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차일드> 정기점검일인 4월 26일 오늘, 시프트업 최주홍 팀장은 오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점검을 마치고 NDC 17 2일차 첫 강연을 맡았다. 오늘 게임 내 업데이트된 ‘월드보스 레이드’ 신규 보스 콘텐츠를 연상시키듯, 강연도 레이드 콘텐츠에 대한 개발 이야기가 주 내용이었다.
최주홍 팀장은 오늘 강연을 통해 게임 내 레이드 콘텐츠가 어떤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됐는지 설명했다. 최근 기획자 모집 공고를 통해 많은 신입 지망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정보가 유용하게 제공되기를 바랐다.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오픈 이후 추가된 첫 콘텐츠, ‘라그나
브레이크’ 레이드
레이드 콘텐츠 ‘라그나 브레이크’는 <데스티니 차일드> 오픈 이후 추가된 사실상 첫 콘텐츠다. 오픈 후 한 달 정도 시간을 두고 추가된 ‘리버스 라비린스’ 이후 본격적인 즐길 거리. 나름 늦지 않은 시기에 공개된 셈이다. <데스티니 차일드>가 오픈 이후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하면서 과분한 사랑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기뻐할 새도 없이
다음 콘텐츠를 위해 더 분주히 개발하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라그나 브레이크’는 지금까지
총 세 번의 시즌을 거쳤다. 맨 처음 시작된 ‘시즌 0’은 일종의 테스트였다. 아무래도 타 게임의 레이드와 다른 시도를
했기에 불안함이 많았다. 문제점도 많을 것이라 생각됐고. 그래서
파일럿 콘텐츠 느낌으로 진행했다.
‘라그나 브레이크’는 크리스마스쯤
작업이 진행됐다. 오픈 후 1개월정도 된 시점이지. 당시 대표님(김형태 대표)이
그림을 그리는데, 무슨 이유인지 캐릭터가 빨리 그려져서 알아봤더니 작년에 그렸던 그림과 같더라. 그리고 나서 대표님이 날 불러서 레이드 콘텐츠를 만들자고 하더라.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으니 빨리 만들자며.
보통 게임을 만들 때는 무엇을 언제 만들지에 대한 순서를 미리 정한다. 하지만, 서비스에 들어가면서 그 시기에 추가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시기를 기획, 사업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진행한다. ‘라그나 브레이크’ 같은 레이드
콘텐츠도 그만큼 더 미루면 안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 또 대표님도 뜻을 강하게 밝히셨고. 그렇게 해서 본격적인 레이드 콘텐츠에 대한 개발이 진행됐다.
# 다같이, 초보도 할
수 있는, 그리고 차일드가 골고루 쓰이는 레이드
먼저, 콘텐츠가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보통 게임에 추가되는 ‘레이드’의
사전적인 의미는 ‘습격’, ‘급습’과 같은 뜻을 담고 있다. 아주 강한적을 함께 물리치고 좋은 보상을
받는다는 콘텐츠 성격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사실,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떻게 보면 다른 콘텐츠도 많은 부분이 해당된다. 그래서 ‘레이드’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위에서 말하는 다른 콘텐츠와 해당되는
부분을 배제할 수 없더라도, <데스티니 차일드>의
특징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콘텐츠를 개발함에 있어 전체적인 디렉션은 ‘다같이 할 수 있어야 하며’, ‘초보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차일드를 골고루 쓰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당연하며, 좋은
내용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해 보면 어렵고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레이드 콘텐츠 개발 회의 모습.
하나씩 알아보면, 첫 번째 다같이 한다는 것은 구현에 따른 기획적인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넘어갈 수는 있다. 문제는 다음부터. 초보도
할 수 있는 레이드 콘텐츠는 굉장히 어렵다. 다같이 하려면 그걸 받아낼 적이 강하거나, 오래 버텨야 하는데, 이론상 이를 생각하면 초보 유저는 접근하기
힘들다. 결국 상대적으로 레이드에서 제외된다. 꽤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다. 결과와 피드백은 잠시 후 다시 얘기하겠다.
