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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과 심의, 그 굴곡의 역사를 말하다

[창간 6주년 특집] 게임, 2R 열리다 ③ 심의 제도 편

정우철(음마교주) 2011-03-16 15:47:46

디스이즈게임은 창간 6주년을 맞이하여 '게임, 2라운드(R) 열리다'라는 주제로 특집 연재물을 게재합니다. 최근 게임시장은 산업, 제도, 문화, 인식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른바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낯설고 어둡기만 하던 '게임'이 10여년을 거치면서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임의 키워드도 '성장'과 '산업'에서 '성숙'과 '문화'로 달라지는 한편, 게임 제작과 마케팅을 포함한 시장의 상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창간 6주년 특집 '게임 2R 열리다'를 통해 게임산업의 흐름을 중심으로 각 분야별로 달라진 판도를 정리합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주


게임업계는 지금 심야 강제 셧다운 제도와 관련해서 이견이 분분하다.

 

사전등급심의 제도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셧다운 제도는 이중 규제라는 이야기다. 실제 등급심의는 게임의 내용을 검토한 후 등급을 결정하는 분류제이지만, 셧다운 제도는 게임내용과 상관없이 나이 제한에 따른 강제적 규제하는 점에서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게임업계는 궁극적으로 자율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정부 중심의 규제와 심의에서 벗어나 보다 창작의 나래를 펼치고 싶어 한다. 방송국의 드라마와 영화 등이 심의가 사라지고 자체적으로 심의하고 있다는 점도 게임업계의 꿈이 허황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게임 심의와 규제, 제도는 왜 생겼을까? 이유 없는 논란은 없다. 지금까지 게임 심의의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봤다.

 

■ 게임관련 주무부처의 잦은 변경의 시대

 

게임 관련 심의 등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2002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온라인게임 사전심의 부터다. 그렇다면 2002년 이전에는 어떤 규제를 받고 또 제도의 영향을 받았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전에도 존재했다.

 

1998년 이전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컴퓨터산업중앙회(한컴산)에서 심의 관련 업무를 대행했다. 어떻게 본다면 지금 업계가 요구하는 자율심의가 존재하던 시기였다. 물론 심의업무 대부분 아케이드 게임기에 치중됐다.

 

그러나 당시 한컴산이 업계 대표들이 모인 단체였고 관련법 통과를 위해 국회위원에게 금품 로비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로비가 인정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이 사건이 큰 물의를 빚었고 업계의 비리로 치부됐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이후 게임심의 관련 주무부처는 문화부로 이관됐고 1998년 8월부터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전신, 이하 공진연)는 게임의 심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97년 설립된 공연진은 영화 사전심이 위헌 판결이후 설립된 민간자율 심의기구였다 

 

 

그러나 당시의 게임 심의는 사전심의로 등급분류가 아니었다. 공진연은 선정성, 선혈과다, 살상과다 등의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만 가릴 뿐이었다.

 

이를 통해 연소자, 중학생, 고등학생 연소자 불가라는 4가지 등급으로 분류하고 이외에는 유통금지를 시켰다. 게임의 콘텐츠 내용이 아닌 영상물로서 표현 수위만을 포고 판단한 것이다. 즉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부분을 가위질해서 출시하거나 제품의 출시 자체가 아예 불가능 했다.

 

당시 수입이 금지됐던 게임은 <퀘이크> <풀아웃> 등이 있었으며, <스타크래프트>도 연소자불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는 게임이 문화 콘텐츠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관심 밖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게임이 부흥하면서 게임계가 산업으로 점자 도약하는 시기를 맞게 된다. 이와 더불어 게임 심의에도 큰 변화를 맞게된다.

 

과다선혈, 과다살상의 이유로 수입금지가 되었던 <퀘이크>

 

 

2002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게임심의 시작

 

게임의 사전심의제도가 공론화 된 것은 2001년부터. 당시에도 게임 심의를 위해 내세운 논리는 청소년 보호였다.

  

지금이야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등의 콘텐츠 심의가 필요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개념도 없었고 표현의 자유에 비해 이를 묘사할 기술적인 바탕이 없었다. 실제로 여성 캐릭터의 노출은 예전에도 많은 말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게임화면에서는 단순한 도트의 모음으로 밖에 표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고스톱, 포커류의 게임이 포털에 등장하고 3D 그래픽의 도입으로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점차 게임의 심의요구가 대두됐다.

