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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트리거: 플레이어가 그 게임에 다시 접속하는 이유

왜 그 게임을 다시 할까? 어떻게 그 게임을 다시 하게 만들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18-08-06 16:34:20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왜 과거에 해봤던 게임으로 다시 돌아갈까요? 제작자들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 하도록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요? 게임 디자이너 윌 루튼(Will Luton)은 자신의 책 'Free-to-Play: Making Money From Games You Give Away'에서 사람들이 자주 플레이하는 게임은 '리턴 트리거​'가 잘 쓰였다고 설명합니다.

 

리턴 트리거란 유저가 게임을 하는 명백한 이유, 계속 플레이하고 싶게 만드는 계기를 뜻합니다. 개발사는 유저들이 게임을 계속할 수 있게, 혹은 돌아올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윌 루튼은 7월 26일 게임 전문 외신 가마수트라(Gamasutra)에 'Return Triggers: Enticing Your Players to Come Back' (바로가기)라는 기사를 올려 '리턴 트리거'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는 왜 예전의 게임을 다시 하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과 어떻게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다시 하게 만들지 고민인 개발자를 위해 해당 기사 전문을 번역, 공개합니다.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의 의역과 본문엔 없는 사진이 사용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 이 기사는 가마수트라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 편집자 주

 

어떤 게임으로 돌아갈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은 그 게임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과 같다. 반면, 게임 속에 머물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플레이어는 게임의 '심해'를 떠돌다 다른 게임으로 가버린다. '리턴 트리거(Return Trigger)'란 개연성 있는 이벤트​ 등 게임 플레이를 위한 명백한 ​이유를 뜻한다. 이메일이나 푸시 알림을 통한 복귀 유도​도 리턴 트리거에 해당한다.

 

리턴 트리거가 잘 작동된다면 게임을 떠난 유저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게임 속 리턴 트리거를 도식화한다면 {도표 1}과 같은데, 도표에서는 여러 '세션' 안에서 작은 루프(Loop, 순환 고리)가 그려진 다음 큰 재접속 루프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도표 1} 리턴 트리거의 '루프'

▲ 재접속(새로운 '세션')

 '세션'

▲ 떠남('세션' 종료)

​ 리턴 트리거

 

좋은 리턴 트리거로는 '약속', '사회적 의무', 그리고 '넛지'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러한 요소는 유저 보유의 성배(holy grail)와 같다. 보통 게임은 대체로 하나의 두드러진 '트리거'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 가지 '트리거'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이를 하이브리드로 섞어서 배치하는 모습도 흔히 나타난다.

 

 

약속 트리거(Appointment Triggers)

'약속'은 부분 유료(F2P) 게임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리턴 트리거이며, 이는 흔히 코어 루프({그림 1}의 세션)에 '기다림(Wait)'이라는 요소로 연결된다. 약속 트리거란 유저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단순한 보상이다. 이 트리거가 약속 트리거인 이유는 플레이어가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시간을 '약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팜빌>은 농작물마다 다른 성장 시간, 비용, 보상을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게임 중에 자신이 수확할 작물을 선택한다. 플레이어가 출근 전인 오전 9시에 게임을 켠다면, 성장에 4시간이 걸리는 딸기를 심을 것이다. 이는 플레이어의 점심시간인 오후 1시에 [딸기를 따겠다고] '약속'을 잡는 것과 같다. 하루에 한 번 꼴로 게임을 켜는 플레이어라면 수확까지 24시간이 걸리는 고추를 심을 것이고, 시간이 많은 플레이어라면 게임에 5분마다 들어가 낮지만 규칙적인 보상을 얻을 것이다.

 

<팜빌>은 모든 약속 기반 게임처럼 플레이어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추어 게임의 세션을 결정하고, 그 루틴의 틀에 갇히게 만든다. 만약에 플레이어가 세션을 놓친다면 보상은 불이익으로 바뀐다. (가령 <팜빌>의 농작물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말라버린다.) 이로써 플레이어는 [제때 게임을 켜지 않은] 책임을 전가 받는다. 이러한 방법은 재접속을 유발하는 강력한 제재 요소다.

