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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오버워치 PvE, ‘4인 코옵 슈팅’ 게임으로서의 가치는?

취소된 ‘스킬 트리’ 시스템이 남기는 아쉬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8-11 04:00:07

처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콘텐츠다.


<오버워치 2>의 ‘PvE 미션’ 이야기다. 원래는 1편과 2편을 구분 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였다. 새로운 맵,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적들을 상대로 영웅들을 성장시키면서 유저 취향에 맞는 스킬트리를 만들 수 있다고 블리자드는 홍보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갑작스러운 계획 축소가 선언됐다.


콘텐츠를 시즌제로 쪼개는 한편, 영웅별 ‘스킬 트리’ 계획은 아예 백지화한다고 블리자드는 밝혔다. 당연하게도 반향은 컸다. 제작진은 결국 유저들에게 사과해야만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PvE 콘텐츠의 ‘유료 판매’ 계획이 발표된 것. 축소된 콘텐츠를 15달러에 구매해야 한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유저가 불매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논란의 PvE 출시가 드디어 목전으로 다가왔다. 계획 축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5달러의 값어치를 할 만한 콘텐츠일까? 블리자드가 제공한 사전 체험 빌드를 통해 직접 알아봤다.




# 7년 만의 본론


<오버워치 2>는 세계를 위협에 빠뜨린 인공지능 무장 집단 ‘널섹터’의 준동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모인 오버워치의 발자취를 ‘이제야’ 뒤쫓는다. 7년 동안 떡밥만 흩뿌리며 달려온 이야기가 비로소 본론에 돌입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PvE 미션의 스토리 컷씬들은 오랜 팬 입장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 짤막한 상호작용 대사로만 교류하던 캐릭터들이 드디어 풍부한 표정과 동작을 섞어 본격적으로 대화 나누는 모습은 어쩔 수 없는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간 파편적으로 제시되었던 이야기들이 비로소 연결되는 데서 느껴지는 흥미와 쾌감도 있다.


하지만 이를 마침내 감상하게 되기까지 소모된 기나긴 시간을 생각하면, 만만찮은 씁쓸함도 함께 몰려온다. 어쨌든 2016년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의 전후 사정을 2023년에 이르러서야 알게 되리라 기대한 유저가 많을 리는 없다.


한편 이번 공개된 세 개의 PvE 미션은 핵심 캐릭터 ‘윈스턴’의 소집 아래 오버워치가 재결성되는 초반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소전'은 한때 오버워치를 이끌었던 인물 중 하나지만, 오버워치의 재결성에 대해선 지극히 부정적 태도를 보인다.

수십 년 전 ‘옴닉의 반란’ 당시 오버워치는 UN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막대한 규모를 자랑했지만, 이후 숱한 논란 끝에 결국 활동이 금지됐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세계를 묵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결성해 국경을 넘나드는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각 에피소드는 윈스턴과 동료들이 ‘영입 대상’을 도와 각국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미션 마지막에 합류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스토리 흐름상 등장 개연성이 있는 인물들만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나타나며, 그중 4명을 골라 협동하며 플레이하게 된다.


‘새로운 오버워치’를 대하는 세계관 속 여러 인물의 입장과 태도를 다면적으로 묘사하면서 스토리에 깊이를 더한다. 한때 세계를 구했지만 초국가적 권한을 남발한 끝에 해체당한 오버워치의 이중적 면모를 반영하듯, 인물들은 오버워치를 열렬히 추앙하기도, 혐오에 가까운 경계를 보이기도 한다.


그간 잘 빚어 놓은 여러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 점은 긍정적이다. 세계관의 핵심적 갈등 구조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대표 인물들을 구심점 삼아 자칫 난잡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의 결집력을 높였다. 특히 인류의 핍박에 폭력으로 맞서기로 한 널섹터의 수장 ‘라마트라’, 그와 동문수학했지만 반대로 인간과의 공존을 고민하며 대척점에 선 ‘젠야타’는 <오버워치>의 사회상을 알기 쉬운 형태로 표상한다.


7년 전 단편 '심장'의 뒷이야기가 이제야 나온다.


# 전에 없던 블록버스터 연출


많은 사용자는 축소된 ‘PvE 미션’이 과거의 ‘기간 한정 PvE’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추측했던 바 있다.