 

도트로 표현된 <라그나로크>도 사망시 일부 캐릭터에서 팬티노출로 논란이 되던 시기.

 

그리고 2001년 게임물 사전등급 심의제도 공청회가 열렸고 게임에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연령등급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해당 업무는 문화부 산하의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유지하게 됐다. 게임의 콘텐츠 내용이 아닌 영상물로서의 표현범위를 판단하겠다는 의미였다. 당시 리니지 시리즈 파동이라 불렸던 게임물 사전등급 심의제도는 이렇게 시작됐다.

 

당시 <리니지> <리니지 2>의 등급은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칼을 휘두르는 표현과 PK, 개 경주 등의 문제를 들어 <리니지>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리니지 2>역시 비슷한 문제와 더불어 3D 그래픽에서 여성 캐릭터의 팬티가 노출 되는 등의 선정성 문제까지 더해졌다.

 

<리니지 2>가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은 이유중 하나인 팬티 노출 사건...

 

 

■ 고무줄 등급심사 논란과 이중심의

 

당시 영등위는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이라는 범위 안에서 나름 구체적인 조건을 가지고 심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해당 조건을 해석하는 심의위원에 따라 등급 판정은 말 그대로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는 문제가 되풀이 됐다. 심지어 비지니스 모델인 부분유료화 시스템도 사행성 우려가 있다며 등급 연령 상승의 요인이기도 했다.

 

<리니지> 심의를 예로 들어보자. 엔씨소프트는 가장 큰 문제가 됐던 PK 시스템을 제거한 로엔그린버전과 PK가 적용된 데포로쥬버전을 동시에 심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심의물 불량 판정. 이유는 서버명 만으로는 PK여부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뿐만 아니다 로그인 화면에서 캐릭터가 칼을 들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18세 이용가 판정을 내리는가 하면, 비슷한 게임은 15세 이용가 판정이 나오는 등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이 당시 업계의 불만이었다.

 

게임 내용이 아닌 서버명이 이해 안간다고 등급 거부가 내려진 사건도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에서도 사후심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즉 사전심의와 사후심의가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기준의 적용을 받은 것이다.

 

영등위에서 사전심의를 거처 등급을 부여 받고 서비스를 해도 정통윤에서 사후심의를 통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자체가 불법이 됐다. 역시 <리니지> 시리즈가 문제가 됐다.

 

영등위로부터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아 서비스 중인 <리니지> PK버전이 정통윤으로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결과를 보면 영등위나 정통윤 어느 한쪽에서 잘못된 심사를 한 것이다.

 

물론 당시 영등위와 정통윤은 법에 근거한 심의 결정이라며 서로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런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소송도 벌어졌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상대로 유해매체지정물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이중심의 논란이 해결되기까지는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국무조정실이 영등위 사전심의와 정통윤 사후심의를 검토한 결과 영등위 단일심의로 업무조정을 명령한 것이다.

 

 

영등위의 비리 적발과 바다이야기

 

영등위의 심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문제를 노출 시켰다.

 

심의 기관이 사실상 권력기관으로 군림하기 때문에 게임업체들은 사실상 그냥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영등위는 게임 사전심의제를 도입하면서 온라인게임 등에 타겟을 지정한 상태였다.

 

반면 아케이드 게임에 대해서는 각종 로비와 금품 수수 등으로 많은 문제를 노출 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문화부와 영등위의 심의 기준 충돌 사건이다.

 

당시 문화부는 사행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스크린 경마 등의 아케이드 게임에 대해 심의 불허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영등위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문화부의 요청을 거절한 사건이 있었다.

 

청소년 보호를 논리로 세운 만큼 일반 게임물의 폭력성 및 선정성에 집중하면서 사행성 심의 수위는 완화한 모양새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영등위 심의위원의 비리가 있었다. 아케이드 분과 심의위원들이 심의회의에 출석도 하지 않았지만 출석이 인정됐고, 심지어 참여하지 않은 심의에도 서류상 참여한 것으로 조작되는 관행 등이 있었다. 심지어 아케이드 업계로부터 직접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비리도 적발됐다.

 

그리고 2006 <바다이야기> 사태가 벌어졌다. 영등위의 사행성 게임기 봐주기 심의의 총체적인 결과물이다. 도박 게임인 <바다이야기>의 환금성과 도박성, 사행성 사태 이면에 영등위의 비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후 정부는 게임심의를 전담하는 별도 기관 신설을 추진했고, 2006 4월 게임산업 진흥법 개정에 따라 그 해 10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출범했다.

