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2024년 세계 게임 업계, 주목할 만한 키워드 3가지

생성형 AI에서 해외 규제까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12-29 18:31:37
2024년이 다가왔다. '대작 풍년'이라는 거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구조조정을 감내해야만 했던 세계 게임 업계도 이제는 지나간 날들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시선을 둬야 할 시간이다.

2023을 관통한 게임계 주요 사건 중, 2024년에도 고스란히 그 영향력을 이어갈 만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게임 만드는 방법을 영영 바꿔버릴지도 모르는 생성형 AI의 등장에서부터, 비로소 끝난 게임사상 최대 인수전과 그 여파, 그리고 게임사의 '유저 보호' 개념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할 유럽의 새로운 규제까지, 주목할 만한 키워드를 몇 가지 살펴봤다.



# 생성형 AI

2023년 생성형 AI는 전 세계를 매혹했고, 또한 두려움에 빠지게 했다. 오픈 AI의 대형언어모델(LLM) 챗GPT를 필두로 구글, MS, 테슬라, 아마존, 삼성 등 빅테크 기업들은 빠짐없이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들었거나 앞으로의 참전을 예고한 상태다.

생성형 AI가 게임 업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는 기존 창작 인력의 퇴출이다. 업계는 이전에도 AI를 다방면에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원화 제작, BGM 작곡, 시나리오 집필, 성우 연기 등의 창의적 분야에서조차 AI가 적극 응용되기 시작하면서, 관련 인력의 축소나 완전 대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두된다.

매우 가까운 예시로 이번 달 출시한 넥슨 산하 엠바크 스튜디오 신작 PvP 슈터 <더 파이널스>를 꼽을 수 있다. 경기 내용을 중계하는 해설자 남녀의 목소리가 AI로 제작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는 한편 비판을 샀다. 개발진은 작업시간 단축과 향후의 작업 편의성을 위해 AI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모델은 전부 인간의 저작물을 토대로 학습을 진행 중이다. 이렇듯 인간의 창의력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 AI 기술이 종국에는 거꾸로 인간 창작자를 몰아내는 윤리적 딜레마는 현재 다양한 산업에 걸친 뜨거운 화두다. 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최초의 유의미한 시도로서 지난 10월 종료된 미국작가조합(WGA)의 파업이 손꼽히고 있다.

<더 파이널스>는 전문 성우를 기용하는 대신 AI를 활용했다.

WGA 파업은 넷플릭스 등 OTT 기업이 제작 단가 절감을 위해 AI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 데 따른 적극적 대응으로 시작됐다. WGA가 얻어낸 최종 합의안에는 AI가 인간 작가의 저작물을 직접 재창작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 그리고 거꾸로 인간이 AI가 작성한 초안을 수정하는 작업을 맡았을 경우, 해당 작업물을 작가의 고유 창작물로 인정하는 조항 등이 담겼다.

WGA 파업은 AI 도입을 전면으로 저지하지 않으면서도 창작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공로와 보수 또한 지켜낸 현명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창작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절충안이라는 점에서 게임업계 역시 참고로 삼을 만하다.

AI 기술의 무단적 학습에 맞서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28일에는 뉴욕타임즈(NYT) 역시 오픈AI를 고소했다. 챗GPT의 언어학습에 자신들의 기사들이 무단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가중치를 부여해 학습의 중요한 지표로 삼기까지 했다는 것이 NYT의 주장이다.

한편, 생성형 AI를 활용한 새로운 유형의 게임 출현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 언어 모델을 이용해 능동적인 NPC 대화 시스템을 구현하는 시도가 여러 창작자와 기업에 의해 이뤄진 바 있다.

예를 들어 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는 지난 5월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아바타 서비스 ACE(아바타 클라우드 엔진)를 공개했다.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는 챗GPT 기반으로 살인사건 용의자 로봇들과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개발 중이다.

그 외 인게임 콘텐츠 영역에서 AI 활용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일례로 크래프톤은 유저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멀티플레이 게임을 함께 플레이해주는 AI 서비스 ‘버추얼 게임 프렌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캐릭터 애니메이션 제작, QA, 지형생성 등 AI가 기존에 활용되던 분야에서도 더 큰 기술 심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ACE 시연 영상


# 클라우드 게이밍, MS가 독점할까?

MS의 게이밍 부서가 2023년 한해 총력을 기울인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2024년에는 인수전의 본 목적이었던 게임패스 구독 서비스와 그 산하의 클라우드 게이밍 산업에 드디어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다중 게임 구독 서비스인 게임패스 안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도 함께 제공 중이다. 최고 티어인 ‘얼티밋’ 플랜 구독자에 한해 모바일, PC, 콘솔 등에서 자유롭게 클라우드 게이밍을 즐길 수 있다.

고가의 게이밍 하드웨어 없이 네트워크 연결만으로 게임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한때 게임 플랫폼 시장 전반을 재편할 강력한 게임체인저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당초의 예상과 달리 2023년 한해 클라우드 게이밍의 ‘반란’은 아직 현실이 되지 못한 상태다. MS 게임패스 구독자는 공식 발표 수치를 기준으로 2,500만 명가량인데 비해, 전통적 게임 콘솔인 PS5의 판매량은 누적 5,000만 대를 돌파하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 안에서의 MS의 입지는 앞으로 더 공고해질 예정이다.

영국 내 클라우드 게이밍 업계의 경쟁 저해를 우려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반대했던 영국 경쟁시장청(CMA) 발표에 따르면, MS의 시장 점유율은 60~70%로 압도적이다. 차순위인 엔비디아, 소니의 경우 10~20%로 추산된다.