‘기간 한정 PvE’란 <오버워치>의 과거 연례 이벤트에서 한정적으로 오픈되었던 PvE 콘텐츠를 이야기한다. 고유한 적 유닛들과 시나리오를 제공하면서 유저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줬지만, 기존 PvP 맵을 조금씩 개조해 제작한 콘텐츠인 만큼 분량 및 규모에서 제한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예측과 달리 PvE 미션은 ‘기간 한정 PvE’와 비교해 월등한 규모를 자랑한다. 여전히 기존 PvP 맵을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훨씬 대폭적 수정을 거쳤으며, 전혀 새로운 지형도 등장하면서 볼거리를 제공한다.


본편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대규모 장면 연출도 인상적이다. 하늘을 가득 채우는 공중 전함, 피신하는 옴닉 무리, 탈출을 돕는 여객선, 도시를 관통하는 지하철, 동상 아래 숨겨진 거대 포탑 등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많다.


이렇듯 PvE에 어울리는 전용 맵을 완전히 새로 만든 덕분에, 차별화된 전투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플러스 요인이다. 적의 강력한 포격을 피해 실내 공간으로 대피하거나 여객선을 공격하는 옴닉을 바다에 빠뜨리는 등 지형지물을 활용한 플레이 경험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이는 난도가 높아짐에 따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전략 행동이 되기도 한다.


대규모 연출은 기대해도 좋다.


# ‘4인 협동 슈팅’ 문법 따르지만


PvE 미션은 장르적으로 보면 <레프트 4 데드>, <버민타이드>, <월드 워 Z>, <페이데이>, <딥 락 갤럭틱>과 같은 ‘4인 협동 슈팅’ 게임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4명의  유저가 힘을 합쳐 다양한 위기 상황과 적들을 물리치고 스테이지 끝까지 도달하는 구조다.


‘협동 슈팅’ 장르의 주된 재미는 당연하게도 유저들 간 ‘합 맞추기’에서 온다. 혼자서는 극복하기 힘든 상황을 함께 돌파해 낼 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만족감과 즐거움에 게임 디자인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때 협동의 재미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부분의 게임이 ‘역할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 장르의 시초에 해당하는 <레프트 4 데드>등 고전을 장르 내의 거의 모든 유명 타이틀은 캐릭터별 역할이 서로 뚜렷이 구분되는 편이다.


유저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팀에 기여하면서 효용감을 느낄 수 있는 영리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만족감을 한층 더 극대화하기 위해 장르 내에서 공통으로 애용되는 또 하나의 게임 디자인이 바로 ‘성장(육성)’ 시스템이다.


성장 시스템은 역할군별 특색을 강화해 다른 역할과의 변별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성장의 특정 마일스톤에 도달할 때마다 ‘강해지는’ 느낌을 부여해 줌으로써, 유저에게 꾸준한 만족감을 주기에 적합하며, 따라서 게임의 수명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같은 구간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더라도 경험치나 아이템 등 성장 보상이 따라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캐릭터 성장에 따라 게임플레이 경험 역시 조금씩 개선되기 때문에 전반적 지루함이 경감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의 ‘스킬 트리’ 시스템 삭제는 단순히 ‘부가 시스템’을 포기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장’과 ‘협동’이라는 장르의 키포인트를 동시에 저하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각자 장기를 살려 협동하는 기본 맥락은 다른 '협동 슈팅'게임들과 같다.


# 잘 채워지지 않는 ‘성장 시스템’의 빈자리


물론 성장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밸런싱과 게임 디자인의 난도가 극적으로 상승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오버워치>의 캐릭터 숫자는 무려 37명이며 앞으로 계속 증가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런 밸런싱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오버워치 2>의 캐릭터 수는 반대로 성장 시스템의 부재를 보완할 만한 장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나만의 재미’를 얻기는 어려워졌지만, 똑같은 콘텐츠를 여러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데서 오는 재미의 다양성은 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제작진은 유저가 최대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뒀다. 예를 들어 특정 미션을 특정 캐릭터로 클리어하면 해당 캐릭터의 ‘기밀문서’를 언락되는 일종의 수집 콘텐츠가 있다. 문서는 일기, 보고서 등 여러 가지 형태를 띠는데, 이를 통해 캐릭터의 비화,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막상 여러 캐릭터를 통해 미션을 반복 플레이하더라도, 캐릭터별 ‘역할 차이’ 가 예상만큼 확연하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각 캐릭터 특성을 고려한 적 기믹과 시나리오 설계가 이뤄지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추적자'가 아군 NPC를 완전히 지배하면 게임 오버다.

