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제한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됐다.
이로 인해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새로 수집해 이용하는 행위가 법으로 금지됐다. 이를 어기고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거나 이용하다가 적발될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에 따라 게임업체들도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게 되면서 휴대폰 인증이나 아이핀 등 대체수단을 통한 회원가입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성급한 도입으로 본인인증 시스템에 트래픽 과부하가 걸려 게임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이 안 되는 등 유저와 개발사에 불편을 초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게임업체, 아이핀·휴대폰 인증 이전 거의 완료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1년 4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고 이메일을 통한 회원가입 시스템을 도입했다. 18세 이상 이용가인 <블레이드 & 소울>처럼 본인인증이 필요한 게임은 휴대폰과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등을 통해 인증할 수 있다.
넥슨 역시 2012년 4월 이메일 주소 등 최소한의 정보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 넥슨 멤버스를 오픈했으며, 지난 18일에 주민등록인증을 없애고 이메일 인증방식으로 통일했다. 엔씨와 마찬가지로 게임 등급이나 셧다운제 적용 여부에 따라 유저를 식별하기 위해 아이핀이나 휴대폰 인증을 받아야 한다.
넷마블은 18일 오전 10시에 실시한 정기 점검을 통해 가입방식을 수정했고 네오위즈게임즈도 지난 2월 14일 모든 인증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뺐다. 회원에 가입할 때는 휴대폰 번호나 아이핀을 통해 본인인증을 거친다. 엠게임과 넷마블도 주민등록번호가 회원가입 양식에서 사라졌다.
다만, 한게임은 아직 회원가입 단계에서 아이핀 인증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실명을 확인하고 있다. 한게임 관계자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휴대폰 인증 사업자가 정해진 것이 지난 1월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합의 하에 서비스 적용기한을 연기한 것으로, 조만간 주민등록번호를 회원가입에서 없앨 것이다”고 설명했다.
■ 서두르기만 했을 뿐, 대체수단 준비 미흡
주민등록번호 수집 및 이용이 금지됐지만, 본인인증 대체수단의 준비 미흡으로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된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이에 따라 게임 유저와 업체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18일에는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인 아이핀 발급 사이트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본인인증 기능이 마비됐고, 휴대폰 본인인증 서비스도 지연현상이 발생했다. SKT와 KT 등 이동통신 3사를 추가한 휴대폰 인증도 트래픽을 감당하기 부족했다. KT는 서버가 먹통이 되면서 사과 공지문을 올리기도 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이핀과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휴대폰을 통해 본인확인을 거치고 있지만, 과도한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게임 이용에 제한이 생겼다는 고객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 없는데 문의하는 고객이 많아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입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게임을 론칭하고 있는데 본인 확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탈하는 유저가 늘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 청소년 본인확인 수단 마련 시급
강제적·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해야 하는 게임업체의 경우 연령 확인에 애를 먹고 있다. 전체적인 인터넷 유저의 아이핀 사용률이 낮고 공인인증서와 신용카드 발급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경우 아이핀 사용률도 낮을 뿐더러 공인인증서와 신용카드 발급절차도 까다롭다. 휴대폰 역시 부모 등 법적대리인 명의로 개통된 것이 대부분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적대리인을 통한 본인인증을 금지하고 있어 휴대폰을 이용한 청소년의 본인인증은 힘든 상태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의 부모 명의 도용이 더 쉬워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휴대폰을 통한 본인인증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년월일과 본인 명의의 휴대폰뿐이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부모 명의로 가입한 후 부모의 휴대폰으로 온 인증번호만 인증 페이지에 적으면 셧다운제도 피하고 성인게임도 모두 할 수 있다. 한쪽은 보안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없애라고 하고 한쪽은 청소년은 밤에 게임을 금지하라고 하는데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 적어도 어느 한쪽으로 일관성이라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