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연방 법원 판결 후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대외 성명을 통해 “오늘 미국에서의 판결 이후 우리의 초점은 다시 영국으로 옮겨졌다. 비록 CMA의 우려에 궁극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CMA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그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인수 거래를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절차적 협의는 이미 진행 중이다. 스미스 사장은 “MS·액티비전은 항소심 연기가 영국 시민의 공공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CMA와 합의에 도달했으며, 함께 경쟁심판소(Competition Appeal Tribunal·CMA 항소심 담당 기관)에 재판 연기를 신청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MS가 CMA에 제안한 해결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관측도 제시되고 있다. 미국 CNBC는 “MS가 CMA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소규모의 별개 분할매각(divestiture)을 제안한 상태”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