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이제 단순히 상업과 재미의 수단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입니다.”
게임업체 쿠노 인터랙티브의 류태영 제작 이사는 11월 7일 대구 EXCO에서 열린 KGC 2011 강연을 통해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게임의 관계 그리고 예술적인 게임의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초기의 게임은 예술과는 큰 관계가 없었지만 컴퓨터와 이어지고 점차 발전하면서 예술과 상호작용이 결합된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대표하는 미디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는 게임을 인터랙티브 미디어로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단순히 게임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며 새롭게 도전할 것을 촉구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예술과 상호작용이 결합된 인터랙티브 미디어
쿠노 인터랙티브의 류태영 제작 이사
인터랙티브 미디어란 음악, 영화 등 기존 예술 미디어에 상호작용을 포함한 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이 시로 쓴 논문을 통해 발표한 기술과 아트의 결합을 통해 처음 등장했다.
백남준은 '다다익선'과 'TV부처'라는 작품에서 이 개념을 설명했다. 다다익선은 1003개의 TV를 연결해 화면이 바뀜에 따라 전체적인 영상의 모습이 달라지는 형상으로 관객이 참여하지만 작품 자체가 스스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TV 부처는 카메라를 통해 관람객이 작품 속 TV속에 등장함으로써 관객이 예술 작품의 일부가 되는 상호작용을 표현했다.
이 밖에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헤비레인>과 영화 <파사드>(façade)가 있다. <파사드>는 일종의 애니메이션으로 유저가 주어진 상황에서 대화와 행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독특한 구성으로 인디영화제인 슬램댄스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파사드>란 이름의 영화도 있다. 하지만 유저가 선택한 행동에 따라 반응이 나타나는 모습은 기존의 게임과 무척 유사한 모습이다.
초창기 게임은 바둑, 카드 놀이 등 일정한 목적을 갖고 일정한 룰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했다. 물론 그 안에는 재미라는 기본요소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게임이 컴퓨터 게임으로 점차 국한되면서 미디어와 상호작용 그리고 내가 직접 게임을 조작하며 즐긴다는 관여(involvement )라는 특징을 갖게 됐다. 게임은 인터랙티브 미디어라는 예술 장르의 대표하게 됐다.
■ 인터랙티브 미디어로 발전한 게임
키스하는 혀의 움직임으로 게임을 컨트롤하는 키스 컨트롤러를 통해 남혜연 박사는 게임에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뉴욕 대학교 상호작용 통신프로그램을 전공한 한주리 씨는 순수 예술 논문으로 제작한 게임 <메가 픽셀>을 발표했다.
<메가픽셀>은 타임 스퀘어 광장의 전광판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은 전광판에 떠있는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작품은 익명성과 함께 익명의 그들이 함께 전광판에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을 표현했다.
<메가픽셀> 플레이 영상.
▶를 누르면 시작합니다.
[[#/1UPLOAD_HERE/press/ARTMEGAFI.wmv#]]
예술적인 게임을 만드는 대표적인 미국 아티스트 제이슨 롤러는 인생을 매우 작은 화면에 담은 <패시지>(Passage)라는 게임을 선보였다.
단순히 4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이 게임은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아내를 만나고 시간이 점차 흐름에 따라 점점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또한 그래픽, 음악도 모두 8비트로 만들어 최신 게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지금의 30~40대 사람들이 향수를 느끼는 것은 시골의 노을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8비트 게임 자체가 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의 완성도를 따지기 보다는 게임의 메시지를 강조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패시지> 플레이 영상.
▶를 누르면 시작합니다.
[[#/1UPLOAD_HERE/press/aRTpassage.wmv#]]
■ 게임을 예술로 만들기 위한 노력
과연 <스타크래프트>나 <메이플스토리>같은 게임이 예술일까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변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게임 개발자가 예술한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미나 상업적인 목적이 먼저였던 만큼 예술성이 없었다. 하지만 점차 예술로 바라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게임의 예술적인 가치와 순기능을 어필하면서 바뀌고 있다.
기념비적인 사건으로는 워싱턴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에 2012년 3월부터 6개월간 비디오 게임 예술이라는 전시회가 열린다. 이는 미국 예술 진흥 기금에서도 미술를 예술로 인정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게임 예술을 목표로 만드는 사람에게는 지원금 지원한다.
또한 인디케이드와 IGF, 팍스 인디 세션 등 인디 게임 페스티벌을 통해 예술적인 게임들이 점차 가능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인디게임의 불모지라 불렸던 일본에서도 센스 오브 원더 나이트(Sense of wonder night)라는 인디게임 행사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인디게임이 단순히 소규모 업체가 만든 게임이 아니라 예술적인 게임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점차 예술게임과 인디게임의 성공도 이어지고 있다. <캐슬 크러셔>는 XBLA와 PSN의 성공으로 400억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브레이드>는 약 300억 원의 수익을 냈다. 이 밖에도 <머시나리움>, <리드미스>등 다양한 게임이 등장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머시나리움>, <캐슬 크러셔>, <브레이드>, <리드미스>.
하지만 류태영 이사는 국내에서의 예술적인 게임 개발은 아직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게임은 창의성 또는 게임이 아닌 요소가 부족하다. 너무 게임이라는 것에 집착하다 보니 기존 게임을 따라가는 성향이 짙다. 너무 게임에 얽매이기 보다는 게임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해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예술 게임 개발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건 반복적인 개발이다. 처음에 간단한 아이디어로 프로토 타입을 만든 후 검증하고 다시 새로운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실제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한국 사람의 능력을 믿기에 언젠가는 매우 뛰어난 예술성을 가진 게임이 국내에서 나올 것을 믿는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