 

'팜빌 2'

비록 약속 트리거가 부분 유료 게임 초기에 팜(Farm)류 게임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게임과 실시간을 연결하는 모델은 다른 게임과 게임 외적인 곳까지 퍼져나갔다. <비주얼드 블리츠>는 일주일에 한 번씩 토너먼트를 초기화하고 점수 기록을 비워 플레이어들이 새롭게 경쟁하게 만든다. 이는 헌신과 스킬 사이의 균형을 맞춰 [자신의 낮은 순위에] 게임을 접거나 '운빨'이 영원히 상위 랭크를 차지하는 것을 막는다. 게임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플레이어는 점수판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미스터리 박스, 일일보상, 가챠(lottery) 티켓은 매일 첫 세션을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다. 흔히 이런 보상은 며칠에 걸쳐 증가하면서 플레이어들이 주기적으로 게임에 접속하도록 만든다. 플레이어가 접속을 단 하루라도 빼먹는다면 보상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게임의 약속 트리거는 플레이어가 오래도록 그 게임을 하도록 '훈련'시킨다.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선택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고, 종종 이 인센티브를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게 만들며, 복귀에 늦은 플레이어에게는 보상을 없애거나 줄여버린다.

 

'메이플스토리'의 출석 체크 이벤트

 

경쟁 트리거(Competitive Triggers)

인간은 태생적으로 '경쟁'을 즐기며 승리의 환희를 추구한다. 경쟁 트리거는 게임 속 요소나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인해 유발된 이벤트를 통해 플레이어의 경쟁심을 자극한다. 이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핵심 매력이다.

 

점수판이 있는 모든 게임은 경쟁적인 복귀 동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비디오 게임 초창기 오락실에는 점수판이 널려 있었다. 오락기가 비어 있을 때면 오락기에 데모 플레이가 나왔는데 데모 플레이에는 역대 점수 기록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데모 플레이는 지나가던 플레이어들에게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한 다음, 기쁜 마음으로 점수판 꼭대기에 자기 이름을 새겨넣게 만들었으며 이는 다른 플레이어의 경쟁심도 자극했다. 점수판에 이름을 새기지 못했거나 다른 플레이어에게 1위를 빼앗길 때면 [순위에 오를 때까지] 계속해서 동전을 넣게 만들었다. 재접속과 반복 플레이로 이루어진 점수판은 초창기 오락실과 게임 산업을 '터뜨렸다'.

 

2012년 대히트를 기록한 '애니팡'의 점수판

 

<비주얼드 블리츠>의 점수판도 이 전통을 유지한다. <비주얼드 빌리츠>에서는 플레이어의 점수가 뒤바뀌는 어떠한 경우도 그 플레이어가 게임에 재접속할 이유가 된다. 하지만 점수만이 유일한 경쟁 트리거의 형태는 아니다.

 

<던전&드래곤 온라인>은 여러 MMORPG와 마찬가지로 PvP 배틀을 제공한다. 이런 게임에는 승자와 패자가 또렷이 갈린다. 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를 짓눌러야만 승리할 수 있는 제로 썸 게임(Zero sum games)은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를 이길 때 강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해 플레이어를 계속해서 게임을 하도록 만든다.

 

 

사회적 의무 트리거(Social Commitment Triggers)

'사회적 의무' 트리거는 플레이어들이 서로의 발전을 위해 느끼는 의무감을 뜻하며 가장 드물지만, 또 가장 강력한 트리거로 작동한다.

 

['캐치 마인드'와 유사한] <드로우 썸띵(Draw Something)>에서는 한 플레이어가 짧은 랜덤 리스트에서 선택한 단어를 묘사하는 그림을 그리면 다른 플레이어가 이를 맞추는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정답을 맞히면, 정답을 맞힌 플레이어와 그림을 그린 플레이어 모두 코인을 얻는다. 이 코인으로는 새로운 물감 색상과 같은 인-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캐치 마인드' 플레이 화면.

<드로우 썸띵>에서 플레이어가 정답을 맞추면, 플레이어가 서로 역할을 바꿔 진행함으로써 턴이 종료된다. 흔히​ 이러한 게임 방식을 비동기* 방식이라고 말한다. 각 참가자는 실시간으로 동시 행동을 주고 받지 않고, 자신의 순서까지 차례대로 기다리는 '비동기'적 플레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 비동기(非同期, asynchronous): [행위를] 동시에 하지 않음. A와 B가 연산을 수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둘이 동시에 연산하지 않고 A 연산이 끝나면 B 연산을 진행하는 등의 방식.

 

좋은 비동기 게임은 믿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플레이어층을 보유할 수 있다. 각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서로 리턴 트리거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썼기 때문에 게임에 복귀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을 느낀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받은 다른 사람의 노력은 게임 프로그램의 기계적 요소보다 사회적으로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좀 더 매력적이다.

 

이러한 책임감은 많은 MMORPG 플레이어들이 '길드'를 통해 상호 의존성을 나타내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MMORPG의 길드는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여 서로에게 강력한 사회적 연대체를 구성하는 집단이다. 이러한 길드는 가입 조건으로 자신이 이 게임에 그만큼 시간을 썼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최소 레벨을 요구하기도 한다.

