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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시그래프 2023] 영화의 95%가 CG, '가오갤 3'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실제 생물에서 레퍼런스를, 동시에 배우의 연기는 온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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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8-10 14:15:00
마블 영화가 개봉하면 꼬박꼬박 극장을 가던 시기가 있었다. 원래도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히어로물 특유의 유쾌함과 시원함을 특히 좋아했다.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 3)는 그 시절의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넘어, 기대 이상의 감동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다.

다양한 외계 생물부터 거대한 행성과 우주선, 화려한 액션까지 <가오갤 3>의 제작에는 CG의 역할이 매우 컸다. 시그래프 2023 현장에서 <가오갤 3> CG 제작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시그래프 202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프로덕션 세션 발표자
▲ 알렉시스 바즈브로트- 시각 효과 감독, 프레임스토어
▲ 테오 바이알렉- 시각 효과 감독,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
▲ 가이 윌리엄스- 수석 시각 효과 감독, 웨타 FX
▲ 스테판 나제- 시각 효과 감독, 프레임스토어


<가오갤 3> CG 제작팀을 시그래프 2023 현장에서 직접 만났다.


# CG 업체만 10곳 이상, 영화의 95%가 CG


마블 스튜디오는 10개 이상의 CG 업체와 함께 <가오갤 3>를 제작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의 메인 캐릭터인 로켓을 비롯한 동물 캐릭터들을 만드는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프레임스토어는 어른 로켓부터 아기 라쿤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테스트 버전 영상을 현장에서 공개했는데, 성장 구간마다 골격과 디자인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실제 라쿤의 모습과 만화적인 캐릭터의 사이에서 서사에 맞는 적정선을 찾아갔다고 한다. 아기 때는 더 동물처럼 보이던 로켓은 성장하면서 점점 더 사람에 가까워진다.


<가오갤 3> 서사의 중심에 있는 로켓


스토리의 흐름과 생물학적 성장에 맞춰 CG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라일라를 포함한 동물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실제 동물들의 움직임과 생김새에서 레퍼런스를 얻었지만, 생체 실험을 당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의도적인 연출이 추가됐다. 처음에는 무서워 보일 수 있지만 착한 마음을 가진 동물들임을 강조했던 것이다. 특히 배우들이 모션 캡처를 하며 만든 감정선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동작을 최대한 반영했고, 표정의 디테일을 살렸다고 한다.


※ <가오갤 3>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영화의 말미에 수많은 동물들이 탈출하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다. 다양한 동물 영상과 샘플을 관찰해 모델링이 진행됐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얼굴이 벗겨지는 장면 또한 피부 아래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많은 샘플링이 진행됐다고 한다.


메인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


작은 털복숭이 동물로 등장하는 '블러프'는 불독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았고, 돼지 외계인의 표정들은 실제 돼지의 습성에 레퍼런스를 두고 있다. 블러프가 오줌을 지리는 장면은 실제 강아지의 영상을 참고해 수정을 거쳤다고 한다. '코스모' 또한 팀원들의 강아지를 관찰해 특징을 반영했다. 라일라와 마찬가지로 코스모의 경우에도 배우의 시선 처리와 목소리 연기의 장점을 담는 것에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영화에서는 오르고스코프라고 불리는 유기체로 이루어진 행성이 등장한다. 하나의 거대한 행성에서도 미트볼, 미트링, 본링, 블루 브레이드 등으로 구역을 나누어 각기 다른 디자인적 특성을 부여했고, 생물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질감을 여러 차례 수정한 결과가 최종본으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초기 콘셉트 디자인 또한 현장에서 공개됐는데, 렌더링하기 어려운 디자인이라서 애를 먹었고, 실제 자연 속 생물들의 생김새와 현미경에서 보이는 세포 조직 구조를 참고했다고 한다. 스테판 나제는 자신의 팔에 화상을 입어 거대한 수포가 생겼을 때도 그것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오르고스코프 디자인에 적용한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유기체로 이루어진 행성 오르고스코프


초기 디자인 중에는 심해 생물들이 빛을 내듯 어둠 속에서 신비로움과 공포감을 주는 것도 있었으나 기각되었다고 한다.

# CG와 액션의 합을 맞추기 위한 노력

<가오갤 3>에는 음악에 맞춘 액션 장면이 많았다. 특히 '아레테'에 들어가 벌어지는 2분 15초 분량의 긴 액션씬은 카메라 무브와 샷의 연결을 위해 카메라 화각의 움직임을 모두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은 물론, 절묘한 각도에서 액션을 교차로 넣으면서 이어진 씬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카메라 무브가 많은 씬이라서 정확한 타이밍에 CG를 넣어야 했다고 한다.


스타로드가 무너지는 건물 사이로 슬라이딩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실제 촬영 장면은 잔해만 쏟아지는 상황에서 연기가 진행됐으나,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느낌으로 부서지는 구조물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화면이 완성됐다. 효과 또한 불, 연기, 스파크 등 여러 레이어를 겹쳐 하나의 장면을 구성했다.


아담 워록이 날아가는 장면은 자동차 뒤에 카메라를 달아 빠르게 달리며 동선대로 배경의 이동을 촬영하고, 와이어를 사용해 배우의 모션 캡처를 진행했다. 독특한 점은 자동차로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아담 워록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빠를 수는 없기에, 배경에는 배속을 걸고, 모션 캡처는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슬로우 모션이라고는 하지만 영화의 장면보다 느릴 뿐 현장의 액션도 굉장히 빨랐지만 말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긴 액션은 CG 작업과 촬영의 합이 중요했다.


아담 워록이 날아가는 장면은 영화 속 장면만큼 빠를 수 없기에 배속을 고려해 촬영됐다.

# <가오갤 3>의 공간들: 노웨어, 아레테, 카운터 어스

카운터 어스는 지구와 닮았지만 완전히 다른 외계의 행성으로, 지형부터 길, 건물 모두 하나하나 디자인 됐다. 레퍼런스가 된 실제 도시 이미지에서 CG 도시로 바꾸는 작업에서는 도시가 부서지는 것까지 모두 시뮬레이션 되어 있었다. 영화 후반부에 행성 전체가 붕괴되는 장면에서는 많은 폭발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도시의 곳곳이 부서지는 장면들을 연출했다.


붉은색 8면체 우주선 아레테까지 이어지는 다리는 금문교를 참고했으며, 우주선 선체 전체 크기가 4km에 달하기 때문에 작업량이 많았다고 한다. 밖에서 보이는 부분에서 먼저 시작해 전체로 확장해나간 CG 작업은 붉은 패널의 안쪽 구조까지 모두 만들었고, 아레테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는 그 디테일을 볼 수 있다.


'노웨어'의 경우에는 외부의 공격에 맞서는 액션 씬에서 카메라가 다양한 높이를 넘나들기 때문에 기존보다 건물과 구조물에 대한 추가 작업이 들어갔다고 한다. 수많은 레이어로 겹겹이 쌓아 올린 공간들은 실감나는 액션에 생동감을 더해줬다. 


아레테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이 한 장면에 아레테의 구조와 카운터 어스의 풍경, 폭발 CG가 모두 담겨 있다.


노웨어에서의 액션은 빠르고 넓게 움직이는 카메라에 맞춰 배경 CG를 넣어야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