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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잼버리 대피소가 되어버린 213억짜리 메타버스 체험관

새만금 잼버리 메타버스 긴급 점검 ①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3-08-04 18:21:56

938억 9,700만 원.


오는 ​8월 12일까지 개최되는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에 배정된 전체 예산입니다. 잼버리는 국비 237억, 지방비 300억, 자부담 401억이 들어간 메가톤급 국제 행사입니다. (출처: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부대(附帶​) 운영 예산과 개별 참가자들이 지불한 금액을 추가하면, 이번 잼버리에 들어간 돈은 수천억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43,000여 명의 참가자를 맞이한 정부와 전라북도, 주최 측은 이번 잼버리를 졸속으로 준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연일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몇몇 스카우트 대원들은 캠프사이트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별다른 결정이 없다면, 세계에서 모인 청소년들은 무시로 물이 차는 간척지 위에서 1주일 넘도록 견뎌야 합니다.


213억. (국비 97억, 도비 81.2억, 군비 34.8억)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에 들어간 세금입니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잼버리 참가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콘텐츠 기술 홍보를 위한 전시체험관을 조성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사업은 국가사업으로 확정됐고, 지난 6월 부안 신재생에너지단지 안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이 완공됐습니다. 잼버리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건설됐지만, 2024년에나 지어질 '글로벌 청소년 리더센터'보다 먼저 올라간 건물입니다.


213억이 938억 안에 포함되는지 확실치 않지만, 단순 계산으로 밝혀진 행사 예산의 22.6%에 달하는 자금이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에 쓰였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어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아직 부족한 가운데, 한국은 수백억을 들여 전 세계를 대상으로 체험관을 지었습니다. 잼버리 참가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이 접촉한 전라북도의 한 학예사는 체험관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은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안내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소문을 듣고 현장을 찾은 몇몇 참가자들은 체험관을 대피소처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신동하, 안규현 기자


6월 19일 자 전라북도 배포 보도자료 "국내 최초 메타버스 오프라인 체험공간,「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개관" 발췌


#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은 무엇을 위해 만든 곳일까?


213억이 들어간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전라북도와 부안군이 공개한 설명을 조금 더 읽어봅시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은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를 체험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입니다. 메타버스기술관, 메타버스라이프관, 가상세계홀 등 총 3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됐으며, 가상세계 기술이 적용된 시뮬레이터, 원통형 미디어아트 공간, VR 기기와 메타버스에 관한 그래픽, 영상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부안군 새만금 부지에 새로 들어선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 올해 6월 개관했습니다.


전라북도는 "​잼버리 기간 동안에는 대회 체험 프로그램의 하나로 운영돼 150여개 국가의 43,000여 명의 참가자가 우리나라의 디지털 콘텐츠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잼버리 이후에는 학교 체험 프로그램 운영 및 일반인 관람 등 체험공간으로 운영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잼버리가 끝난 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은 상설전시관처럼 운영됩니다.


현장에는 관람객이 바닥에 비춰지는 선을 피하는 '인터렉티브 라인', 오토바이를 타고 메타버스 속 도시를 달리는 콘셉트의 '퓨처레이싱' 등의 아케이드 게임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또, 웹3.0에 대한 설명과, 자이로 VR로 봅슬레이를 체험하는 어트랙션, 스크린을 통한 아바타 생성 등이 마련됐고, 검은 방 안에 들어가 관람객의 이동에 따라 다르게 비추는 벽을 감상하는 '아르떼뮤지엄' 풍의 미디어아트 전시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체험관은 6월 임시 개관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부안군 등 관내에서 체험관의 개관을 알리는 래핑 차량이 운행되었다고 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는 어렵지 않게 체험관에 방문한 시민들의 후기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잼버리 개막 즈음에 개설된 홈페이지에는 "각 회차별 체험관 최대 수용인원은 50명"이라고 쓰여있습니다. 현재 무료로 운영 중인 이곳은 잼버리가 끝나면 유료로 전환되는데, 입장료는 6,000원입니다. 


VR 체험기기는 7,000원에서 8,000원의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탑승할 수 있습니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이 공개한 현장 관람 예상도 (1)



#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 찾은 학예사, "이게 새만금 & 잼버리랑 무슨 상관이죠?"


디스이즈게임은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 개막식에 참석해서 현장을 관람했던 한 학예사와 접촉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예사는 전북 지역의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체험관에 대해서는 미리 알지 못했습니다. 개막식 때 현장을 둘러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이 학예사는 "새만금 잼버리를 위해 지어졌다고는 했지만 전북, 새만금, 부안군, 군산시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이 공개한 현장 관람 예상도 (2)


Q. 디스이즈게임: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요?


A. 학예사 ㄱ: 전북 지역의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하고 있지만 체험관에 대해서 알지 못했습니다. 주변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체험관 근처에 있는 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에 우연히 방문했다가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걸 보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관계자로서 6월 있었던 개관식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습니다. 내부에는 그때 처음 들어가 봤습니다.



Q. 좋았던 점과 실망스러웠던 점은?


A. 내부가 다양한 기기들로 채워져 있어 일행들이 모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VR과 AR은 물론이고 실감 영상 등의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신기해했어요.


