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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유니티, 게임 받을 때마다 돈 내라... 개발자들은 "절규"

새 '런타임 요금제' 파장, 유료 모델 끼워팔기 의혹... 외신은 "유니티의 죽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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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9-13 15:06:46

유니티의 자충수일까? 아니면 업계의 변화가 시작될 신호탄일까?

유니티가 13일 유니티엔진으로 만든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때마다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 런타임 요금제를 발표했다. 이에 국내외 개발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니티에서 언리얼로 갈아타야 하나", "하이퍼캐주얼 장르처럼 다운로드 수로 승부를 보는 장르는 어떡하나", "이제 유저들이 게임을 덜 다운받기를 기도해야 하는 것인가"와 같은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외신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밤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가디언 - 유니티 엔진이 새로운 수수료를 발표하자 분노한 게임 개발자들
폴리곤 - 게임 개발자들은 유니티의 큰 변화가 스튜디오를 위험에 빠트린다고 말한다
게임 디벨로퍼(옛 가마수트라) - 유니티의 죽음(The Death of Unity)

유니티 요금제는 정확히 어떻게 바뀌는 것일까? 그리고 현직 개발자들은 어떤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일까?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김재석 기자




# 다운로드할 때마다 요금이 부과된다

새롭게 발표된 유니티 런타임 요금제는 2024년 1월 1일 이후 신규 다운로드 횟수를 기준으로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 지난 12개월 동안 최소 매출 기준을 통과하고, 총 누적 설치 횟수를 초과한 게임에 대해 설치 1회마다 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유니티 퍼스널, 플러스의 최소 매출 기준은 최근 12개월 간 20만 달러(약 2억 6,500만 원), 총 누적 설치 횟수는 20만 회, 유니티 프로, 엔터프라이즈는 최근 12개월 간 100만 달러(약 13억 2,700만 원), 총 누적 설치 횟수 100만 회 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국가, 구독 라이선스, 다운로드 구간별로 부과 요금이 다르지만, 한국의 경우 설치 1회 당 최대 0.2달러(약 265원)를 내게 된다.


문제는 이미 출시된 게임 중에서도 요건에 맞는 게임에는 모두 2024년 1월 1일 이후 신규 다운로드에 대해 요금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한국, 미국, 일본 등 18개 국가에서 설치된 앱에는 표준 요금이 그 외 국가에서는 신흥 시장 요금이 적용된다.(사진 출처: 유니티)


# 유니티는 왜 이런 초강수를 뒀을까?

이에 개발자들은 반발했다. 주요한 주장은 다음과 같다.


- 다운로드에 추가 징수는 무리수다.

- 유니티 측에서 어떻게 다운로드 수를 집계할 것이냐? (불법 다운로드도 셀 것이냐?, 설치하고 바로 지우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원신> 같은 라이브 게임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논란이 일자 유니티는 추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유니티는 "가격 인상은 맞지만 이는 일부 사용자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했다. "영향을 받게 될 개발자들은 일반적으로 성공적인(Succesful) 게임을 만들어 우리가 제시한 최소 기준 이상의 큰 수익을 창출하는 개발자들 뿐"이라고 언급했다. 20만 달러, 20만 다운로드, 100만 달러, 100만 다운로드 등 기준을 넘어서지 않은 게임에는 추가 요금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


하지만 여론은 개선되지 않았다. 다운로드 수가 지표가 된 상황에서, 유니티가 어떤 방식으로 다운로드를 비용으로 옮길 것인지 해설되지 않았기 때문. 데모, 얼리 액세스 등의 다운로드 또는 일명 '복돌'로 불리는 불법 다운로드도 최소 기준 및 추가 요금 부과에 포함되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주장이 많다. 다운로드만 받고 플레이하지 않은 경우나 멀티 플랫폼 게임을 여러 디바이스에서 한 유저가 다운로드 받으면 그것도 요금이 부과될까? 


