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민 해설위원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바이벌'(이하 히오스 리바이벌)을 아프리카TV와 함께 진행하며 시공팬들의 큰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히오스 리바이벌 덕분에 작년 HGC(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의 갑작스러운 폐지로 사라질 뻔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e스포츠가 계속됐다.
히오스 리바이벌 시즌3 개막을 앞둔 지금, 가을 저녁 강남역 인근 카페에서 신정민 해설위원을 만나 대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그 이유에 대해 들었다.
히오스 리바이벌의 시작은 신정민 해설위원이 아프리카TV에 제출한 A4 한 장 분량의 기획서다. 기획을 받은 아프리카TV가 30분도 안 되어서 기획을 수락한 일화는 이미 시공팬(<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팬을 말함)들에게는 유명한 이야기다.
디스이즈게임: 기획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신정민 해설위원 (이하 신정민): 전문적인 기획서는 아니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것과 필요한 것, 일정 등 꼭 필요한 부분만 전달했어요. 심지어 메모장에 썼습니다. 마음이 급해서, 어수선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머릿속에 있던 것을 다 적었어요. 나중에 아프리카TV 담당자가 채워 넣느라 고생했을 거예요.
처음에는 단 하루짜리 대회였어요. 마무리 없이 폐지된 HGC였잖아요. 선수들도 중계진도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끝나게 너무 아쉬웠고, 그래서 단 하루라도 대회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보기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 같네요.
신정민: 선수들을 설득하는 게 필요했어요. 선수들 상처가 커서 처음에는 대부분 안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팬들에게) 많이 사랑받지 않았나. 적어도 마지막 인사는 하자"라고 설득했죠.
취지를 이해하니까 선수들이 한 명씩 참가 의사를 밝혔어요. 선수들이 한다고 하는데, 참가하지 말라고도 말 못 하죠. 그래서 일정이 늘어났습니다. 초기 기획보다 대회가 엄청 커지게 된 거죠.
히오스 리바이벌 첫 번째 시즌은 3월 14일에 시작했다. 무려 8팀이 참가했고, 공식 방송 역시 큰 관심을 받았다. 무엇보다 4월 27일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오프라인 결승전은 시공팬들은 물론 선수들과 신정민 해설위원의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됐다. 경기장은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고, 선수들은 멋진 경기로 보답했다. 또 크라우드 펀딩도 2천만 원이 넘으며 차기 시즌까지 확정된 상황이었다.
히오스 리바이벌은 해설진, 선수, 그리고 관람객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만든 기적 같은 대회였다.
첫 번째 히오스 리바이벌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어떠셨어요?
신정민: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리그죠. 특히 결승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납니다. 감사패도, 뜨거운 현장 분위기, 그리고 높은 수준의 경기까지. 옛날 OGN 슈퍼리그 결승전에서 느낀 경험을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히오스 리바이벌 준비 당시 선수들을 설득했다고 하셨는데, 시즌1 이후에 달라졌나요?
신정민: 선수들에겐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느끼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후원이 많지 않았나?) 네, 그때는 다들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HGC폐지로) 당시 상황이 그랬죠.
지금은 선수들 반응이 달라졌나요?
신정민: 폐지가 되며 겪은 일이 있으니 대부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더는 하기 싫어했죠. 그런 선수들은 다른 길을 찾으러 떠났습니다. 대신 시즌이 진행되면서 다른 참가 선수들은 더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현장에서 응원받는 것이 선수의 특혜잖아요. 직접 경험했든 관람을 했든 그런 경험을 했던 그리고 하고 싶은 선수들은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많은 팬 앞에 서고 싶어 합니다.
많이들 궁금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히오스 리바이벌 해설을 하며 돈을 받았나요?
신정민: 시즌1과 시즌2가 다릅니다. 시즌1은 모든 해설진이 무급이었습니다. 다들 좋은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시즌1의 큰 인기 덕분에 히오스 리바이벌 시즌2는 스폰서도 붙었다. 팀도 시즌1보다 늘어난 9팀이 참가했고, 공식 방송 시청자 수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이는 상금 금액이 천만 원을 약간 넘겼다.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천만 원은 차기 시즌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공약이 있어서 많은 팬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상금이 크게 줄었습니다.