그러나 학예사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메타버스 등을 설명하는 패널의 내용이 어려워 도슨트의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름은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에 새만금 잼버리를 위해 지어졌다고는 했지만 전북, 새만금, 부안군, 군산시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외관도 다소 의아했습니다. 보통 메타버스라고 하면 최첨단의 멋진 느낌을 떠올리는데, 체험관은 200억의 규모라기엔 건물도 작고 외관도 지나치게 평범해서 신재생에너지센터의 부속 건물처럼 보입니다. 더불어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관람객들을 위한 리플렛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는 등 홍보가 미흡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범 운영 기간이었고, 8월 15일 이후 정식 개관한다고 하니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잼버리 이후 체험관이 잘 쓰일까요?


A. 현재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어린이집 및 학교 단체 손님들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잼버리가 끝난 후에도 그런 식으로 운행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관광 목적으로 방문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현재까지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었지만 정식으로 개관되면 인당 6,000원씩 입장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몇몇 기기들은 별도의 체험료를 지불해야 하고요. 저라면 그 돈을 들이면서까지 재방문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이 공개한 현장 관람 예상도 (3)



# 참가자들도 메타버스 체험관 뭔지 몰라...

행사 개막 이후, 디스이즈게임은 메타버스 체험관에 방문했던 참가자를 취재하려 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를 선호하는 청소년이라면, VR 어트랙션과 미디어아트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전시를 관람한 청소년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언어가 통하는 한 한국인 참가자에게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을 아느냐'라고 물어봤지만, '모른다'라고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잼버리 행사는 기본적으로 캠프사이트 영내에서 이루어지며, 대체로 사전 신청자에 한해 고추장 체험, 템플스테이 등 영외 별도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구조입니다.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모두 다른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셈입니다.


모악산 금산사를 찾은 잼버리 참가자들이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이런 영외 프로그램은 사전에 신청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금산사는 페이스북에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스카우트의 도전정신, 자립심, 협동심 이런 것을 폭염 앞에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썼습니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은​ 기존에 마련된 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213억 원이 넘는 예산을 새로 들여 만든 공간입니다.​ 캠프사이트 영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단지의 한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캠프사이트 입구에서부터 자동차로 약 9분 거리에 있습니다. 현장 증언에 따르면, 야영장 전체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도보로 텐트부터 영외의 체험관까지 걸어가려면 짧게는 30분에서 1시간은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출입구에는 차량이 많아 혼잡한 관계로 차를 타고 가기엔 애매하고, 걸어가기에는 다소 먼 거리라는 것이 현장의 설명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이 접촉한 청소년이 속한 그룹은 해당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의 정체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별도 프로그램이 없는 그룹은 대부분 인솔교사와 대원들끼리 다음날의 일정을 정하고 움직이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 그룹은 메타버스 체험관에 대한 공지를 따로 받지 못했습니다.


캠프사이트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사전에 조율이 이루어져야 했고,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에게 새만큼 메타버스 체험관에 대한 별도의 홍보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150여개 국가의 43,000여명의 참가자가 우리나라의 디지털 콘텐츠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는 공식 설명과는 거리가 있는 듯합니다. 


해외 참가자들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023년 8월 4일 오후 12시,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의 홈페이지에는 한국어를 제외한 언어가 없었습니다. 한국어 공지에는 "아래의 유선전화"로 예약을 받고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영어, 중국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지는 일절 없었습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잼버리'를 태그한 한 외국인 참가자에게 "메타버스 체험관을 아느냐" 묻자 돌아온 답변 또한 "모르겠다"입니다.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 홈페이지에는 영어가 없습니다. 그러니 유선 문의를 하라는 말도 알 수가 없습니다.
외국인 참가자에게 메타버스 체험관을 묻자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 잼버리 대피소가 되어버린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

이렇게 된 이상 현장을 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4일 한낮,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은 사실상 대피소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1회 최다 관람객이 50명의 체험관 로비에는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몰려 더위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지친 듯 벽에 기대있거나 눈을 감고 누워있었습니다. 스크린은 꺼져있었고, 전시장 앞에는 빨간 통제선이 쳐졌습니다. 출입문에는 '1시까지 문을 닫는다', '하지만 들어와서 앉을 수 있다'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이곳에 오면 에어컨을 쐴 수 있다' 등의 소문을 듣고 온 몇몇 참가자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34도의 폭염 속에서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체험관 측은 "(잼버리 참가자를 대상으로) 정상 영업 중이다. 단 현재는 일반 관람객의 출입을 막고 있으며 8월 15일 이후 방문을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티켓링크에서 일 18,000원에 판매 중인 유료 상품 '잼버리 일일방문객 프로그램' 구매자도 이 전시관을 둘러볼 수는 없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체험관은 참가자들을 하나둘 전시관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개념도 불분명한 메타버스보다는 태양을 피할 시원한 그늘과 많은 물, 그리고 안전한 야영 환경으로 보였습니다.


4일 낮 촬영한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 로비.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로비 곳곳에 누워있었습니다.

통제선이 쳐진 것으로 보아 점심시간으로 보였습니다. 잼버리 참가자가 아닌 사람의 입장은 제한됩니다.


뭔가를 체험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폭염으로부터 몸을 피하는 대피소에 가까웠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이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주최 측은 10억의 돈을 더 들여 새만금 메타버스 앱을 만들었습니다. 이 앱은 어떤 앱일까요? 참가자들은 이 앱을 쓰고 있었을까요? (계속)


[도움 주신 분: 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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