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5년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2015년에는 게임 및 문화콘텐츠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활동을 펼치면서 외부 소통 강화, 게임 규제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모색에 나선다.
먼저 게임과 문화콘텐츠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게임 이펙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게임의 창의성. 커뮤니케이션과 게임’이라는 포럼을 상·하반기에 각 1회 개최하고, ‘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강좌를 개최해 TED 형식의 영상을 제작 한다.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짧은 영상을 통해 인식 확대에 나서기 위해서다.
또 공무원 및 교사 연수 등과 연계한 커리큘럼 개발을 추진하고, 게임 관련 출판 시리즈물을 기획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층과 직접 마주치는 공무원, 교사에게 게임의 긍정적인 면과 문화 이해를 도와 긍정적 인식 확산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외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문화콘텐츠 각 분야에서의 정책 대안 모색을 위한 월례 포럼을 개최하고, 이 연구내용을 정리한 정책연구보고서를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1회 발간한다. 공대위 소식지도 분기별로 발행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배포한다. 외부 소통을 통해 활동도 알리고, 직접적인 의견도 듣기 위함이다.
또 공대위는 문화 콘텐츠 규제 정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만 내는 것을 넘어 직접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공대위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받은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연대가 아닌 다른 단체 명으로 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2015년 한 해 동안 꾸준히 규제 이슈에 대응하면서 필요하다면 추가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공대위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2014년, 설립 초기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대위는 2014년에 게임 규제 관련 토론회와 포럼을 개최했고, 게임 규제 법안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별 다른 활동이 없었고, 규제에 대한 대응 수준에 머무르는 아쉬움을 남겼기에 2015년에는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김성곤 사무국장은 “게임 규제를 반대할 때, 규제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데이터, 학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글로벌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해봤다”며 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게임 이펙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게임 이펙트>라는 책을 출판했다. ‘행복한 뇌를 만드는 게임의 문화 심리학’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게임 이펙트>는 이 교수가 게임 규제에 반대하는 이유와 해외 사례 등을 소개한 책이다.
이 교수는 “게임을 하면 지능이 떨어지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에 의문이 들었다. 의외로 게임과 뇌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서술한 자료가 더 많더라. 직접 알아보니, 한국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다른 사실들이 보이더라. 이렇게 뇌와 게임에 대한 새로운 해석, 한국에서의 주류 정신과 의사의 주장과 반대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며 자신의 책을 소개했다.
이동연 교수 “헌법소원 다시 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K-IDEA 김성곤 사무국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공대위 최준영 사무국장.
다음은 현장에서 있었던 질의응답 내용이다.
공대위 예산은 어떻게 조달하고 있나?
최준영 사무국장: 정해진 예산이 있는 게 아니라, 26개 참가단체의 분담금와 후원금으로 활동한다. 활동 계획을 구체화하며 후원금과 분담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 이야기 할 것 같다.
각자의 공대위 활동 평가가 궁금하다. 작년 활동에서 만족했는가?
김성곤 사무국장: 협회에서 5년간 일해왔는데, 그간 법적규제와 싸워오면서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된 건 처음이었다. 게임이라는 하나의 주제였을 뿐, 문화산업 전반에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끌어냈다. 향후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 큰 그림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한다.
이동연 교수: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통해 최악의 결과를 막았다는 데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셧다운제 합헌 판결에 대해서는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 재판관이 여성가족부의 주장을 반복한 데 대해 매우 실망했다. 올해 책을 통해 셧다운제부터 중독법에 대한 고민을 학술적으로 마무리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준영 사무국장: 문화연대의 사무차장을 겸하고 있어 공대위 활동에 성과를 낼 수 있음에도 이루지 못해 아쉽다. 셧다운제 관련해서는 문화연대와 소송을 했었는데, 합헌 판결이 나면서 드러나는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고민이 많다. 그 결과가 2015년 활동계획에 반영됐다. 우리를 지지해줄 수 있는 시민들을 많이 만나야겠다고 생각해서 외부 소통에 나섰다. 내년에는 공대위 활동에 성과를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공대위에 중독법을 반대하는 정신 의학계 의사를 참가시키기 위해 노력했었는지 궁금하다.
이동연 교수: 정신의학계 의사들과 토론회에서 대립하고 논쟁도 하는데, 사석에서는 게임을 둘러싼 고민이 각자 있더라. 그들이 가진 고민은 이해하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진영 논리가 되다 보니 어려운 이야기다. 정신 의학계가 상당히 좁은 바닥이기 때문이다.
정신의학계 의사 중 상당수는 중독법이 너무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일부는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공식적으로 제안하질 못했다. 내년 쯤에는 아예 찬성과 반대 입장의 의사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싶다.
공대위가 주장하는 자율규제가 지지를 받으려면 자율규제를 어겼을 때의 처벌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야 할 것 같다.
