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폭염도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맘때면 증권시장에 상장한 게임업계에는 한 통의 성적표가 도착합니다. 바로 실적발표입니다. 학창시절 성적표에 실렸던 적나라한 숫자들을 기억하시나요? 실적발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업체의 매출부터 순이익, 투자상황까지 각종 '숫자'들이 만천하에 공개되죠.
같은 성적표를 보며 누군가는 웃지만 누군가는 눈물을 훔쳐야 합니다. 누군가는 기대에 부풀지만, 누군가는 이를 악다물고 각오를 다져야 할 지도 모릅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게임업계의 2016년 상반기 성적표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성적표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2016년 상반기 게임업계를 돌아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송예원 기자
■ 여전한 '넘사벽' 3N의 위엄
# 넥슨
넥슨은 창업 후 처음으로 상반기 매출 1조원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상장을 일본에서 했지만 게임업계 1위입니다. 게임마다 성적도 좋습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임이 없어요. 모바일게임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의 라인업이 빵빵하니까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합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보면 입가가 찢어지도록 미소를 짓고도 남을 일인데요.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영국에서 시작된 브랙시트의 영향으로 고정자산인 엔화의 가치가 확 올랐고, 일본에 상장해서 매출을 엔화로 계산하는 넥슨은 상대적으로 한국과 중국 매출이 줄어드는 손해를 봤습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넥슨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11% 감소한 381억 엔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분기와 '같은 환율'을 적용한다면 오히려 4% 올랐죠.
게임은 더 잘됐는데 환율 덕분에 매출이 떨어지는 악재입니다. 그것도 난데없는 영국 영향으로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3분기에 적용될 악재는 더 많습니다.
1) 창업주 김정주 NXC회장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제공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2) 자회사의 기대작 <서든어택2>가 출시 23일만에 서비스 종료했습니다.
3) 특정 집단을 옹호해 논란을 빚은 성우 교체 후 불매운동을 비롯한 후폭풍을 겪고 있어요.
이 모든 게 3분기에 이어집니다. 하반기 넥슨은 <메이플스토리M>,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천애명월도> 등 다양한 모바일/PC게임 라인업을 준비 중인데요. 이 정도면 정말 '굿'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넷마블
어딜 가도 그런 친구가 있잖아요. 얼굴도 예쁘고, 부모님은 부자인데다가, 공부까지 잘하는. 2016년 상반기 넷마블이 딱 그랬습니다. 상반기에만 매출 6,787억 원. 모바일게임사 1등을 지켰죠. 업계 전체를 통틀어도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2위입니다.
넷마블 역시 역대 최고 매출입니다. 지난해 2분기에 대비 무려 51.8%나 늘었거든요. <세븐나이츠>, <모두의 마블>,<마블 퓨처파이트> 등 기존 게임이 견고하게 버텨주고 있는 가운데, 신작 게임 <스톤에이지>까지 흥행가도에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글로벌’을 외쳤던 방준혁 의장의 바람도 이뤄지는 모양새 입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58%를 차지했으니 말이에요. <세븐나이츠>는 일본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3위까지 오르는 등 고무적인 성적도 보여줬죠.
하반기에도 모바일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리니지2: 레볼루션>부터 <스타워즈> IP를 이용한 게임까지 쟁쟁한 라인업이 준비 중입니다. 이 정도면 그냥 얄밉군요.
# 엔씨소프트
<리니지>는 1998년 태어나 올해로 19살이 된 장수게임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엔씨소프트를 먹여 살리고 있는 효자 게임이기도 하죠. 상반기 엔씨소프트는 주요 게임들이 안정세를 보이며 매출 4,81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리니지>형제의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했죠.
<리니지>는 2분기에만 944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요, 이는 1분기 대비 19.7%, 전년 동기 대비 10.4% 오른 수치입니다. <리니지> 하나의 상반기 매출은 1,773억 원. 카카오 게임부문, 네오위즈게임즈, 웹젠 등의 상반기 한 회사의 상반기 총 매출보다도 높은 걸 보면 효자 노릇은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죠?
