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게임하이 인수에 실패한 CJ인터넷이 ‘또 하나의 게임하이’ GH호프아일랜드를 인수했다.
CJ인터넷은 지난 29일 공시를 통해 GH호프아일랜드의 지분 49.2%를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 경영권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총 인수금액은 약 150억 원. CJ인터넷은 기존 벤처 캐피탈 지분을 포함, 최종적으로는 총 53%의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CJ인터넷은 기존의 CJIG와 애니파크, 씨드나인게임즈, 마이어스게임즈에 이어 또 하나의 개발사를 자회사로 확보했다.
■ GH호프아일랜드는 어떤 회사?
GH호프아일랜드는 지난 2009년 4월에 설립된 온라인 게임 개발 전문회사로, 이번 인수 이전만 해도 게임하이가 45.45%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최대 주주이자, 사실상 게임하이의 ‘개발 전문 자회사’ 였다.
전 게임하이 대표인 정운상 씨가 GH호프아일랜드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게임하이의 히트작 <서든어택>과 <데카론>의 개발을 총괄한 백승훈 전무를 비롯, 게임하이 출신의 주요 개발진들이 300여 명 가까이 대거 포진해 있다. 여기에 게임하이의 주요 차기작들도 개발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GH호프아일랜드를 ‘개발력이 검증된, 또 하나의 게임하이’ 라고 까지 불렀을 정도다.
현재 GH호프아일랜드는 <서든어택 2>를 제외하면 게임하이 차기작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3D 그래픽의 TPS 게임 <하운즈>(과거 <프로젝트 E>라는 이름으로 공개) 및 내년 상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는 웹게임 <킹덤즈> 등 5개의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이중에는 ‘블록버스터 급’ 대작 MMORPG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에 살짝 공개된 <하운즈>(프로젝트E)의 이미지
■ CJ인터넷, 가능성 있는 개발사를 선점하다
CJ인터넷의 경우, GH호프아일랜드의 인수에 당장 큰 이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GH호프아일랜드가 제작 중인 게임 중 먼저 선보일 <하운즈>와 <킹덤즈>는 이미 게임하이와 글로벌 판권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들이 넷마블(CJ인터넷의 게임포털)에서 서비스 될 가능성은 적다. 이에 대해 CJ인터넷의 한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두 게임의 넷마블 서비스는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두 작품을 제외한 다른 차기작들. 그리고 게임하이 출신의 우수한 개발인력들을 대거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GH호프아일랜드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이른바 ‘백승훈 사단’의 개발력은 국내 최고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게다가 CJ인터넷은 이번 인수를 통해 자회사 라인업만으로도 2011년 이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굉장히 풍부한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CJ인터넷의 자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CJIG의 MMORPG 차기작을 비롯해 애니파크의 <마구마구 더 리얼> 및 <프로젝트 A4>, <그라운드 제로>, 씨드나인게임즈의 <마계촌 온라인>과 마이어스게임즈의 <모나크>등. 공개된 게임만 해도 5개가 넘는다.
한편 CJ인터넷은 올해 초, 남궁훈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유망한 게임 개발사라면 아직 게임이 나오기 전이라고 해도 한 발 앞서 투자하는 새로운 퍼블리싱 사업 모델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혀왔다.
올해 CJ가 인수한 씨드나인게임즈와 마이어스게임즈는 모두 차기작이 서비스에 앞서 인수 된 케이스. GH호프아일랜드도 이에 포함된다.
■ 넥슨과 게임하이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한편 이번 인수는 게임하이와 그 모회사인 넥슨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해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CJ인터넷이 사실상 게임하이 개발인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백승훈 사단’ 및, 게임하이의 차기작으로 알려진 게임들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넥슨이 게임하이를 인수한 의미가 상당수 퇴색됐다’고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넥슨이 게임하이의 지분 52%를 확보한 데 든 비용은 1,290억 원인 반면, CJ인터넷의 GH호프아일랜드 인수 비용은 150억 원이다. CJ인터넷은 넥슨의 게임하이 인수 비용의 13%으로 게임하이의 미래를 투자한 셈이다.
하지만 넥슨과 게임하이는 애당초 GH호프아일랜드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게임하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GH호프아일랜드의 지분 약 69%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상 게임하이의 모회사인 넥슨의 동의가 없었다면 이번 CJ인터넷의 GH호프아일랜드의 인수는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은 게임하이를 인수할 때 <서든어택> 및 <서든어택 2>, 그리고 <데카론> 정도만이 관심사였다. 그리고 GH호프아일랜드의 <킹덤즈>와 <하운즈>의 판권도 이미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투자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H호프아일랜드는 300여 명이 넘는 개발자들과 방대한 프로젝트로 지난해 4억3,6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57억4,5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넥슨과 게임하이는 추가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한편 넥슨과 게임하이는 이번 인수에 대해 “CJ인터넷이 인수했어도 게임하이는 여전히 호프아일랜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도 호프아일랜드와 협력 관계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