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오브인덱스 2015 공식 선정작은 총 14개다. 여기에서는 순전히 주관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게임 7개를, 개인적인 카테고리로 나눠 소개한다. 아래 나오는 영상은 행사장에서 PT 영상과 다르다. 양해 바란다. 행사장 PT 영상이 다 들어있는 트위치TV의 생방송 녹화영상은 맨 아래에서 만날 수 있다.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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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페이스의 정형을 깨다
RETSNOM(SOMI, 한국) : 대칭의 미학
아웃오브인덱스 2015 공식 선정작 중 유일한 한국 게임이다. 14개의 게임 중 개발자(SOMI)가 직접 무대에 올라 설명한 유일한 게임이기도 하다.
이 퍼즐 게임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거울의 속성에 집중했다. 거울에 비친 물체가 좌우가 바뀌듯 게임 속 주인공 주변 배경을 좌우로 바꿔 지도를 빠져나오면 된다. 성에가 끼는 속성은 맵의 블록 등이 사라지는 효과를 일으키고, 오목거울은 상하를 바꿔버린다. 글보다 아래 영상을 보는 게 이해하기 좋다.
부산에 사는 SOMI 님이 1년 2개월 동안 이 게임을 혼자 만들었다. 직장에 다니느라, 퇴근 후 매일 2시간 정도 매달렸다.
게임이나 프로그램과 아무 관계도 없었던 그는 앱스토어 오픈 이후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임으로 넘어왔다. 두 번째 게임. 7월 23일부터 스팀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Cerulean Moon(Nachobeard, 스페인) : 캐릭터 말고 맵을 움직여요.
캐릭터가 아닌 맵을 움직여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게임이다. 손가락으로 캐릭터가 움직일 방향을 찍는 게 아니다. 손바닥으로 화면을 밀면 그 방향으로 세계가 움직이고 캐릭터는 반대방향으로 가게 되는 식이다.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경험을 제공한다. 영상을 보고 이해하는 게 좋겠다.
# 세상의 질서를 우아하게 담다
Synonymy(Christopher Jarvis, 미국) : 단어와 단어 사이
리차드 도킨스가 게임 해설을 하다니! 리차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 등의 책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자 작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석좌교수.
이런 사람이 게임을 설명하는 해설을 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 게임은 기존 단어 맞추기 게임과 다르다. 알파벳이 아닌 '의미'가 게임 메카닉의 기본이 된다. 특정 단어를 선택하면 그 단어의 연관어, 동의어가 이어지는데 게이머는 그러한 단어들의 연결을 파악하고, 최단 경로를 통해 목표 단어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관어와 동의어가 이어지는 관계, 수많은 단어들이 연결된 방식이 진화론과 가깝게 연결돼 있어서, 리차드 도킨스가 해설을 한 게 아닐까 싶다. 네어버 앱스토어에서도 7월 24일부터 팔기 시작했다.
Prune(Joel McDonald, 미국) : 자르고, 키우세요.
나무를 키우는 즐거움을 아름답게 표현한 게임이다. 앱스토어에 피처링됐다.
나무가 스스로 자라는 매커니즘에 목적을 추가했다. 플레이어의 가지치기(슬라이스)를 통해 장애물을 피하고, 나무를 울창하게 자라서 꽃을 피우게 해야 한다. 살아있는 듯한 나무의 움직임이 아름답게 구현됐다.
# 약을 빨거나, 불을 지르거나, 모두 삼키거나
Tetrageddon Games(Nathalie Lawhead, 미국) : 정신 없는 세계로 어서 오세요.
약빤 듯한 게임 묶음이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개발자가 (좋은 의미로) 미친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느낄 만하다. 풍자와 유머, 넌센스가 넘친다. 완전 B급 X아이 느낌이 든다.
'아웃오브인덱스' 운영진은 뽑을지 말지 고민했다. 공식 선정의 주요 기준은 게임 매커니즘의 실험성인데, 이 게임묶음은 그런 면이 없었다. 게임을 실험적으로 활용한 것에 좋은 점수를 줬다.
홈페이지(//tetrageddon.com)에 가면 팝아트를 패러디한 것 같은 게임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 맘대로 가져다 써도 된다.
Not Everything is Flammable(DAM, 미국) : 화재 현장에서의 신명나는 릴레이
작은 불씨로 시작한 플레이어가 집 안의 다양한 물체들을 불태우며, 그 불이 꺼지기 전에 다른 물체로 불씨를 옮겨서 계속 전진하며 점수를 쌓는 게임이다.
작은 물체로 시작한 불씨는 집 밖으로 낙면 거대한 건물을 불태우기도 하고 우주선에 옮겨붙어 우주로까지 불꽃을 전달한다. 가다보면, 지구는 물론 우주밖에 운석까지도 불태울 수 있다.
Donut County(Ben Esposito, 미국) : 일단 다 때려넣고 봅시다.
구멍으로 물체를 빨아들여 더욱 그 구멍을 키우는 것이 목적인 게임. 플레이어의 작은 구멍은 각종 물건을 집어삼키며 커진다.
물체들을 집어삼키는 게 구멍의 메인 요소이지만, 진짜 재미는 집어삼킨 물체들의 다양한 상호작용이다. 불을 집어삼킨 뒤, 옥수수가 구멍 속으로 들어가면 팝콘이 팡팡 터지며 나오고, 수컷양과 암컷양이 들어가면 하트가 뿅뿅뿅 나온다. 그 뒤 새끼 양들이 줄줄이 구멍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