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지적재산권 소송의 세 번째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당초 양측의 본격적인 변론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세 번째 변론 기일은 재판부가 바뀌면서 지금까지의 변론과정과 재판기록을 검토하는 ‘변론갱신’ 절차로 변경됐다.
변론갱신 절차에 따라 원고측인 블리자드 및 그래텍과 피고측인 온게임넷 및 MBC게임의 변호인은 각자의 주장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혔다. 그 동안 서류로만 오고 간 탓에 지금까지 노출되지 않았던 주장들도 공개됐다.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 소송과 관련된 양측의 주장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쟁점 별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피고(온게임넷 / MBC게임) 주장 요약 1. 게임의 저작권 보호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스타크래프트> 방송은 판매용 영상 저작물에 포함된 것을 공연하는 것에 불과하다. 3.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e스포츠로 많은 이득을 얻었다. 4. 블리자드의 요구가 지나치다.
■ 원고(블리자드 / 그래텍) 주장 요약 |
1.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 분쟁은 통상의 저작권 분쟁과 성격이 다르다. 2. <스타크래프트> 방송은 판매용 영상 저작물의 공연에 해당되지 않는다. 3. e스포츠 산업 육성을 위한다는 주장은 모순이다. 4. 온게임넷은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 |
소송은 하나지만 목적은 달랐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이하 블리자드 통일)은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 분쟁이 지금까지의 저작권 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인 저작권 분쟁은 두 대상을 비교하며 유사성을 따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저작권 분쟁에서 양대 방송사는 게임화면을 그대로 송신했다. 유사성을 따져야 하는 수준이 아닌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반면 온게임넷과 MBC게임(이하 양대 방송사)은 저작권 침해 여부가 아닌 ‘게임저작물에 대한 개발사의 권리’를 확실히 구분 짓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양대 방송사는 “일단 게임저작물에 저작권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저작물의 보호대상이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게임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하지만 게임영상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히 선을 긋고 싶다는 것이다. 이는 저작권 침해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앞으로 게임방송에서 개발사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쟁점 ② “판매용 영상저작물의 공연이다” vs “아니다”
<스타크래프트> 방송이 판매용 영상저작물의 공연에 해당되느냐는 것도 쟁점이다.
저작권법 29조 2항의 내용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자신이 소유한 음악 CD나 DVD를 플레이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CD와 DVD 속의 내용을 반대급부 없이 그대로 공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양 방송사는 <스타크래프트> 방송이 저작권법 29조 2항의 판매용 영상저작물의 이용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방송에 나오는 영상은 어디까지나 <스타크래프트> 패키지 속의 이미지를 프로게이머가 플레이로 ‘보여주는 것’인 만큼 판매용 영상저작물의 공연이라는 게 피고의 주장이다.
반면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방송은 게임화면을 가공하기 때문에 영상저작물의 재생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스타크래프트> 방송에는 게임화면 이외에도 해설과 중계영상, 프로게이머의 모습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는 만큼 단순히 판매용 영상저작물의 재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제 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①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청중이나 관중 또는 제3자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지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공연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실연자에게 통상의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쟁점 ③ “블리자드가 이익을 봤다” vs “저작권 침해 방송의 산업 육성은 모순”
<스타크래프트> 방송이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양 방송사는 <스타크래프트> 방송은 저작권법 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으로 유권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법 28조에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 방송사는 블리자드가 프로게이머를 비롯한 한국의 e스포츠를 시장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를 논하는 것은 이를 다른 목적에 활용하기 위한 권리 남용이라 밝혔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방송이 공표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양대 방송사의 주장에 반박했다. <스타크래프트> 방송은 교육이나 비평 등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하기 위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방송이 e스포츠 산업육성을 위한다는 주장에도 모순이 있다고 반박했다. 게임시장 육성을 위해 게임 저작권을 침해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블리자드는 “영화전문 채널에서 영화를 무단으로 상영하며 산업육성을 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예를 들어 반문했다.
쟁점 ④ “블리자드의 무리한 요구와 간섭” vs “이미 저작권 인정한 적 있다”
마지막 쟁점은 협상 태도다. 양 방송사는 블리자드가 협상에서 지나친 내용들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리자드가 저작권료 이외에도 대회 개최료, 중계료 등을 받는데다 방송의 사전감수와 방송사의 재정상태 제출까지 요구한다는 것.
또한 블리자드가 그래텍에 독점적 이용권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동시에 소송과 저작권협상 등에 참여하는 것은 권리의 남용이라 못 박았다. 양 방송사의 변호인은 “그래텍에 독점적 이용권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후의 소송과 협상에서 둘 중 하나만 참여할 것도 주문했다.
블리자드는 온게임넷이 이미 라이선스를 체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온게임넷은 지난 2010년 8월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 2’를 진행하며 블리자드와 <스타크래프트> 라이선스를 계약했다. 블리자드 변호인은 “라이선스를 맺을 당시 <스타크래프트>의 권리를 인정했던 온게임넷이 지금은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