 

 

 

■ 게임위의 출범과 사행성 심의의 강화

 

게임위의 신설은 바다이야기 사건의 연장선에 있다. 더 이상 불법 사행성게임의 범람을 막고자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

 

때문에 게임위의 게임물 심의는 폭력성, 선정성 보다는 사행성 여부에 더 강화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영등위 당시에는 반사회적 게임이라는 이유로 심의보류 판정을 받았던 <GTA> 시리즈는 게임위 출범 이후 국내에 들어올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게임위 출범 이후 게임물 등급심의는 사행성이 강한 아케이드 게임에는 강화된 반면 온라인게임 및 콘솔게임에 대해서는 비교적 완화된 모습을 띄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여전히 불만이 많다. 높은 심의 수수료와 심의절차의 복잡함, 그리고 전문성 논란 때문이다.

 

2006년 10월 30일 게임위 출범. 사행성 강화, 표현의 자유는 완화되는 시발점이었다.

 

특히 인디게임 및 플래시게임 등에 대한 심의는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게임위의 등급심의를 받지 않고 유통 및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물은 불법 게임물이 된다. 게임위도 논란의 이유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한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을 빗겨가는 예외 사례를 남길 경우 이를 이용한 <바다이야기>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고 오픈마켓이라는 새로운 게임시장이 생겼지만, 과거의 시스템이 지금까지 계속 적용됐다. 이를 위해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2년여에 걸쳐 보류되다가 최근 오픈마켓 활성화 법이 국회를 통과 했다.

 

비상업적인 아마추어 게임에 대한 심의논란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 여성가족부의 등장과 민간 자율심의 여부는?

 

최근 게임 등급심의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2011 12 31일로 정부주체의 게임심의업무를 담당하던 게임위가 업무를 민간에 이양할 예정이다. 즉 정부심의에서 민간심의로 심의 주체가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많은 문제를 남기고 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게임 강제 셧다운제도를 도입하고자 나섰기 때문이다.

 

게임의 심의와 관계는 없지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네트워크가 연결된 모든 게임을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게임업계는 과거 문화부와 정통부 사이의 이중규제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중복규제라는 국면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 보호의 논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위한 수단과 방법에 여성부가 내세우는 논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민간으로 심의가 이양될 경우 여성가족부의 권한 침범은 더 이상 침범이 아니게 된다. 청소년 보호법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유해매체를 지정할 권한이 있다. 문제는 지정권한에 대해서만 있을 뿐 왜 유해매체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한 심사가 진행되지 않는다.

 

물론 예외조항도 있다. 해당 업계에 심의기관이 있을 경우 여성가족부 장관은 유해매체 지정을 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싫든 좋든 게임위가 일종의 보호막 역할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간으로 게임심의가 넘어갈 경우 이 보호막은 사라진다.

 

 

■ 게임의 심의는 계속된다. 다만 주체와 기준만 바뀔 뿐.

 

어찌됐든 게임심의 업무는 조만간 민간기관으로 이양될 전망이다. 다만 이것이 자율심의는 아니다. 진정한 자율심의는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심의를 하고 그 기준에 맞춰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를 대표하는 민간기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산업협회가 있지만 이는 국내 게임개발사 중 80여 개 업체의 모임일 뿐 모든 게임업계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결국 주체만 민간일 뿐 해당 업무는 별도의 단체가 설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가장 큰 숙제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에 포함된 게임 셧다운 제도가 통과 하느냐 여부이다.

 

 

게임산업협회는 게임업계 전체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안고있다.

 

만약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겨우 통과된 게임법 개정안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더불어 여성가족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앞으로 게임에 대한 심의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게임의 심의는 언제나 당시 사회성에 따라갔기 때문이다과거 영등위 시절에는 폭력, 선정성 위주로 심의가 진행됐고, 게임위 시절에는 사행성 위주로 심의가 진행되었다.

 

여성가족부가 제안한 게임 셧다운 제도가 통과된다는 가정을 세워보자. 이는 게임 과몰입 문제가 사회문제로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게임 심의는 과몰입에 중점을 두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친다.

 

과거 게임내 결제시스템 유무가 심의에 큰 영향을 미쳤듯이, 피로도 시스템의 여부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업계 자율심의를 원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책임과 강력한 규제안도 필요하다. 방송 자율심의를 어기면 방송퇴출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른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업계 퇴출같은 조치를 한다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냐고 불어본다면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