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그래픽에 압도되어 본 경험이 있는가?
<아바타 2>를 아이맥스 3D로 봤을 때가 기자에게는 그런 순간이었다. 3D 그래픽으로 물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영화가 대단하게 느껴질 것이다. 부제부터 '물의 길'이다. 물이 안 나오는 구간이 거의 없다. 수면, 수중, 공중을 오가며 이어지는 전투와 액션은 제작진이 이 영화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보여줬다.
70대인 시고니 위버가 어떻게 10대 소녀 키리 역할을 소화한 것일까? 인간과 나비족은 키와 골격부터 다른데,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은 어떻게 실시간으로 교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를 실현한 기술이 우리에겐 게임 엔진으로 알려진 유니티의 산하로 들어간 웨타 디지털의 기술이다.
이런 그래픽 기술이 게임에도 적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제작진이 직접 말하는 <아바타 2>에 사용된 기술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로스앤젤레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시그래프 <아바타: 물의 길> 프로덕션 세션 발표자
▲ 에릭 세인던- 수석 VFX 감독, 웨타 FX
▲ 조 레테리- 수석 VFX 감독, 웨타 FX
▲ 마르코 레벌런트- 사전 제작 감독, 웨타 FX
▲ 니콜라스 일링워스- 효과 감독, 웨타 FX
▲ 리자드 베인햄- 시각 효과 감독,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
프로덕션 세션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시그래프 2023 유니티 키노트 세션의 사진을 첨부한다.
유니티는 2021년 웨타를 인수한 이후 유니티 웨타 툴 부서를 신설했고, 시그래프 2023 키노트에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에릭 세인던 수석 VFX 감독은 유쾌하게 참석자들을 맞아줬다.
마르코 레벌런트 사전 제작 감독
# 최신 기술로 연기를 끌어내고, 촬영 현장에 실시간 그래픽을 얹었다!
<아바타 2>의 제작 현장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단어가 있다. 바로
'아이라인 캡처'다. 아바타 배역의 얼굴 연기 화면을 아바타 키 높이에 맞게 띄워 놓고, 인간 역할의 배우와 함께 현장에서 움직이게 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 역할을 맡은 배우는 아바타와 확실하게 시선을 주고받으며 연기를 할 수 있었고, 감독은 실시간으로 아바타 그래픽이 합성된 화면을 현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3D 영상을 찍기 위해 2개의 카메라가 항상 동시에 촬영을 했는데, '리얼타임 뎁스'라는 기술로 현장에서 촬영 시야에 맞춰 정확한 깊이와 위치에 실시간으로 가상의 캐릭터를 얹었다. 물론, 이런 기술을 위해 블루스크린 촬영과 퍼포먼스 캡처를 병행해 같은 장면을 두 번 이상 찍어야 했지만, 감독과 배우 모두 얻는 이점이 많은 기술이었다고 한다.
조 레테리 수석 VFX 감독은 <아바타 2> 세션과 유니티 키노트에 모두 참석했다.
키노트에서 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3D 영상을 찍기 위한 카메라를 보는 장면을 소개했다.
군인의 머리 위쪽으로 보이는 빛나는 작은 화면이 '아이라인 캡처' 화면이다. 초점이 나간 게 아니라 심도를 표현하고 있는 중이다.
현장에서 보는 화면에서는 아이라인 캡처 부분에 아바타의 얼굴이 위치하고 그 심도와 위치에 맞게 아바타가 보인다.
# 말 그대로 물의 길... 유니크 워터 시뮬레이션만 1,600개
촬영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구성되고 잡아낸 것은 물 표면도 마찬가지였다. 85개의 라이브 액션 세트 중 13개가 대형 수조가 있는 세트였고, 실제로 배우들도 프리 다이빙을 습득하며 촬영했을 정도로 수중 촬영이 많았으나, 더 정교한 바다 표현을 위해 촬영장의 출렁이는 물 위에도 물 그래픽을 더했다.
탈 것에 대한 표현도 마찬가지다. 실제 보트로 바다에서 보트와 물의 모션을 따고, 그 모션을 세트장에서 다시 적용했다. 이때, 세트장의 보트는 위, 아래로 움직이고 앞서 따온 모션 시뮬레이션처럼 격렬하게 기울어지지만 횡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세트장에서의 촬영은 보트의 움직임, 물의 출렁임, 카메라 이동까지 정교하게 맞춰 진행된다.
이를 위해 7개의 탈 것을 만들었고, 1,600개의 유니크 워터 시뮬레이션을 촬영했으며, 웨타와 라이트스톰의 아티스트가 1,900명 이상 동원됐다고 한다.
바다에서 유니크 워터 시뮬레이션만 1,600개를 촬영했다고 한다.
세트장의 물도 움직이지만 그 위에 물 시뮬레이션을 더해 원하는 화면을 만들었다.
물에 대한 표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면 위에서는 물을 스프레이, 미스트, 공기로 레이어를 나누고, 수중에서는 버블, 폼 입자를 구성했다. 수면과 수중에서 벌어지는 여러 액션에 맞춰 어디까지 튀고, 어디까지 묻는지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다. 보트, 비행기의 뒤로 흩날리는 물결과 날리는 물도 모두 레퍼런스를 따서 실제 화면에 적용했다.
불 표현 또한 촛불 몇 개의 움직임에서 시작해, 가로로 불꽃이 일렬로 나오는 파이어 바, 규모를 키워서 거대한 폭발까지 모두 실제 불길을 촬영해 패턴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 프로페인, 산소, 이산화탄소, 가시광선의 레이어로 나눠 불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적용했다.
불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 진짜 얼굴이 아닌 아바타의 얼굴에 묻은 물에 대한 표현까지 모두 그래픽 기술의 산물이다.
# 얼굴 근육 전체를 분석해 사람의 표정을 아바타의 표정으로!
<아바타> 시리즈의 촬영은 얼굴에 대한 인식과 표현이 매우 중요했다. 배우의 표정을 판도라 행성의 종족들의 얼굴에 담는 작업은 쉽지 않다. 얼굴에서 턱과 눈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세밀한 표정의 변화를 근육의 운동으로 연결하고, 발음과 입술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얼굴 뿐만 아니라 목의 각도에 따른 조합까지 모두 생각해 많은 가능성을 열어 둔다.
이런 페이스 시뮬레이션을 위해 8개의 카메라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고, 배우의 표정과 얼굴 라인에서 캡처를 해서 모션을 인식하고 나면, 골격과 근육의 움직임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그 골격에 다시 새로운 외형을 덧씌우는 작업이 진행된다.
데이터셋에서 퍼펫으로, 사람의 표정을 아바타의 표정으로 바꾸는 이 과정은 <아바타 2> 촬영 분량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다.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시고니 위버가 과거 출연한 작품의 영상으로 애니메이션 테스트 영상을 제작했다. 액터 퍼펫을 캐릭터 퍼펫으로 만들면, 여기에서 연출의 방향에 맞게 표정의 디테일을 수정한다. 이런 재편집을 통해 연출의 방향성을 반영하고 더 사실적인 표정을 만들어낸다.
얼굴의 움직임을 분석해 액터 퍼펫, 캐릭터 퍼펫을 만든다.
<아바타 2>의 장면이 아니다. 시고니 위버의 과거 출연작으로 만든 사전 테스트 영상이 소개됐다.
<아바타 2>의 몰입감은 배우들의 열연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에서 함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