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하무트>나 <밀리언아서> 같은 일본식 모바일 카드배틀게임이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자 이런 장르 게임에 대한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 카드배틀게임을 서비스한 업체가 자신들의 ‘가챠(뽑기) 아이템 과금 운영 노하우’를 공개했다.
아사쿠사게임즈 사업개발부 김상하 부장은 31일 신도림 테크노마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모바일게임 컨퍼런스 ‘게임 넥스트: 올스타즈’에서 ‘일본식 소셜게임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의 진실’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다.
발표에서 김 부장은 일본에서 카드배틀게임 <격전! 삼국지 카드 배틀>을 서비스하며 경험했던 일본 유저들의 과금 성향과 가챠 아이템 운영 노하우를 공개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아사쿠사게임즈 사업개발부 김상하 부장
■ “일본에서 가챠는 로또 박스가 아니라 복주머니 개념”
<격전! 삼국지 카드 배틀>은 일본 SNG(소셜네트워크게임) 플랫폼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카드배틀게임이다. 현재 <격전! 삼국지 카드 배틀>의 1일 순 이용자 수는 3,000 명이며 월간 ARPU는 1만 엔(약 12만 원)에 달한다.
김 부장은 “가챠는 로또 박스가 아니라 복주머니 개념이다”며 일본 유저들이 느끼는 가챠의 개념을 설명했다. 일본 유저들에게 가챠는 ‘무엇이 나올지는 몰라도 내가 낸 돈보다는 더 큰 가치의 아이템이 나온다’는 복주머니 개념이라는 이야기다.
가챠가 복주머니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는 이유는 일본의 가챠 아이템에는 소위 ‘꽝’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서비스하는 카드배틀게임의 가챠에서는 최소한 레어 등급 이상의 카드를 주고, 10번 정도에 1번쯤 더 높은 등급의 카드가 나온다. 이렇게 되니 유저들은 레어 카드는 균등하게 300 엔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더 높은 등급의 카드가 나오면 ‘낸 돈보다 더 비싼 카드가 나왔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인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가챠가 1번에 300 엔이고 10번에 한 번쯤 하이 레어가 나온다면 심리적인 가챠의 값어치가 달라지는 효과가 생긴다. 가챠를 10번 시도하는 실제 금액은 3,000 엔이지만, 심리적인 가치는 하이레어 카드가 나올 확률을 가산한 5,700 엔이 된다는 논리다.
그는 “일본 유저들은 원하는 카드가 나오지 않더라도 트레이드를 통해 같은 가치의 카드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챠에 돈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 “과금은 가챠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챠에서 시작된다”
김 부장은 “과금은 가챠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챠에서 시작된다. 가챠는 좋은 카드를 뽑는 것에서 끝나지 않기에 지속적인 매출을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카드배틀게임은 카드를 성장시킬수록 강해지는 RPG와 유사한 게임성을 갖고 있다. <격전! 삼국지 카드 배틀>에서는 유저가 가챠로 높은 등급의 카드를 뽑고 나서 과금을 하지 않고 최고 레벨까지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평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런 유저들은 카드를 빨리 키우기 위해 다시 가챠를 하게 되고, 결국에는 좋은 카드를 뽑기 위해 드는 노력과 금액보다 카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과 금액이 더 커지게 된다. 가챠에 돈을 내기 시작한 유저들이 계속 결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그는 “카드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심리는 MMORPG 유저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며 카드배틀게임 유저의 심리를 설명했다. 가챠에 돈을 투자할수록 자신의 자산이 늘어나게 되고, 늘어난 자산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 “한 달에 5만 엔 이상 쓰는 유저는 전체의 10%”
그렇다면 카드배틀게임은 돈을 많이 쓰는 고액 과금 유저들이 먹여 살리게 될까? 김 부장은 “한 달에 21만 엔(약 250만 원)이나 쓰는 유저도 있지만, 5만 엔 이상 쓴 유저들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돈을 많이 쓰지 않는 유저들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콤프가챠(가챠로 얻은 카드를 모아 더 높은 카드를 보상하는 시스템) 같이 고액 과금을 유도하는 시스템의 진짜 의미는 낙수효과다”고 말했다. 고액 과금 유저에게 대량의 카드를 뽑게 하는 건 이렇게 발행된 대량의 카드를 유통시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카드의 유통이 중요하다. 레어도 높은 카드가 많이 유통되지 않으면 게임에 치명적이다”고 덧붙였다.
■ “다양한 과금 아이템을 준비하라”
김 부장은 전체 매출의 나머지 90%를 차지하는 유저들의 결제를 유도하는 정책으로 “다양한 가격대의 과금 아이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격전! 삼국지 카드 배틀>에서 90%의 확률로 소량의 게임머니가 나오는 10 엔짜리 제비뽑기와 90%확률로 레어카드가 나오는 가챠를 판매했다. 그랬더니 10엔짜리 제비뽑기에서 발생한 매출과 300 엔짜리 가챠에서 발생한 배출이 엇비슷했다. 심지어 양쪽 아이템 간 구매 유저가 겹치지 않았는데, 결국 과금 유저가 더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전체 매출이 30%나 상승했다.
김 부장은 이런 사례를 통해 “카드배틀게임에서는 10 엔짜리 아이템을 사는 사람과 100 엔짜리 아이템을 사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 없다. 단지 결제하는 유저와 결제하지 않는 유저 사이의 간극만이 있을 뿐이다”며 10 엔짜리 아이템이라도 한 번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