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구글 한국 게임 총괄 "현재는 글로벌 게임시장 진출 '막차' 타이밍"

민경환 구글 한국 안드로이드 앱·게임 비즈니스 총괄, 문이 닫히는 상황 비유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박수민(그루잠) 2018-04-12 18:00:05

"마치 저 앞에서 지하철 문이 닫히고 있고, 나는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닫히는 문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상황."

 

평소 지하철 사당역에서 환승한다는 민경환 구글 한국 안드로이드 앱·게임 비즈니스 총괄의 이야기다. 한국 게임의 글로벌 진출과 관련된 아픈 비유다.

 

발언하는 민경환 총괄


4월 6일 판교에서 개최된 '경기도 게임산업 진흥포럼'에 참석한 민경환 총괄은 '글로벌 시장 진출지원을 위한 지원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민 총괄은 '명백한 사실' 두 가지를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국내 게임산업이 경제적 규모를 보나, 종사자의 수를 보나 크게 성장했다는 것과, 국내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이런 현상이 게임 업계가 대규모 프로젝트·대기업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 총괄은 이에 관해 ▲중소 규모의 개발사는 마케팅을 시도하기도 힘들고 ▲​유저들 또한 대작 게임에 익숙해졌으며 ▲​중국발 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4월 7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순위

 

민경환 총괄은 이런 힘든 상황의 돌파구로,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더 넓은 지역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을 꼽았다.

 

과거, 직접 현물CD 등을 물리적으로 수출해야 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구글 플레이마켓이나 애플 앱스토어 등 좋은 글로벌 플랫폼이 있다는 것.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게임 <서머너즈워>

 

하지만 그는, 현재 글로벌 시장 진출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은 글로벌 진출을 할 수 있는 '막차'라는 것. 민 총괄은 과거 사례와 현재 상황을 비교해 설명했다.

 

"몇년 전 190개 국에 론칭한 게임이 있었다. 한국 서비스를 열심히 했는데 실패했다. 그런데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이탈리아에서 그 게임이 잘 나가고 있었다. 극단적인 예긴 하지만, 과거에는 성공 확률이 1%라면 100개국에 수출해 하나라도 걸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한 게임이라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얼마든지 성공을 노려볼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요즈음의 글로벌 게임산업의 상황은 다르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민 총괄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모바일게임의 상황을 '닫히고 있는 지하철 문'에 비유해 설명했다. 한국 게임의 경쟁우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국내에 수입돼 좋은 성적을 보여준 중국 게임 <천애명월도>

 

과거에는 국내 게임산업의 기술력과 창의력이 해외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해외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이 해외에 진출한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어려워진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민 총괄은 세 가지 포인트를 제시했다.

 

1. 현재의 앱 시장은 지속력을 갖춰야 한다. 지속력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 능력을 갖출 것. 구글 또한 분석 툴을 강화하고 있다.

 

2. 진출하고자 하는 해외 국가 및 해당 국가 유저들의 문화를 마음 깊이 이해할 것. 구글도 관련 정보 지원을 할 것이다.

 

3. 수익성만을 좇아 무리한 BM을 적용하지 말고, 자사의 규모와 인력에 맞는 BM을 갖출 것. 작은 회사에서 환불, 불만 대응 등 손이 많이 가는 BM 모델을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 총괄은 특히 세 번째 내용과 관련해, 국내에서 성공한 대작 게임이 대규모 마케팅까지 해 가며 미국에 진출했으나 실패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장르 이슈도 있었지만, 확률형 아이템 모델은 미국에서 통하지 않았다는 것.

 

발표 이후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의 장면이 연상된다"고 말한 황성익 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퍼블리셔나 투자자, 정부 지원에 의존하며 RPG 등 특정 장르에 우르르 쏠리는 현상이 문제다. 요즘 물어보면 전부 '방치형 RPG'를 만들고 있다. 쏠림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의 한 장면

 

4월 6일 열린 '제 1회 경기도 게임산업 진흥포럼'의 참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