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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심의 민간이양 7월부터, 시간이 없다

정치권은 선거기간, 게임업계는 준비부족

정우철(음마교주) 2012-01-04 18:30:12

지난해 12월 30일 게임물 등급심의 민간이양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민간자율 심의의 토대가 마련됐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자율심의를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 통과된 게임법 개정안이 발효되는 시점은 오는 7 1일이다. 7 1일부터 전체이용가 및 12, 15세 이용가 PC온라인게임에 대해서는 민간자율심의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자율심의를 할 시스템과 이를 대행할 민간기구 설립은 아직 준비조차 되고 있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민간 자율등급심의를 위한 시행령과 세부요건 등을 담은 고시를 법 발효전인 6 30일까지 준비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당장 민간심의 기구를 원하는 단체도 없고, 게임산업협회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 민간심의, 받을 곳도, 준비된 곳도 없다

 

현재 게임물 등급심의의 민간이양 상황은 한마디로 주고 싶어도 받을 사람이 없고, 받고 싶은 사람은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초 게임심의 업무가 민간으로 이양될 경우 이를 담당할 민간기구는 게임산업협회에서 주도해 만들겠다는 원칙은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원칙 안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 대신 민간심의를 준비할 것과 저비용 심의 시스템 구축 정도만 생각할 뿐 구체적인 방법 등은 아직 고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게임산업협회도 내부 검토 차원에서 이를 진행했을 뿐 업계 전반에 걸친 소통은 없었다. 주요 80여 업체가 모인 게임산업협회가 PC온라인게임 업체를 모두 대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게임산업협회를 대신할 민간기구가 게임심의를 대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공정성 및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특성상 마땅히 나설 민간단체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픈마켓 자율심의에 빗대어 전문성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온라인게임과 스마트폰게임의 전문성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게임업계에서는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국회를 비롯한 일반 여론은 공정성에 더 많은 비중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에서도 게임업계에 심의권을 넘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며 자율심의에 참여하는 업계 이해관계자가 전체의 1/3을 넘지 못하게 정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게임위의 심의업무 중 절반 이상이 민간으로 이양된다. 상당한 업무량이다. 민간심의로 넘어갈 경우 비전문가 인원이 과반수 이상인 상황에서 얼마나 전문성 있는 등급심의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오히려 게임위 때 심의위원의 거수기 논란과 다를 게 무엇인가고 반문했다.

 

게임물 등급심의를 담당할 민간기구는 문화부장관이 지정하게 된다. 국회에서 공정성 문제가 지적되고 전문성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심의업무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한 임의의 기구를 지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012년 선거가 민간이양에 큰 변수로 작용

 

일각에서는 올해 4월에 있을 총선과 12월에 있는 대선이 게임심의의 민간이양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민간이양을 위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문화부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위원 교체에 따라 당장 신경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고 19대 국회가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서 문방위 위원들도 상당수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1년 동안 국고지원이 연장된 게임위의 역할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지금은 국고보조 1년 연장을 조건으로 게임위가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과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심의는 게임위가 담당하게 되지만 이 역시 법적으로는 1년 동안의 한시적인 조치다.

 

결과적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문화부는 게임심의 민간이양 로드맵은 물론 게임위의 역할 변경과 청소년이용불가 및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심의 문제를 담아 게임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년 내내 선거기간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게임법 개정이 시간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등급심의 민간이양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이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많았다. 특히 올해 4월에 총선이 있어 문방위원 교체라는 변수도 있다. 문화부도 이를 염두에 둔 만큼 4월 총선이 끝난 이후에나 본격적인 준비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국 법이 발효되는 7월까지는 3개월의 시간만 남은 셈이다. 상반기 중으로 민간심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