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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폭력 게임이 폭력성을 키운다?’ 미국에서 논쟁

코네티컷 주 경찰 보고서 “범인은 게이머가 아니었다”

홍민(아둥) 2014-01-07 17:52:26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게임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발표와 폭력적인 게임의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에서는 폭력적인 게임이 사건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논란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아담 란자(Adam Lanza)가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코네티컷 주 경찰이 지난 12월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증인 일부는 사건의 범인인 아담 린자가 게이머가 아니었다고 증언했으며, <콜 오브 듀티> 등 많은 게임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좋아했던 게임은 <댄스댄스 레볼루션> 같은 비폭력적인 게임이라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슷한 또래의 남자들의 게임 경험과 비교해 특별한 점이 없었음을 뜻한다. 적어도 해당 사건은 게임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게임이 폭력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일단 게임과 폭력성은 관계가 없다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여전히 폭력적인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대중의 목소리가 높다. 폭력 게임을 규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이에 미국 정부와 의회가 조사하는 게임과 폭력의 관계 연구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타운 총기사건 직후 게임업계와 만남을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폭력 게임이 폭력성을 키운다?’ 미국에서도 논쟁


뉴타운 총기 난사 사건 직후 미국 정치인들은 원인 규명과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대중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총기,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그리고 폭력적 게임 3가지가 범인의 잠재력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됐고,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에 나섰다.

 

그 결과, 미국의 총기 규제 반대자들은 상당량의 정치적 영향력을 양보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총기 규제 법안은 강화됐고 미국의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역시 재편됐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폭력적인 게임을 퇴출해야 한다며 규제 법안을 준비했다.

 

2013년 1월,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게임 규제에 대해서는 폭력적인 게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조사할 것을 명령했다. 게임이 폭력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과학적인 입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조 바이든 부통령은 CDC(질병통제예방센터)와 국립보건원을 통해 폭력적인 게임과 폭력의 병리현상’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민주당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제이 록펠러(Jay Rockefeller)는 미국 국립아카데미를 통해 폭력적인 게임을 포함한 미디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자고 제안했고, 연구 결과에 따라서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폭력적인 게임 규제의 목소리를 높였던 제이 록펠러 상원의원.


법의 판단은 게임의 편이지만, 대중은 아니다


미국 게임업계는 게임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합법적으로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게임을 규제하면 2011년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뒤집어질 수 있다. 게임이 이번 사건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례가 게임은 예술이며 문화라고 인정해도 대중의 생각은 다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게임이 폭력사건과 관계가 없다고 해도 대중은 여전히 게임이 폭력성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이 준비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 학부모의 75%가 폭력적인 게임이 실제 폭력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 게임업계도 대중의 인식 전환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며, 대법원의 판례만 갖고 정당성을 주장하지 말고 폭력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조 바이든 부통령은 게임업계를 만난 자리에서 법원의 판결이 게임을 예술로 인정하고 표현의 자유를 인정했지만, 대중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넓혀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게임협회 역할을 하는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의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이 폭력과 관계없다는 증거만 내세우지 말고, 보다 발전적인 대책과 대중의 인식변화를 위한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