김성곤 사무국장: 한국은 자율규제의 역사가 미천한데, 법에서 규제가 먼저 들어왔다. 현재 법안에 다 있는 내용들을 자율규제 수준으로 바꾸는 게 우리의 목표다.
무임승차와 회피 같은 문제는 도덕적 타격이 가장 클 것이고, 소비자도 지키지 않은 업체의 제품을 외면할 것이다. 자율규제를 어긴 제품은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고 기업들이 서로 배척하면 잘 정착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자율규제와 글로벌 협업이라는 데는 의심하지 않는다.
아직 중독법 등 규제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하고 있다. 공대위는 입법 과정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김성곤 사무국장: 협회 측에서는 (발의한) 의원들을 다 만나봤다. 만나서 우리가 자율규제로 잘 이끌어가겠다고 이야기했고, 믿어줄 거라 본다. 내년부터는 자율규제를 정착시키고 잘 지켜지게 만드는 게 우리의
수년간 법정 분쟁에 대한 다툼과 투쟁만이 있었기에 자율규제 준비가 늦어졌다. 이런 이슈가 잦아들면서 우리가 자율규제를 잘 준비한다면 법적 분쟁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동연 교수: 우리가 생각하는 콘텐츠 규제는 등급과 심의가 핵심이다. 과거에는 문란하다거나 사상을 문제삼아 판매나 유통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이는 전통적인 등급과 심의가 아니라 검열이었다.
중독법 같은 이슈는 게임과 영화같은 내용물을 보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를 규제하는 것에 가깝다.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이유는 게임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강제적 셧다운도 일방적이고 전면적인 차단이다. 최근 게임 규제와 관련된 담론이 심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사상 검열과 비슷하다고 본다. 자율규제는 중독법 이슈와는 별도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셧다운제 위헌소송 관련해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자세히 말해달라.
이동연 교수: 아직 자세한 게 나온 건 아니다. 지난 위헌소송은 이병찬 변호사가 도와줬다. 이 변호사와 상의해서 법무법인 정진과 계속 할지, 어떻게 논리를 보강할지, 여가부의 움직임 등을 분석해서 상반기 안에 다시 재개할 생각이다. 공식화 되면 다시 자리를 마련하겠다. 물론, 그 때는 실질적 주체인 청소년과 함께 할 생각이다.
내년 계획 중 문화콘텐츠 규제 정책 대응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가능한 자세히 설명해달라.
최준영 사무국장: 올해는 중독법이라는 이슈가 심각했기에 대응하는 포럼, 정책 연구에 집중했다. 2015년 활동 방안이 게임 및 문화콘텐츠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자는 쪽으로 맞춰졌다. 관련한 이슈가 생겼을 때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을 거고, 캠페인 같은 형태 등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유통 구조, 산업 생태계 문제, 청소년 보호법에 기반한 규제 등 불합리한 구조 개선이나 이런 부분에 대한 대응 같은 경우, 월례 포럼 등을 통해 정책적 대안을 만드는 게 올해 방향이다. ‘이슈 파이팅’ 같은 부분이라기 보다는 정책적 대안을 만드는 차원에서 진행하지 않을까 한다.
이동연 교수: 올해는 중독법 떄문에 게임 중심으로 대응했다. 내년은 다른 문화콘텐츠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본다.
영화 관련해서는 제한 상영관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고, 웹툰 규제 역시 작년 연말부터 올해 한창 논쟁이 됐다. 뮤직비디오 규제, 청소년 음원,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규정 등 문화 콘텐츠 전반에 규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데 재개정이 필요한 법은 개정하는 등으로 대응할 생각이 있다.
셧다운제 합헌 판결에 대해서는 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위헌소송에서 놓친 것들을 보완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보완해서 준비할 생각이다. 셧다운제나 중독법, 손인춘법 등이 아직 계류 중이고 다른 이슈가 내년에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 할 것이다.
공무원,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김성곤 사무국장: 구체적인 계획안은 서울시와 조율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잡히고 공대위가 K-IDEA에 요청하면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돕겠다.
이동연 교수: 곽 교육감 시절에 제안했으나, 곽 교육감이 정치적으로 낙마하는 바람에 중단됐다. 조 교육감, 서울시 교육청과 연계해 게임을 활용한 방과후 특별활동 등의 놀이문화 교육을 하려고 한다.
그 외에도 교사 대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게임 관련한 교사 대상 교육은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미디어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교육만 있으면 교사가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어렵기에 긍정적인 사례를 부각하는 연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내년 활동을 잘 지켜봐 달라.
게임규제 반대할 때 드는 근거가 국내 사례보다는 해외 사례에 치중되어 있더라. 게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내 학술 사례도 있나?
이동연 교수: 국내사례가 별로 없더라. 연구서가 없는 건 아닌데, 국내 연구 사례 중 의미 있는 사례도 있다. 다만, 학술 차원에서 교육 학계나 심리학계에서 게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결과가 없다. 교수들이 임상 쪽의 부정적 데이터를 전제로 한 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