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던 우리의 문화재가 미국계 게임회사에 의해 돌아왔다. 우리 문화재 반환 사업에 외국계 회사가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과 문화재청은 7일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선시대에 그려진 불화 ‘석가 삼존도’ 국내 반환을 발표하고 실물을 언론에 공개했다. ‘석가 삼존도’ 반환에 투입된 비용은 총 3억 원으로, 모두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 한국지사의 기부금으로 충당됐다.
이번 성과는 미국계 회사가 미국에 있던 한국 문화재의 반환에 앞장섰다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게임회사들이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공헌을 하는 가운데 라이엇게임즈의 활동이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만큼 다른 생각과 시도, 그리고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석가 삼존도’를 설명하는 국립중앙박물관 김승희 교육과장.
미국 박물관의 자발적 기증, 라이엇의 운영기금 기부
재단이 국외한국문화재 조사작업을 통해 ‘석가 삼존도’를 처음 발견한 시점은 2013년 5월 초였다. 이후 재단은 2013년 7월 10일 ‘석가 삼존도’를 소장하고 있던 미국 버지니아주 ‘허미티지박물관’을 방문해 불화의 상태를 확인하고 반환 협의를 시작했다.
방문 하루 전인 2013년 7월 9일,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형 스킨 ‘신바람 탈 샤코’의 초기 6개월 판매금과 자사 기부금을 더해 6억 원을 문화재청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반환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당시 라이엇게임즈와 재단은 이미 ‘석가 삼존도’의 반환을 시도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반환 시도가 성공할지 알 수 없고, 미리 알려질 경우 반환 진행이 힘들어질 수 있어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기자설명회에는 다수의 TV 뉴스와 일간지도 참석해 취재했다.
이번 반환은 ‘기증’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미국 ‘허미티지박물관’ 이사회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보다 한국에 속할 때 더 잘 보존되고 가치 있게 활용될 수 있으며, 널리 사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석가 삼존도’의 기증을 결정했다.
이에 호응해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가 ‘허미티지박물관’에 운영 기금(약 20만 달러)을 기부했다. 재단 측은 이번 성과에 대해 문화재 반환 및 환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반환의 의미를 설명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최영창 활용홍보실장.
불확실한 문화재 반환에 성공한 라이엇, 도전은 계속된다
문화재 환수에 참여하는 기업은 매우 적다. 재단에 따르면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2007년 신한은행 임직원들이 1억5,000만 원을 모아 그림 한 점의 반환에 힘을 실었고, MBC TV의 예능 프로그램(위대한 문화유산)에서 공동 모금의 형태로 반환에 힘을 보탠 것을 끝으로 지난 7년 동안 소식이 없었다.
왜 이렇게 참여가 적을까? 낯선 분야고, 성공할 확률도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단 활용홍보실 강임산 팀장은 “낯선 분야고 여러 가지 위험성도 커서 그런 것 같다. 문화재 반환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어렵게 환수했는데 모조품인 경우도 있는 등 변수도 많다”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는 확실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공헌사업에 도전해 결실을 맺은 셈이다.
라이엇게임즈 권정현 상무는 “이번 문화재 환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앞으로) 들어간 비용보다도 한국 사회에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라이엇게임즈는 한국형 챔피언 ‘아리’의 새로운 스킨 ‘팝스타 아리’의 초기 6개월 판매수익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공헌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도 문화재청과 함께한다.
권 상무는 “라이엇은 문화재청과 팀워크가 좋다. 우리는 (사회공헌에 있어) 무엇을 하나 하더라도 한국 사회와 유저들에게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싶고, (앞으로의 프로젝트에 대해) 문화재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대외 및 운영, 서비스 총괄 상무.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상무는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하는데, 한국 문화유산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지키기 위해 작은 도움을 주고 싶어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해 왔다. 이 모든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 플레이어 덕분이다. 이번 소식이 문화재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유저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설명회는 ‘석가 삼존도’의 실물을 직접 공개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사무동에 위치한 사진실에서 진행됐다. 사무동은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제한구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