이와 관련해 디스이즈게임은 설치 횟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유니티 본사에 문의해 둔 상태다.


전 세계 모바일, PC, 콘솔 게임 중 절반 이상이 유니티로 제작되고 있다. 
특히 상위 1,000개 모바일게임 중 70% 이상은 유니티로 만들어졌다.
유니티로 제작된 앱은 2022년 기준 매달 40억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사진 출처: 유니티)


# 유니티의 고육지책?


최근 몇 년 사이 유니티의 매출은 계속 증가했으나, 기업의 재무 상태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유니티의 매출은 매년 성장세에 있지만, 회사는 계속 순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2분기, 유니티는 전년 동기 대비 80%가 성장한 5억 3,300만 달러(약 6,924억 원)의 매출을 거두었으나, 1억 9,200만 달러(약 2,551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입었다.


주가도 예전만 못하다. 코로나19 상황 속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2021년 유니티의 주가는 100달러를 훌쩍 넘겼다. 9월 13일 기준, 유니티 주식은 한 주당 38.97달러에 거래 중이다. 절반 이상이 떨어진 셈이다.


최근 ​유니티는 수백명 규모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유니티는 지난 1월에는 직원 300명, 5월에는 직원 600명을 해고했다.​ 정리해고의 이유에 대해 CEO 존 리치티엘로는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해 목표, 전략, 우선순위를 재평가했다. 지금까지와 동일한 비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더 회사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더욱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니티는 광고 중개 및 광고 노출 솔루션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이름하여 유니티 레벨플레이 미디에이션​. 유니티의 해당 솔루션을 이용하면, 논란의 런타임 요금제를 공제해준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광고 솔루션을 판매하기 위해서 다운로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런타임 요금제로 요금이 부과되든, 다른 제품을 함께 사용하든 
런타임 요금 부과 조건을 충족하는 게임들의 개발사 및 퍼블리셔의 비용은 기존보다 커질 것이다. (사진 출처: 유니티)



# 현직 개발자들의 반응은?


유니티엔진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의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 및 SNS 등지에서는 "최악의 경우에는 언리얼로 갈아타야 하나"라는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결정된 사항", "달마다 얼마나 비용이 들지 불확실한 점이 문제"라는 불만과 지적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유니티의 런타임 요금제와 유사한 변화가 다른 업체의 서비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했다. 게임 패스 같은 구독 서비스 등이 차후 비슷한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우려가 사실이 된다면 '언리얼로 갈아탄다'는 선택지 또한 무색해질 수 있다. 이미 게임개발 엔진 시장을 두 엔진사가 독점한 상황에서 개발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게임 <모탈 신>(Mortal Sin)의 개발자 니콜라 토도로빅은 "6년 이상 유니티3D를 사용해왔지만, 이제 엔진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설치 횟수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터무니없으며, 데모, 게임 패스, 불법 복제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 또한 아쉽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인디 개발사 파이럿 소프트웨어 또한 "일부러 게임 다운로드를 해서 스튜디오를 망하게 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유니티는 탐지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패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 예상이 틀리길 바란다"고 했다.


6년 넘게 유니티3D를 사용했지만, 엔진 교체 고민을 하고 있는 니콜라 토도로빅


파이럿 소프트웨어는 다운로드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신사적인 비판 외에 뼈아픈 농담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디 개발사 트리폴 스튜디오는 "이제 우리 자체 엔진을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 이런 작업을 위해 함께 할 엔지니어가 있는가?"라는 구인 게시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인디 개발사 템포랩 게임즈는 식대, 데이터 비용, 임대료 등과 함께 유니티 런타임 요금을 과장해 올리며 "경제를 잘 아시는 분은 예산 책정을 조금 도와주시라. 내 인디 스튜디오가 죽어가고 있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유니티의 주요 고객층인 모바일게임 개발자들은 본지에 "안 그래도 경기 침체 등으로 상황이 좋지 못한데, 추가 비용까지 부과되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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