적 유형 자체가 크게 부족한 것은 아니다. 공중에 떠서 로켓을 발사하는 ‘도약자’, 높은 체력과 강력한 포격이 특징인 ‘포격기’, 아군을 붙잡아 행동 불능에 빠뜨린 뒤 큰 대미지를 주는 ‘추적자’, 민간 NPC를 일종의 뇌사상태에 빠뜨리는 ‘제압자’ 등 여러 유형의 유닛이 존재하며, 장대한 ‘보스전’도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유닛은 그 행동 및 공격 방식이 다채로움에도 불구하고, 공략 측면에서는 ‘빠른 파괴’ 외에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 기본 공격력이 약한 캐릭터를 골랐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와 ‘폭딜’을 넣을 수 있는 캐릭터를 플레이할 때 느낄 수 있는 재미에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오히려 기존 PvE 콘텐츠에서는 이런 ‘재미 격차’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각각의 캐릭터가 활약할 상황을 다채롭게 마련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 크다. 거칠게 말해 ‘디자인적 퇴보’로 평가할 만한 상황이다.


기존 ‘옴닉의 반란’ 이벤트에서 등장했던 적 유닛 ‘E54’의 예시를 통해 이를 분명히 살펴볼 수 있다. 설정상 플레이어블 캐릭터 ‘바스티온’과 동일 모델인 로봇 ‘E54’는 아군 근처에서 ‘공성모드’에 돌입, 높은 화력을 쏟아붓던 ‘중간 보스’ 격 유닛이다.


E54의 공략에서 각 캐릭터는 저마다의 역할이 확연하게 나뉘었다. 예를 들어 라인하르트는 ‘돌진’ 스킬을 통해  E54를 자리에서 멀리 이탈시킬 수 있다. 이때 E54는 ‘공성모드’가 강제로 해제되며,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 공성모드에 재돌입할 때까지 공격력이 크게 약화하기 때문에 아군의 생존과 공격 기회를 모두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적 유형과 공략법이 마련되어 있었던 <옴닉의 반란>

트레이서의 경우 ‘점멸’ 스킬과 강력한 근거리 화력, 그리고 ‘시간 역행’ 기능을 이용해 E54의 시선을 분산하고 후방의 약점을 집중 공략할 수 있었다. 궁극기 ‘초고열 용광로’를 통해 강력한 ‘장판딜’이 가능했던 토르비욘 또한 제자리에서 공격하는 E54의 행동패턴을 역이용할 적절한 수단을 가졌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존 PvE 콘텐츠에서 제작진은 플레이어블 캐릭터 각자가 나름의 ‘제 몫’을 해낼 수 있도록 전투 시나리오와 유닛별 특성을 비교적 더 정교하게 설계했다.


물론 이번 PvE 미션에서도 이런 ‘역할 분담’ 디자인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추적자’ 유닛이 아군 NPC를 포획하지 못하게 막으려면, 화력을 빠르게 쏟아붓거나 ‘넉백’류 스킬로 밀쳐내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따라서 ‘추적자’ 유닛이 등장하는 구간에서 넉백류 스킬을 가진 캐릭터들의 가치는 크게 상승한다.


다만 넉백과 같은 ‘유틸형’ 스킬을 지니지 못한 캐릭터들의 경우 ‘빠른 적 제거’ 외에 이렇다 할 활약 수단이 없다. 심지어 유틸형 스킬의 활용 역시 대부분은 ‘넉백을 통한 일시적 무력화’로 한정되기 때문에 게임플레이의 다채로움이 크게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는 기존 계획대로 ‘스킬 육성’ 시스템이 건재했다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을 단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더 크다.


이번 PvE 미션에서도 '보스 몬스터'의 패턴과 대응법은 다양한 편이다.


# "팬이라면"


상술한 모든 감상은 낮은 난도에서 봇(bot)과 함께 체험한 내용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인간 플레이어와 더 어려운 난이도에서 함께 플레이했다면 직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합 맞추기’의 필요성, 그리고 캐릭터별 재미 변별성이 비로소 눈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성장 시스템 부재로 인한 콘텐츠의 수명적 한계는 여전한 문제다. 기본 수십 시간의 재미를 보장하는 협동 슈팅 게임이 시장에 다양하게 포진한 상황에서 PvE 미션의 가격 대비 효용에는 다소의 의문부호가 남는다.


다만 PvE 미션 콘텐츠는 인게임 재화, 신규 캐릭터, 캐릭터 스킨 등과 함께 ‘묶음’으로 판매되는 상품이다. 따라서 15달러 가격이 고스란히 ‘PvE 콘텐츠’에만 지불하는 대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블리자드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고품질 애니메이션, 드디어 전개되는 ‘공식 스토리’ 등 독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오버워치> IP에 애정을 품고 있는 팬들에게라면 충분한 구매 가치를 지닌 상품이 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