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RPG는 대중성 확보를 위해 전체 이용가나 12세 이용가 같은 낮은 심의 등급을 받아야한다는 통념과 다르게, 오직 ‘성인 유저’ 만을 타겟으로 하는 작품들이 2월에 잇달아 서비스를 개시한다. 특히 이들은 거래소 같은 상업성 이슈가 아니라, 여성 캐릭터의 선정적인 노출과 같은 표현과 관련된 이슈로 성인 게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먼저 일본 마벨러스와 마벨러스의 자회사인 HONEY∞PARADE GAMES가 개발하고 라인콩코리아가 한국에 서비스하는 <섬란카구라 시노비 마스터>가 발렌타인데이인 2월 14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게임은 유명 콘솔 게임 시리즈인 ‘섬란카구라’ 시리즈의 모바일 버전으로, ‘폭유 하이퍼 배틀 RPG’를 표방할 정도로 여성 캐릭터와 관련된 성적 요소를 주요 어필 포인트로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적으로는 일반적인 청소년 이용가의 RPG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며, 게임 내용을 봐도 딱히 심하게 자극적이거나 잔인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게임은 ‘여성 캐릭터를 터치해서’ 이런 저런 반응을 볼 수 있는 시스템부터 시작해 큰 대미지를 받으면 ‘옷이 찢어지거나’, 노출도가 높은 다양한 의상을 캐릭터들에게 입혀주는 시스템 등. 성인 유저들 만을 위한 선정적인 콘텐츠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스마트조이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라스트 오리진> 또한 2월 15일 오픈 베타 테스트에 돌입하며, 2월 말에 정식 서비스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이 게임 또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서비스되며, 대놓고 여성 캐릭터의 특정 부위가 일러스트에서 보일 정도로 선정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라스트오리진> 또한 단순하게 야한 것만으로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턴제 전략 게임’ 으로서 게임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또한 과금 시스템을 보면 ‘유료 재화를 통한 뽑기’(가차) 시스템이 없을 정도로 성인 게임 답지 않은 착한(?) 과금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2D 미소녀 캐릭터를 내세우는 RPG는 ‘최대한 등급을 낮춰서 서비스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일례로 XD글로벌이 서비스하는 <소녀전선>의 경우, 일부 캐릭터 일러스트의 선정성이 청소년 이용가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자 바로 노출도를 낮추는 이른바 ‘검열’ 패치를 진행해서 등급을 낮게 유지했다. 지난 2018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의 <에픽세븐> 또한 한정 판매를 통해 팔았던 캐릭터 일러스트의 선정성이 문제되자 유저 반발을 무릅쓰고 즉시 일러스트를 수정해 등급을 유지했다.
모바일 게임이 성인 등급을 받는다면, 당장 이용자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특정 마켓에서의 판매 불가나, 장소/시간에 따른 광고 규제 같은 여러 제약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성인 등급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섬란카구라 시노비 마스터>나 <라스트 오리진>은 오히려 선정성 높은 일러스트와 요소들을 내세워서 ‘성인 등급의 게임’ 임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한 모바일 게임 업체 사업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신규 게임은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기존 게임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콘텐츠만으로는 다른 게임과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성인등급’ 그 자체를 어필 포인트로 삼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하지만 결국 ‘성인등급’ 그 자체로 유저들에게 관심을 받더라도, 초기에만 화제를 모을 수 있다. 결국에는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와 콘텐츠가 성공여부를 가를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