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피처폰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게임빌 김주영 전략기획파트실장은 2012년의 모바일게임 시장을 스마트폰게임 시대로 정의했다.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작년을 끝으로 피처폰 라인업을 종료했고 올해 4,0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모바일게임 시장은 대부분 스마트폰게임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더 거대해지고 한층 똑똑해진 스마트폰게임 시장에서 개발사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012 게임시장 미래전략포럼에서 게임빌의 김주영 전략기획파트실장이 밝힌 ‘스마트폰게임의 현재상황과 생존을 위한 준비들’ 강연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대폭 늘어난 부분유료화
김주영 실장이 보는 지난해 모바일게임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부분유료화의 등장이다. 지난해 모바일게임 시장은 퀄리티를 내세우는 ‘프리미엄(Premium)’에서 일단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고 게임 내 매출로 수익을 올리는 ‘프리미엄(Freemium)’으로 이동했다. 2011년 12월 북미 앱스토어를 기준으로 상위 20개 게임 중 15개가 부분유료 방식이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앱스토어는 물론 티스토어 등의 통신사 마켓에도 다운로드는 무료로 받는 부분유료화 게임들이 순위권에 올라 있다. 모바일게임은 무조건 돈을 내고 받아야 했던 피처폰 시절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스마트폰 시장만의 특징이다.
수익모델이 바뀌면서 따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내 결제 비중도 높아졌다. 지난해 게임 내에서 결제가 가능한 ‘앱 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게임은 전체의 72%에 달한다. 사실상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부분유료화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 무시할 수 없게 성장한 안드로이드 시장
김주영 실장은 안드로이드 마켓의 성장에도 주목했다. 지난해 6~8월 기준으로 미국 내 안드로이드의 비중은 모바일 전체 OS(운영체제) 중 56%에 달한다. 전체기간으로 놓고 봤을 때도 43%로 iOS의 28%나 블랙베리의 18%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국내에서도 티스토어 중심으로 안드로이드 OS가 확대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모바일 개발사가 iOS와 안드로이드로 동시에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 티스토어는 2년 4개월 만에 누적거래 1,000억 원이 넘었다는 보도자료를 냈을 정도다. OS가 몇 가지로 통합되면서 피처폰 시절에 이통사에 맞춰 게임언어를 바꾸던 일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김주영 실장은 ‘안드로이드 시장이 순위에 비해 매출이 낮다’는 질문에 대해 “<카툰워즈>는 안드로이드 마켓의 매출이 오히려 높았다. 충분히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오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장르의 편중 현상이 심각
아직까지 스마트폰게임 시장은 장르의 편중이 심하다. 지난해 10월까지 북미 앱스토어의 장르별 분포는 매출 1위부터 100위까지를 기준으로 소셜게임이 17개, 흔히 마피아류라 부르는 웹RPG 방식의 게임이 10개를 기록했다. 반면 디펜스나 RPG, 전략시뮬레이션 등은 0개~3개에 그쳤다.
국내에서도 매출 상위 50개 게임 기준으로 소셜게임과 마피아게임이 각각 9개와 5개로 순위에 올랐으며 디펜스와 RPG는 2개뿐이었다. 국내외 해외 모두 소셜게임의 강력한 라인업을 보여준 셈이다.
김주영 실장은 “소셜게임은 앞서 말한 프리미엄(Freemium)에 가장 어울리는 게임방식”이라며 잠깐씩 접속해도 성장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과 동기화가 거의 필요없다는 점 등이 스마트폰과 잘 어울리는 만큼 이후에도 많은 소셜게임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 장르별로 명확한 전략을 세워라
그렇다면 올해 스마트폰게임 시장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김주영 실장이 제시한 생존법은 ‘장르별로 명확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먼저 소셜게임은 인기가 증명된 이상 올해도 쏟아질 것이다. 이미 개발 중인 ‘팜류’ 게임들만 수두룩하며 공급이 수요를 넘는 상황까지 예상된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정말 확실한 마케팅을 하거나 진짜로 차별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남성과 하드코어 유저를 의식한 RPG 기반의 소셜게임이다. 이미 징가에서는 <캐슬빌>과 <어드벤처월드> 등을 통해 하우징과 파밍에 국한된 소셜게임에서 벗어나 스토리라인을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개발사가 쉴 새 없이 이벤트를 열고 유저와 함께 호흡하는 일본 소셜게임의 운영방식도 배울 점이다.
RPG는 피처폰게임 시장에서 가장 위용을 떨쳤던 장르지만 스마트폰게임 시장에서는 유독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김주영 실장은 “잠재력과 시장성은 확실하지만 아직 좋은 타이틀이 나오지 않은 탓”으로 분석했다. 경쟁도 별로 없는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다만 스마트폰에서 패드조작을 할 때 화면 하단을 가리고, 스마트폰게임의 특성상 짧은 접속시간에 얼마나 많은 재미를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디펜스 장르는 국내에서는 강세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춤한 장르다. 반면 게임빌과 컴투스가 올해 진행한 글로벌 퍼블리싱에서도 총 140개 개발사 중 1/3이 선택했을 만큼 개발사에게는 인기가 높다. 이미 많은 숫자의 게임이 나오고, 또 개발 중인 이상 캐릭터성이나 특정 라이선스를 이용한 디펜스 게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 글로벌 시장만 노려서는 곤란하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많은 모바일게임 개발사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주영 실장 역시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이를 내다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작정 글로벌 시장만을 노리는 것은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실장은 해외부터 외치며 개발한 게임보다 국내에서 인정을 받은 후 해외로 가는 게임이 더 높은 성공확률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발자가 외국사람도 아닌 만큼 해외에서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해도 정작 현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 그보다 해외와 국내를 가리지 않고 재미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오히려 성공하기도 쉽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