 

'리니지'의 길드 모습
 

 

장소 트리거(Location Triggers)

약속 트리거가 특정 시간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약속을 지킨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것과 같이 '장소' 트리거 또한 플레이어에게 해당 장소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지급한다. 이러한 트리거는 플레이어의 일상에서 새로운 리턴 트리거를 생기게 한다.

 

또 어떤 실재하는 장소에 '핑'을 찍거나(claiming) 태그하는 행위는 플레이어에게 지역주의(territorialism)의 감각을 주며, 이는 경쟁 트리거와 비슷한 방식으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경쟁자와의 대결에서 어떤 장소을 선점하거나 인-게임에서 희귀한 자원을 획득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어디에 있건 그 게임에 재접속하고 싶게 만든다.

 

위치 데이터를 통해 포켓몬을 잡는 '포켓몬 고'

 

API를 통해 제공되는 현실 기반 서비스의 위치 데이터는 근처의 상점, 랜드마크, 공공장소와 거리를 연결하는 맥락(context)을 제공한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실재하는 장소에 대한] 감정적인 느낌을 제공하며, 영역 감각을 강화한다.

 

많은 모바일 기기들이 근처 와이파이 신호를 계산해 상당히 정확한 수준의 위도/경도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위치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하는 대규모 집단이 형성된다. 이런 특성은 GPS가 없는 아이팟 터치나 노트북에도 해당한다.

 

장소 트리거를 촉발하는 분야에서 공전의 아직 히트작은 아직 나온 적 없지만, 레드 로봇(Red Robot)의 <라이프 이즈 크라임(Life is Crime)>이나 부야(Booyah)의 <마이 타운(My Town)> 시리즈 등은 이 분야에서 인지도 있는 장소 기반 게임들이다.

 

 

세일과 이벤트 트리거(Sales and Events Triggers) 

많은 부분 유료 게임이 정해진 기간 동안 시행하는 기간제 이벤트를 리턴 트리거로 사용한다. 보통은 설날, 추석 등 지역적/국가적 공휴일에 세일 행사나 명절 이벤트를 진행한다.

 

<던전&드래곤 온라인>은 페스티부스*를 특징으로 삼아 페스티부스 전용 퀘스트나 '비홀더 쿠키(Beholder Cookie)'와 같은 기간제 아이템을 제공한다. 연휴 이벤트 기간이 지나면 플레이어는 더 이상 퀘스트를 깰 수 없지만,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은 계속 소유할 수 있다.

 

* 페스티부스(Festivus): 12월 23일.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의 전날이자 연휴의 시작일로 '페스티부스'를 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날을 휴일처럼 여기며 긴 연휴의 시작을 축하한다. 게임사에서도 각종 이벤트를 벌인다.

 

한편, <팜빌>은 밸런타인데이 기간부터 [유저들이] 텃밭에 비료를 뿌릴 시기까지 월 1회 이상 이벤트를 벌이며 리턴 트리거를 자극한다. 이러한 이벤트에는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이 미리 정해져있으며 이벤트는 기간 한정 아이템에 주력한다. <비주얼드 블리츠>는 규칙적으로 '해피 아워' 이벤트를 벌이며, 이때 무료 부스트 및 코인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런 트리거는 푸시 알림, 이메일, 페이스북 그룹 등을 통해 공지된다.

 

'세일 트리거'와 '이벤트 트리거'의 목적은 같다. 바로 제한된 기간 내 특정 요소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플레이어들에게 이익과 정서적 연결을 주는 것. 플레이어는 제한된 기간에만 그 요소를 이용할 수 있고 이런 요소의 매력은 게임을 접은 플레이어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 이벤트를 너무 자주 하면 이벤트의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천하제일상 거상'의 추석 송편 이벤트

 

 

넛지* 트리거(Nudge Triggers)

* 넛지(Nudge): 옆에서 팔꿈치로 쿡쿡 찌르는 행위를 말하며 행동경제학에서는 제안자가 행위자로 하여금 기존의 상벌 요소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제안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동명의 책을 쓴 리차드 탈러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넛지' 트리거는 가장 약한 트리거 중에 하나다. 넛지 방아쇠는 플레이어에게 직접 접촉하여 플레이어의 복귀를 바란다고 홍보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넛지'는 플레이어들이 무슨 게임을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이 게임도 있어요" 하고] 게임의 존재를 상기시켜주기 위해 일어난다. 

 

넛지는 "당신의 캐릭터가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어요"와 같은 푸시 알림을 보내거나, 새로운 업데이트 목록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른 리턴 트리거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거나 사라져버린 플레이어에게 보내는 최후의 시도지만 낮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