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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KGC] “가상현실 게임, 멀미와 현장감을 잡아야 한다”

오큘러스 VR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 제작의 유의점’

주재상(버징가) 2013-09-25 21:12:42

올 여름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한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킷’ 체험기들은 만화 <유레카>와 같은 가상현실 게임에 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분야인 만큼,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을 어떻게 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2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KGC 2013에서 오큘러스 VR Korea의 에반젤리스트 안주형 차장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가상 현실 게임 제작의 유의점’을 강연했다. 어떤 문제점을 잡아야 하는지 그의 강연을 통해 살펴보고 시행착오를 줄여 보자. /디스이즈게임 주재상 기자


 

청강자 만원 상태에서 강연을 진행하는 안주형 차장.

이번 강연는 50분 동안 진행됐으며,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오큘러스 리프트’를 간단하게 소개한 뒤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 제작의 유의점에 관한 강연가 시작됐다. (☞ 관련 기사: 일루전 미소녀 게임까지! 오큘러스 HD 써봤더니)

 

강연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모니터로 대표되는 기존 디스플레이와 다르게 디자인해야 하는 UI, 둘째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해본 유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멀미, 셋째는 앞선 두 가지를 해결하는 동시에 게임의 질을 높이는 현장감이다. 어떤 내용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 유저 인터페이스를 공간감 있게 만들어라

 

오큘러스 리프트는 화면 시야각이 넓다. 그래서 가시 영역의 경계가 사각형 스크린과는 다르다. 유저에게 보여지는 영역에 제약이 있으므로 기존의 사각형 스크린 UI의 배치와는 달라야 한다. 따라서 기존 게임을 오큘러스 리프트로 이식하려면 많은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

 

기존 게임의 UI는 화면의 테두리를 두르는 형태로 게임 화면을 가리곤 하는데, 이를 그대로 오큘러스 리프트로 옮기면 문제가 생긴다. 이는 로딩 화면이나 메뉴 등의 시스템 화면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유저 시야는 유저의 머리 방향의 움직임을 따라오는데, 이때 유저가 바라보는 것과 화면을 가리는 UI 사이에 이질감이 생긴다. 유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게임 배경에서 UI로 이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UI를 가능한 중앙 위주로 배치하고, 유저의 초점이 가까이와 멀리를 반복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존 게임과 오큘러스 리프트의 게임은 시야각이 다르다.

오큘러스 리프트에서의 이상적인 UI는 <데드 스페이스>처럼 화면을 가리는 특별한 요소가 없지만, 조준선 등 게임 내 오브젝트로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다. <콜 오브 듀티>의 공간감 있는 메인 메뉴나 <더 디비전>의 시스템 메뉴, 지도 UI도 오큘러스 리프트와 잘 어울린다.
 

현재 공개된 개발자 킷의 해상도가 1280X800으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가독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상용화 버전에서 지원할 1080p 화면에서는 이 문제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화면 내에 오브젝트를 활용한 UI가 오큘러스 리프트 게임에 유리하다.



■ Simulator sickness(비행 모의 장치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두통 또는 시각 장애의 증상)

 

오큘러스 리프트로 게임을 제작할 때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은 아마도 멀미가 될 것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로 게임을 즐길 때 멀미가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인 Head tracking 정밀도, 개인 신체 조건, 게임 디자인에 따른 Locomotion, 측면 움직임 인지 부조화 등이 대표적이다.

 

※ Head tracking: 무언가가 머리의 움직이는 방향에 동조해서 같이 움직이는 것.

※ Locomotion: 운동(이동/보행) 능력.

※ 측면 움직임 인지 부조화: 몸을 고정한 상태에서 머리만 움직이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착용하고 아바타가 옆 또는 뒤로 이동할 때, 뇌는 몸이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실제 몸은 움직이지 않는 데서 생기는 부조화. 쉽게 말해서 ‘멀미’. 

 

오큘러스 리프트는 디스플레이를 유저 머리에 부착한 채로 사용하므로 게임 속 아바타의 머리 움직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머리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계단을 오를 때는 갑작스러운 높이의 변화를 주지 않도록 계단을 완만하게 타고 올라가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인지 부조화, 즉 멀미는 활동적인 가상현실 게임의 가장 큰 숙제.

유저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시점에 변화를 줘선 안 된다. 특히 시나리오 카메라처럼 유저가 직접 시점을 조작하지 않는 상황에 멀미가 급격하게 유발되곤 한다. 심지어 메인 메뉴처럼 화면이 아예 정지된 상황에서는 유저가 고개만 돌려도 멀미가 발생한다. 시야가 크게 흔들리는 Head-bob이나 신체가 튕겨나가는 knock-back 연출이 발생하는 이벤트도 멀미 유발에 한몫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할 수 있게끔 팔다리나 조종석 등 주변 배경을 시야를 돌림으로써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면 그나마 멀미 유발이 줄어든다. 극단적으로 활동적인 형태의 게임보다는 멀미를 덜 느끼도록 편안하게 정지 상태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유저는 오큘러스 리프트에 점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따라 멀미 증상의 발생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처음엔 편안한 형태의 게임으로 출발해 점점 적응해 나가면 곧 활동적인 게임도 멀미 없이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플레이어의 신체나 탑승물을 표현함으로써 멀미를 줄일 수 있다.



■ 가상현실 게임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바로 ‘현장감

 

유저가 자연스럽게 가상현실 세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지연속도가 중요한데 뇌가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가상임을 인지할 수 있는 한계점은 7~20ms다. 지연속도를 줄여 완벽하게 유저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한편, 프레임 역시 최소 60은 돼야 하고, 90~120프레임을 권장한다.

 

하드웨어적인 부분 외에도 NPC를 눈높이에서 바라본다거나, 플레이어의 체험 포즈에 따라서 인지하는 사물 눈높이가 변한다거나, 정확한 크기로 구현된 문이나 창문 같은 것들이 현장감을 높여 준다. 특히 거대한 적은 훨씬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커다란 도마뱀이나 피부 벗겨진 거인이 큰 스케일을 활용한 좋은 예.


일정 거리 이상의 오브젝트는 양안시차만으로는 입체감을 느끼기 어렵다. 입체 렌더링뿐만 아니라 움직임, 색상, 크기, 비교 대상, 속도 밀도, 점진적으로 작아지는 물체들 또한 입체감을 느끼는 데 도움된다.

 

또한, 인체에 비례해서 실제 스케일 비율대로 모델링을 제작, 스케일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좁은 공간일수록 입체감이 더욱 살아나며, 먼 공간일수록 스케일을 비교할 수 있는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안주형 차장은 끝으로 “VR(가상현실) 게임은 아직 어떤 규칙이나 책, 가이드, 사례가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VR로 만들면 <테트리스>마저 새로운 게임일 정도다. 우리는 가상현실 게임 디자인에 관해 함께 노력해야 하며, 곧 다양하고 새로운 VR게임들이 도래하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며 강연을 마쳤다.

 

오큘러스 HD 프로토타입. 제품 디자인은 앞으로 변경될 수 있다.


KGC 2013 현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된 시연회 역시 인기 만점.


체험해 보고 나면 예쁜 도우미 언니와 말을 섞… 아니, 사용후기 설문도 진행됐다.


직접 써봤다. 하늘을 비행하는 3D 영상이었는데, 고개를 돌릴 때마다 멀미가 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