엔씨소프트의 미래도 <리니지>입니다. 일단 하반기에 <리니지RK>, <리니지M> 등 모바일 게임을 국내외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리니지 이터널>도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리니지2>의 IP를 이용한 스네일게임즈의 <리니지2: 혈맹>은 3분기부터 매출이 나올테고,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이제 테스트와 출시를 앞두고 있죠.
어제의 엔씨를 있게 했고, 오늘의 엔씨도 책임지게 한 게임 <리니지>. 그리고 내일을 이끌어 갈 게임도 <리니지>가 될 것 같네요.
■ 웹보드와 IP에 희망을! 대형 퍼블리셔
# NHN엔터테인먼트
“게임사업 접는 거 아냐?” 지난해 NHN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우려는, 기우일뿐이었습니다. 상반기 NHN엔터테인먼트는 게임부문 매출은 2,41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32.2% 오르며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대다수 온라인게임 사업을 정리했던 NHN엔터테인먼트의 여력은 모바일게임과 IP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프렌즈팝>이 일본에서는 <라인팝2>와 <라인디즈니 쯔무쯔무>가 뒷심을 내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거든요. 참고로 모바일게임 성적은 전년동기 60.8% 성장한 700억을 기록했습니다.
의외로 온라인게임 부문도 소폭 성장했는데요,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 덕분이었죠. 올 3월부터 웹보드게임은 배팅한도가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월 결제한도가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늘었거든요. 당분간은 그 덕을 확실하게 볼 수 있을 듯합니다.
3분기부터는 <갓오브하이스쿨 2016>의 매출도 있고, 다른 모바일게임 라인업도 연이어 출시되는 만큼 게임에서 기대해 볼 부분은 더 많아질 듯합니다.
# 네오위즈게임즈
<피파온라인>과의 이별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던 네오위즈게임즈는 올해 모바일게임과 웹보드게임의 시너지로 모처럼 한숨을 돌렸습니다. <피망뉴맞고>, <피망포커> 등 모바일 웹보드게임이 흥하면서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한 1,09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죠.
다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비를 투자한 큰아들 <블레스>가 정작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하반기에는 만렙 확장과 신규 클래스 추가 등 대규모 업데이트로 반전을 꾀할 예정이라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 그 시절 그 게임 IP덕에...
# 웹젠
모바일게임 부흥기를 맞아 IP사업만으로도 싱글벙글이던 두 회사, 위메이드와 웹젠은 슬슬 새로운 동력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뮤 오리진>(전민기적)으로 또 다른 기적을 일으킨 웹젠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9% 오른 1139억 원입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만은 없습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1분기와 비교해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성적이 크게 떨어졌거든요.
실제로 <뮤> IP를 활용한 게임의 총 매출은 1분기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31% 떨어져 446억 원에 그쳤습니다. 중국의 <전민기적>, 한국의 <뮤 오리진>을 모두 포함해서 말이죠. 슬슬 새로운 '기적'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결국 웹젠이 택한 것도 <뮤>입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뮤 레전드>를 출시하며 반등을 꾀할 예정인데요. 과연 새로운 기적이 이어질 수 있을까요?
# 위메이드
마르지 않는 광산 <미르의 전설2>의 IP사업을 모바일로 확장하며 기대감을 가득 안겨줬던 위메이드의 상반기는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모바일과 온라인게임 모든 부문의 매출이 떨어지며 579억 원에 그쳤습니다. 전년동기 대비 8.8%나 하락한 수치죠. 특히 2분기부터는 중국의 <열혈전기>도 큰 폭으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역시나 <미르의 전설2>입니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 모바일>과 <이카루스 모바일>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조성했는데요. 특히 <미르의 전설 모바일>은 미니멈 개런티만 3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죠.