이렇듯 앞서나가는 상황에서 MS는 이제 액티비전 블리자드 산하의 여러 타이틀까지 구독 서비스에 포함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인수가 완료되면 Xbox와 협력해 전 세계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타이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중으로 게임 패스에 게임을 추가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적어도 당분간 클라우드 시장 안에서 MS 선두의 경쟁 구도가 뒤집힐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CMA의 경우 아예 이 점을 우려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반대하기도 했으나, MS가 영국 시장 한정으로 액티비전의 핵심 타이틀 <콜 오브 듀티>의 클라우드 서비스 권리를 유비소프트에 양도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결정을 번복했다.

한편 새로운 플레이어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의 파이를 얼마간 차지할 가능성 또한 점쳐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아마존을 제외하면 OTT 사업자 중 가장 강력하게 게임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구독자들에게 무료 모바일 게임을 제공 중이며, 개발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라이브러리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유력 인디 게임의 모바일 버전을 독점적으로 서비스하는가 하면, 자사 IP와 연계한 트리플A 게임 개발 계획도 계속해서 피력 중이다.

더 나아가 지난 8월부터는 캐나다와 영국 지역에 한정해 PC와 TV 등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도 진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전통적 게임사들에 비하면 넷플릭스의 게임 업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마냥 무시하기 힘든 이유는 막대한 구독자층에 있다.

한때 구독자 감소 및 정체를 겪으며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여전히 넷플릭스는 구독 서비스의 최강자로 군림한다. 통계 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자 수는 2억 4,700만 명에 달하며 서비스 지역은 190개 국가에 걸쳐 있다.

약점이었던 게임 라이브러리의 타이틀 부족 문제도 점차 해결 중이다. 최근에는 GTA: 트릴로지, <풋볼 매니저 2024> 등 모바일 환경에 어울리는 인기 게임을 입점시키는 등, 감각적 행보를 자랑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게이밍 서비스는 EA에서 모바일 게임을 담당했던 마이크 베르두가 이끌고 있다.



# 주목해야 할 해외 규제

지난주 중국이 기습 발표한 ‘온라인게임 관리를 위한 조치’는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둔 국내 게임 업계가 예의주시할 규제로 떠올랐다.

발표된 규제안에는 ▲강제 전투 금지 ▲​게임 과사용 및 과소비에 대한 제한 ▲​게임 테스트에 대한 기준 ▲​미성년자에 대한 게임 지도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로그인 보상, 최초 충전 보상, 연속 충전 보상 등 종래의 마케팅 관행을 금지하고 있어 충격을 안겼다.

게임사들의 수익에 직격타를 날릴 만한 강력한 규제 예고에 중국의 텐센트와 넷이즈는 물론,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다수의 국내 게임사 역시 최대 15% 주가 하락을 겪는 등 파장이 일었다.

이에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다음 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 의견 수렴은 더 많은 의견을 듣고 규정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초안 제17조, 18호 및 기타 내용에 대한 각 당사자의 우려사항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 관련 부서, 기업, 이용자 및 기타 당사자 의견을 계속 경청하겠다”고 추가 입장을 냈다.

보도자료에서 특정된 제17조와 제18조는 각각 상기 언급된 ‘강제 전투 금지’, 그리고 각종 결제 유도성 보상 금지 등 가장 문제가 됐던 내용을 가리키고 있어, 최초의 파장은 다소 수그러든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내용의 일부, 혹은 전체가 실제 적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아직 긴장 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 공고된 조항 중 일부

한편 유럽연합(EU)이 2024년 2월부터 확대 시행하는 DSA(디지털서비스법) 또한 유럽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모든 글로벌 게임 사업자들에게 영향을 줄 예정이다.

DSA는 유저들을 유해 콘텐츠, 사생활 침해, 기만적 사업행태 등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할 책임을 지우는 법안이다. 적용 대상은 모든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 기업으로 B2B, B2C, C2C, C2B 등 운영 분야가 모두 포함된다. 더 나아가 EU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더라도, EU와 EEA(유럽경제지역) 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예외 없이 포함된다.

이러한 DSA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등을 포함, 유럽 내 4,500만 명 이상 유저를 지닌 19개 플랫폼에 대하여 2023년 8월 이미 선도적으로 적용되었다. 위반시 글로벌 매출의 6%에 달하는 막대한 과징금을 물릴 수 있으며 반복 위반할 경우엔 유럽 시장에서 퇴출까지 가능한 강력한 법안이다.

법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플랫폼 내의 가짜·불법 정보 유포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악성 유저를 제재하고, 다크 패턴(소비자 기만 UI)을 일소할 의무도 진다. 유저 개인의 성별·인종·정치 성향·종교 등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 집행, 미성년자 대상의 맞춤형 광고 집행도 금지다. 또한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해 EU 안에서의 월간 유저수를 공개해야 한다.

특히 상기 언급된 19개 대형 테크 기업들의 경우 추가로 당국 요청 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당국이 정한 외부 전문가 및 연구자들에게 플랫폼의 안정성 점검을 위해 주요 데이터를 제공할 의무까지 진다.

실제로 이러한 책임을 불이행한 직접적 사례로 일론 머스크의 엑스(구 트위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머스크에게 인수된 이후 엑스 운영에서 드러난 유해 콘텐츠 확산, 기만적 유저 인터페이스, 플랫폼 투명성 확보 미흡 등 사항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DSA의 규제 내용은 유저간 분쟁 및 괴롭힘, 혐오 표현 방치, 다크패턴을 이용한 약탈적 BM 등 문제를 가득 안고 있는 글로벌 게임 업계에 적잖은 파급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국가연합체인 EU 내 규제 법안은 그간 타지역 국가들의 규제 방향성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2월부터 시행될 DSA의 향방에 관심을 둘 이유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신목록 91 | 92 | 93 | 94 | 95 | 96 | 97 | 98 | 99 |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