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과 출판권 파기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팝픽북스’가 출판권 포기와 서적 파기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팝픽북스에 출판권 회수를 요구하던 작가들은 팝픽북스가 내세운 파기 방식의 법적 효력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쪽의 입장은 무엇인지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팝픽북스 “동의서 통해 출판권 포기하고 책도 파기”
팝픽북스는 지난 22일 저녁, 그동안 팝픽북스와 작업한 작가들에게 ‘팝픽북스 출판권 계약 해지요청에 대한 동의서입니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동의서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팝픽북스는 2013년 6월 30일까지 출판된 책에 대한 출판권을 포기하며, 아직 판매되지 않은 서적은 회수해 파기한다. 팝픽북스는 작가들에게 계약 파기와는 별도로 수출이나 증쇄 등으로 발생한 미지급 고료를 확인해 모두 정산하며, 이에 동의한 이는 앞으로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팝픽의 민종환 팀장은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모든 작가들에게 동의서를 발송한 것은 그동안 팝픽이 발간한 책이 복수의 저작권과 관련된 출판물이기 때문이다. 출판권 파기를 위해서는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이 모두 이에 대해 알고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팝픽북스는 지난 20일 자신의 출판권 회수를 요청하는 작가들의 방문 요청을 거절하며 일부의 의견으로 출판물을 파기한다면 동의하지 않는 다른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 관련기사) 이번 동의서 발송은 당시 입장의 연장선에서 진행됐다.
6월 30일로 기한을 설정한 것에 대해 민 팀장은 “모든 작가의 의사를 수렴해야 되는 만큼 법적으로 명시하는 기간에 작가들의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이메일을 받지 못한 작가가 있더라도 약 한 달의 시간이 있다면 각종 매체나 웹페이지 등을 통해 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기한까지 의견을 밝히지 않은 작가는 팝픽의 출판권 포기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팝픽의 출판권 포기에 동의하지 않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다른 출판물의 형태로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민 팀장은 “동의하지 않을 작가들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아무래도 작가들이 팝픽북스의 출판물에 작품을 실은 것은 자신과 자신의 그림이 알려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출판권 파기에 동의하지 않은 작가들을 위해 나중에 별도의 출판물을 제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비상대책위원회 “팝픽 동의서는 법적 효력이 의심된다”
팝픽북스가 보낸 출판권 파기 동의서에 대해 출판권 회수를 요구했던 작가들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3일 새벽 팝픽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키욜’은 ‘방방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이하 방사) 커뮤니티에 “팝픽이 보낸 동의서에 절대로 동의하시면 안 됩니다”는 게시물을 올리고 관련 작가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비대위 키욜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팝픽북스가 보낸 동의서는 계약 당사자와 회수품목이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아 법적 효력이 의심스럽다. 출판권의 주체도 일러스트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작가이기 때문에 팝픽북스가 동의서를 보낼 필요없이 작가가 내용증명(일방통보)만 하면 충분하다. 회수기간이 긴 것도 6월 30일 이전까지 팝픽의 움직임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말라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에 대해 팝픽 민 팀장은 “6월 30일까지 여유기간을 둔 것은 그 기간이 모든 이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법적 최소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급히 동의서를 작성하다 보니 일부 법적 검토가 미비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작가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동의서를 수정해 주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비대위 측은 변호사와 해당 동의서를 검토한 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이와는 별개로 팝픽에 대한 형사소송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출판권 회수를 위해 팝픽을 찾아갔던 흑요석 작가는 “소송의 목적 자체가 작가들의 권리와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일러스트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건을 확실히 마무리 짓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