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과 카카오가 손을 잡았다. 다음은 26일 카카오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통합 법인의 명칭은 ‘다음카카오’. 카카오의 시선으로 보면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최대주주가 되는 우회상장의 형태다.
한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원조와 국내 최대 규모의 모바일 메신저 및 게임 플랫폼의 결합은 많은 이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특히 주식가치만 2조 4,000억 원으로 평가된 카카오가 우회상장이라는 구설수에 시달릴 수도 있는 모습으로 다음과 결합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문을 선사했다.
이렇게 많은 주목과 의문을 몰고 온 소식임에도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는 많지 않다. 과연 양사의 결합은 어떤 목적으로 이뤄졌으며, 게임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다음카카오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다음카카오, 포털의 광고∙콘텐츠와 모바일 게임∙메신저의 결합
다음-카카오 결합의 궁금증을 풀어줄 자리는 26일 갑작스럽게 준비된 기자간담회였다. 이 자리에서는 양사의 대표가 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합병의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양사 모두 절박한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번 합병을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의 최세훈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합법인의 대표는 저(최세훈)와 카카오 쪽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결합에 대해 어느 한쪽의 필요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뉘앙스였다.
더불어 최 대표는 발표문에서 “다음과 카카오는 서로 부족한 점을 각자의 강점으로 가지고 있다”며 합병을 통해 서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고, 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는 발표문과 질의응답 2차례에 걸쳐 ‘광고’를 이야기하며 카카오가 가진 아쉬움을 토로했다.
왼쪽부터 다음 최세훈 대표와 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
두 대표의 말처럼 다음과 카카오는 상대의 약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가지고 있다. 1995년 한국 인터넷포털 사업의 문을 연 다음은 카카오가 가지지 못한 풍부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반면, 모바일에서는 메신저 플랫폼인 ‘마이피플’이나 모바일게임 브랜드 ‘다음모바게’ 모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재 한국의 메신저와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는 카카오는 게임 일변도의 매출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카카오의 2013년 총 매출은 약 2,108억 원. 이 중 카카오 게임하기를 포함한 중계매출의 비중은 84%에 달한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2012년 12월부터 2014년 1월 사이 매출 9,000억 원(게임사와 플랫폼 배분 전 금액)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중계매출의 대부분은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카카오 매출의 80% 가까이가 게임에서 나온 셈이다.
이렇게 양 사 모두 가볍지 않은 약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의 공세는 거세기만 하다. 포털 사업에서는 이미 국내 점유율 1위를 달성하지 오래이며, 모바일에서는 라인의 높은 해외 점유율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밴드게임을 론칭하며 모바일게임 분야도 적극 공략 중이다.
결국 이러한 거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바일 1위 기업과 인터넷 포털 2위 기업이 힘을 합친 셈이다. 실제로 기자간담회에서 두 대표는 합병 이유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를 이야기했다. 두 대표가 말한 합병 키워드도 마침 '글로벌'과 ‘시너지’였다.
최대주주로 등극한 김범수 의장, NHN에서의 역할을 재현할까?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역할이다. 김범수 의장은 이번 다음-카카오 합병을 통해 지분율 22.23%로 통합법인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었다.
물론 최대주주가 된다는 것과 직접 경영권을 휘두르는 것은 다른 의미다. 실제로 다음과 카카오는 기자간담회에서 “통합법인의 대표는 양 사의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 의장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김범수 의장은 1998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고, 2001년엔 주식회사 네이버의 전신인 NHN을 공동으로 설립한 인물이다. 그는 이후 2007년까지 NHN 대표이사, NHN 글로벌 대표이사, NHN USA 대표직 등을 역임하며 지금의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왔다. 그런 그가 맞수이자, 같은 인터넷포털 업체인 다음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김 의장이 이런 경력을 가진 만큼, 다음카카오 통합법인에서도 김 의장의 역할이 적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합법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을 뺏어오거나, ‘글로벌’이라는 키워드처럼 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 오랫동안 NHN을 이끌어 왔던, 그리고 NHN 글로벌과 NHN USA의 대표를 역임했던 김 의장의 역할에 눈이 가는 이유다.
또한 김범수 의장은 NHN엔터테인먼트의 전신 격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고, 카카오를 창업한 이후에는 한게임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 게임하기를 만들었단 인물이다. 통합법인의 게임사업에 대해서도 조언을 할 확률이 낮지 않아 보인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
<검은사막>의 다음게임과 5억 이용자의 카카오게임의 운명은?
그렇다면 카카오와 다음의 결합은 게임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현재로써는 양사가 서로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다른 만큼, 당분간은 기존의 모델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음과 카카오의 주력 분야는 정반대다. 모바일로 사업을 시작한 카카오는 카카오 게임하기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나, 온라인게임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반면 다음은 최근 '다음게임'의 법인 독립을 선언하며 온라인게임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다음의 게임사업은 <검은사막>이나 <플래닛사이드2>와 같은 온라인 게임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카카오와는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
물론 다음에는 2012년부터 이끌어 온 다음 모바게라는 모바일게임 브랜드도 존재한다. 하지만 다음 모바게는 2012년 출시한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찾지 못하며 침묵을 지키는 중이다.
이렇게 서로의 주력 분야가 다른 만큼, 양사의 게임사업은 통합 이후에도 당분간 현행 모델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다음과 카카오는 전자공시를 통해 합병으로 인한 경영방침이나 사업모델 변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 이야기했으며, 기자간담회에서도 다음 최세훈 대표는 “다음게임의 독립과 이번 합병은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통합 이후 양 사 주력분야의 시너지를 위해 통합 이후 게임사업을 총괄하는 부서가 신설되거나, 카카오 게임하기의 노하우가 마이피플에 적용되는 식의 그림도 배제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