마지막 디렉션인 차일드를 골고루 쓴다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지만, <데스티니
차일드>가 차일드를 많이 모아서 키우게 만들수록 콘텐츠가 확보되기 때문에 여러 고민 끝에 모드로
풀어내기로 결론을 내렸다. 레이드 뿐 아니라 특정 던전, PvP 등
각 모드마다 필요한 차일드에 관심이 모이면서 해당 차일드를 모으게 만들기로 했다.
디렉션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아이디어 회의에 들어갔다. 사실 제일 중요한 부분으로, 모두의 의견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기록,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생각하고 혼자서 기획할 수는 없으니까. 브레인스토밍을 한 결과 10단위 레벨마다 보스가 바뀌고, 레이드로 얻은 재화로 전용 상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초보도 참여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서 스토리 모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위 세 가지 디렉션이 적절히 반영된 부분. 하지만, 이 공개 후 이런 기획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 레이드 디렉션의 본질 추구를 위한 여러 시도는 계속될 것
여러 테스트를 거쳐서 첫 번쩨 시즌 0 콘텐츠가 업데이트됐다. 반응을 보니 주차장, 숟가락 등과 같은 플레이가 가득하더라. ‘숟가락’은 레이드 보스가 출현하면 대미지를 많이 넣어 기록을 남기는
것 보다 그냥 참여만 해서 보상을 얻어가는 것을 말한다. 데미지별 보상이 차등 지급되는데도 귀찮으니
참여만 하더라. ‘주차장’은 전체 스테이지 중 시간 대비
효율이 가장 좋은 스테이지에 계속 머무르고 상위 보스레벨로 일부러 넘어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유저가 레이드 보스를 발견하고 한 번이라도 참여하고 친구들과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데, 이는(주차장) 보스 레이드에
참여하지 않는 거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초보 유저가 레이드를 발견했을 경우, 어려워서 클리어를 안하더라도 친구가 보스를 없애서 레벨 업을 하면 어렵기 때문이다. 주차장 유저들을 보면 10, 21레벨 보스를 많이 활용하더라.
'라그나 브레이크'의 파일럿 콘텐츠 격인 시즌 0. 목속성 '크람푸스'가 보스다.
조마조마했던 첫 번째 업데이트, 하지만 결과는 안타까웠다.
의도하지 않은 흐름이고, 올바르게 활용하지 않은 것이기에 대책이 필요했다. 숟가락 딜을 방지하기 위해 보상은 최소 2% 가량 일정 대미지를
줘야 받을 수 있도록 설정했다. 주차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난이도와 보상을 조정하고, 2주차 플레이 유도를 위해 타 유저를 도와 보상을 얻는 슬레이어즈 시스템을 추가했다. 이후 대략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조금씩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라그나
브레이크’ 레이드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콘텐츠를 보완할 수 있었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조금 더 큰 스케일의 레이드인 20인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대규모 레이드 콘텐츠를 선보였다. 하드 던전을 돌아서 무작위로 발생한 보스 레이드를 클리어해 게이지를 채우면 월드보스를 소환, 전 서버 게임 유저가 함께 상대하는 방식이다. 물론 빈부격차가 크거나, 장비 장착을 안했을 경우 등 민감한 부분이 더러 있지만 보강할 방법을 현재 연구 중이다. 이 역시 ‘라그나 브레이크’ 처럼 점차 보완해 나아갈 것이다.
그밖에 ‘온전’ 콘텐츠는
기획, 구현 등을 모두 진행해 출시 단계에서 선보일 준비가 다 됐지만 출시 전 콘텐츠가 재미없을 듯
해서 중단시켰다. 대표님부터 내부 직원들의 게임 보는 퀄리티가 조금 높다. 재미없는 콘텐츠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더 좋은 퀄리티로 선보이기로 결정한 후 현재 중비 중이다. 조금만 지나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더. 출시 초기, 확률
등 불미스러운 이슈로 실망시켜드린 것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순전히 우리가 미흡해서 발생한 일이다. 내부적으로 반성하면서 회의를 많이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관련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게임을 떠난 유저,
혹은 기존 유를 위한 복귀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