여기에 중국에서는 <미르의 전설2>를 이용한 웹드라마나 웹게임, 영화 등도 차곡차곡 준비 중인데요. 그만큼 <미르의 전설2> IP를 공동소유하고 있는 액토즈소프트와의 소송이 중요하게 작용할 듯합니다.
■ 밖에서는 통했다, 해외로 간 회사들
# 컴투스 / 게임빌
컴투스와 게임빌에게 한국 시장은 너무 작았나 봅니다 컴투스는 상반기 매출 2,617억 원 중 85.9%가 해외 시장에서 내며 글로벌 모바일게임 회사로서의 위상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반대로 이야기하면 국내 매출이 369억 원에 그쳤다는 이야기지만, 이 역시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이죠.
형제회사인 게임빌 역시 해외매출이 압도적입니다. 상반기 매출은 800억 원, 그 중 해외 비중은 59%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영업이익률입니다. 컴투스의 영업이익은 무려 1,084억 원으로 이익률이 41%에 달하거든요. 버는 것 대부분이 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6,787억 원을 번 넷마블의 영업이익이 1,128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얼마나 좋은 성적인지 감이 오시나요?
# 카카오
해외 매출 덕을 본 또 다른 회사, 바로 카카오입니다. 자회사였던 엔진과 다음게임이 합병하면서 <검은사막>의 유럽서비스를 카카오게임즈가 맡았고, 이게 유럽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의 PC게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6.7%나 오른 503억 원을 기록했죠. 이로써 상반기 총 매출은 783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국내에 대모바일게임 시대를 열었던 카카오가 온라인게임으로 웃을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요?
오히려 모바일게임 매출은 소폭 감소한 983억 원에 그쳤습니다. 특히 2분기 모바일게임 매출은 1분기 대비 16%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3분기 이후 다시 하강그래프를 그렸죠. 다만 7월 이후 등장한 <아이러브니키>, <놀러와마이홈> 등 캐주얼 게임들이 잘나가고 있는 만큼 3분기 반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원히트원더 ‘슈가맨’들의 뼈아픈 부진
# 선데이토즈
언제쯤 웃을 날이 올까요? <애니팡>과 고스톱의 만남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애니팡 맞고> 부진 속에 선데이토즈는 상반기 매출이 ‘또’ 떨어졌습니다. 323억 원, 전년 동기 대비 30.1%나 하락한 수치입니다.
선데이토즈는 지속되는 부진에 지난 5월 액면병합과 무상증자까지 시도했지만 하락세는 여전합니다. 다만 7월에 출시한 신작 <애니팡 포커>가 구글플레이 매출 10위에 오르는 등 강력한 인기를 보이는 만큼 아직은 기대감을 놓을 수 없을 것 같군요.
#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데브시스터즈의 추락은 어디까지 지속될까요? 데브시스터즈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0.7%나 떨어진 52억 원, 심지어 영업손실 59억 원으로 적자까지 나기 시작했습니다. 더욱 암울한 사실은 후속작인 <쿠키런2>도 연기까지 되고 있다는 사실. 상황을 반전하기 위한 카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액션스퀘어
<블레이드>의 액션스퀘어도 지금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반기 매출 18억 원, 영업손실 49억 원으로 역시나 적자죠. 상장 전의 1/8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다만 <삼국블레이드>나 <블레이드2>처럼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대작을 갖고 있다는 면에서 3분기 이후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 썸에이지
<영웅>은 그나마 낫다고 해야 할까요? 썸에이지는 그나마 적자는 면했습니다. 상반기 매출은 32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억 7,800만 원 입니다. 신작라인업도 갖추고 있고, 개발만을 위한 자회사까지 둔 만큼 여력은 조금 더 남아있는 셈이죠.
■ 별첨
#바른손이앤에이
상반기 매출 192억 원. 전년 동기 대비 자그마치 ‘2082%’이 상승했습니다. 폴짝, 껑충을 넘어 하늘을 날았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합니다. 참고로 그 중 <히트>가 가져다 준 매출만 168억 원에 달합니다. 말 그대로 “하트다 히트!”밖에 표현할 수가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