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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5] 그 많은 돌연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살아남아라! 개복치!’ 개발기

셀렉트 버튼 ‘나카하타 코야’의 ‘What I Thought When Creating Survive! Mola Mola!’

김승현(다미롱) 2015-05-19 23:33:32

‘물살에 휘말려 돌연사!’, ‘물이 차가워서 돌연사!’, ‘너무 많이 먹어 돌연사!’

 

올해 초 수많은 유저들을 웃게 만들었던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돌연사 목록이다.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출시된 육성 게임이다. 시스템 자체는 간단했지만, ‘빵’ 터지는 돌연사 사유와 SNS와 만나 한일 양국의 게이머들에게 선풍 같은 인기를 얻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다.‘셀렉트 버튼’은 게임 개발 경험은 하나 없는 디렉터와 아티스트, 엔지니어 3명이 모여 만든 인디 개발사.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이들이 취미 삼아 만들기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셀렉트 버튼은 어떻게 이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을까? NDC 15를 찾은 나카하타 코야 대표 겸 디렉터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셀렉트 버튼의 ‘나카하타 코야’ 대표 겸 디렉터

 

 

 개복치의 시작은 영웅담? 날카로운 아이디어와 친근함으로 무장하라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게임 개발과는 인연이 없었던 3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의기투합해 만들기 시작한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어떤 장르를 만들어야겠다는 목적도 없었다. 육성게임이라는 장르조차 단순히 육성 게임이 다른 캐주얼 장르보다 수익성이 좋으니까, 일본은 <다마고치> 같은 간단한 육성 게임이 인기니까 선택하게 되었다.

 

셀렉트 버튼의 첫 목표는 무려 일본 100만 다운로드.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허투로 처리하지 말자는 마음에서 나온 목표다. 이렇게 첫 목표가 정해지자 구체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살아남아라! 개복치!>가 개발되기 직전 일본 모바일 마켓은 고퀄리티 3D 게임이나 온라인-모바일 크로스플랫폼, 혹은 다른 유명 게임이나 IP와 손잡은 게임이 대다수였다. 자신들과 같은 인디가 끼어들 틈은 보이지 않았다.

 

나카하타 코야 대표는 고민 끝에 ‘날카로움’과 ‘친근함’ 2개를 포인트로 삼았다. 날카로움은 고퀄리티 애플리케이션의 바다에서 인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밖에 길이 없다는 것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날카로움이 지나쳐 소재가 이질적이면 그 게임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잊혀진다. 친밀감은 날카로운 아이디어를 부담없이 전달하기 위한 포장지였다.

 


 

셀렉트 버튼은 이 첫 시작으로 ‘영웅 육성’을 목표로 했다. 영웅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해주는 존재다. 그리고 영웅의 성장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소재. 더군다나 일본은 이미 수많은 영웅들이 만들어지고 사랑 받고 있는 장소다.

 

허나 코야 대표가 신경 쓴 것은 영웅의 매력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집중한 것은 영웅의 약점이었다. 사람들은 완벽무결한 영웅에게 거리감을 느낀다. 약점 투성이인 현실의 자신과 달리 너무도 완벽히 비인간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든 영웅들은 하나 이상의 독특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울트라맨도 3분 이상 변신할 수 없고 <명탐정 코난>의 에도가와 코난은 뛰어난 추리력을 가졌지만 지금 몸은 사회적 약자인 ‘어린아이’다.

 


 

셀렉트 버튼은 이러한 영웅상에 부합하는 캐릭터를 찾던 중 개복치를 찾아냈다. 치어 시절 제대로 찾기도 힘들 정도로 작지만 끝까지 성장하면 2.5톤까지 클 수 있다는 특성, 그리고 ‘천국에 가장 가까운 물고리’라는 별명처럼 각양각색의 이유로 사망한다는 특성이 마음에 들었다. 2.5톤이라는 엄청난 크기와 잦은 사망이라는 연약함이 포인트였다.

 

 

■ 죽음과 웃음을 엮는 방법

 

주요 소재가 정해지자 개복치를 죽이지 않고 끝까지 성장시킨다는 게임의 목표가 정해졌다. 대충 만든 일러스트와 임시 변수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고생해서 만든 프로토타입을 플레이해 보니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다.

 

문제의 원인은 ‘죽음’ 자체였다. 죽음을 피해, 혹은 극복하며 개복치를 성장시키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이 죽음이라는 소재가 너무도 큰 무거움을 줬다. 죽음이라는 소재 자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문제였다.

 


 

허나 게임 특성 상 죽음의 빈도를 줄이거나 죽음을 뺄 수도 없는 노릇. 셀렉트 버튼은 죽음을 극복하기 힘들다면 차라리 즐기게 하기로 기획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핵심(?)인 황당무계한 돌연사 사유와 코믹한 화풍이 추가됐다. 죽음 자체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죽음의 무거움을 희석하기 위한 시도였다. 

 

허나 이렇게 게임을 바꿔도 재미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동안 키운 캐릭터가 너무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이 문제였다. 코야 대표는 고민 중 문득 죽을수록(?) 강해지는 <드래곤볼> 시리즈의 ‘사이어인’을 떠올렸다. 죽을수록 강해지면(?) 죽음 자체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셀렉트 버튼은 이 아이디어를 받아 들여 죽을수록 돌연사 확률이 낮아지거나 성장 속도라 빨라지는 시스템을 더했다.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모든 틀이 완성되었다.

 


 

개발이 얼추 끝나가자 코야 대표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게임이 쏟아지는 시장. 이러한 게임의 바다 속에서 어떻게 게임을 알리느냐에 대한 고민이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라 돈을 들인 마케팅은 생각도 못했다. 기댈 것은 SNS 뿐이었다.

 

다행히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바이럴에 적합한 게임이었다. 초기 ‘죽음’의 무거움을 희석하기 위해 추가했던 온갖 황당무계한 ‘돌연사’ 사유는 플레이 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살아남아라! 개복치!>를 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그 많은 돌연사를 이기고 여기까지 키웠어!’라고 자랑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장점도 있었다. 코야 대표는 이를 떠올리자 마자 개복치가 죽을 때마다 SNS에 결과를 공유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그리고 대망의 6월 6일. <살아남아라! 개복치!>가 앱스토어에 풀리자 셀렉트 버튼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하루에 생산된 트위터 메시지만 10만 건. AKB 48과 같은 유명 연예인까지 이 대열에 끼어 바이럴 효과가 폭발했다.

 

이후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다운로드 후 보유율 58%, 일본 100만 다운로드 기록, 전세계 556만 다운로드 등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나카하타 코야 대표는 마지막으로 “앱스토어는 아직도 많은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시장이다. 3명이 취미로 개발한 게임도 그랬다. 개발자 여러분도 날카로운 아이디어와 친밀한 포장만 있다면 <살아남아라! 개복치!>처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인디 여러분들도 꿈을 놓지 않고 좋은 게임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청중을 격려하며 강연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