신정민: 항상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아프리카TV가 리그 진행비를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상금을 늘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결정되는 상금 규모에 대해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죠.
그래서 선수 몇 명한테 물어봤습니다. 의외의 대답이 나왔어요. 그 선수들은 상금이 우선이 아니라,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특히 결승전 무대에 서서요. 우승 후보라면 상금이 눈에 들어올 법도 한데, 이런 이야기를 저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 하니까... 대회 자체가 해설진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가 있구나 싶었어요.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승할 기회가 필요한 것처럼 들립니다.
신정민: 그렇죠. 제가 많은 e스포츠 대회 결승전을 봤지만, 히오스 리바이벌 시즌1 결승전은 달랐어요. 프릭업 스튜디오는 최대 인원이 300명 내외입니다. 저는 살면서 300명 목소리가 그렇게 큰지 처음 알았어요. 3천 명 이상의 관중이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더 선수들이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거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더 크라우드 펀딩을 해야 할 것 같네요.
신정민: 상금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팬들은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중요합니다. 후원 금액은 시청자가 부담을 느끼는 순간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편하게 관람비 느낌으로 내면 모르겠지만, 의무감을 가지고 이 리그를 살리기 위해 일정 금액을 낸다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한테는 리그가 부담이 될 테니까요.
"내가 안 하면 리그가 망한다"라는 생각을 하는 팬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으로 첫 대회에서 후원하기도 했고요.
신정민: 시즌 1이 너무 잘 됐다고 생각해요. 후원 공약 때문에 더 팬들이 이런 느낌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은 부담 없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네요. 다음 시즌에는 이런 부분도 신경 쓰면서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저번 시즌 같은 경우는 말이 많았죠. 천만 원이 차기 시즌 공약을 위한 금액이었는데,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구백만 원 정도 펀딩됐었잖아요?
신정민: 어느 정도 이벤트성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때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시즌2 결승전에 박상현 캐스터가 계속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천만 원 달성 안 되면 자기가 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거였어요.
(웃으며) 못 말리는 사람들이네요.
신정민: (웃으며) 히오스가 그렇죠.
시공팬들은 게임 충성도가 높은 유저로 알려져 있다. 신정민 해설위원이 대회를 시작했지만, 팬들의 뜨거운 성원이 없었다면 히오스 리바이벌은 세 번째 시즌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혹자는 시공팬들의 행동을 인지 부조화라고 단정짓지만, 수많은 게임이 있는 요즘 시대에 인지 부조화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신정민 해설위원은 이런 시공팬들의 열정을, 그리고 히오스 리바이벌이 계속되는 이유를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를 즐기는 유저들은 이상하리만큼 게임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신정민: (웃으며) 게임 출시부터 계속 치여서 그런 게 아닐까요? 고생을 같이한 셈이죠. 불편한 친목질은 아니고, 잘 뭉치는 거 같습니다.
신정민 해설위원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해설을 약 3년쯤 하지 않았나요? 해설위원님도 시공에 대한 애착이 크게 느껴집니다.
신정민: 아마도 제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해설 자체도 가장 먼저 했을 겁니다. 인벤 파워리그부터 시작했으니까요. 또 e스포츠 해설을 할 수 있던 계기가 된 게임이기도 하니, 가장 애착이 갑니다.
오프라인 경기가 있는 대회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처음이었어요. 파워리그 결승서 팬들을 직접 만난 첫 대회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 같네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자체보다는 시공팬을 말하는 거 같네요.
신정민: 맞습니다. 팬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지금도 받고 있고요. 아프리카TV가 기초를 다져주긴 했지만, 그 위에 팬들이 덧붙이는 게 정말 많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팬들에게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돈 이야기가 아니라...
신정민: 그렇죠. 크라우드 펀딩 등 돈은 제게는 의미가 없죠. 돈의 가치 자체보다는 이 돈이 관심과 애정에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치고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히오스 리바이벌에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 힘든 다른 게 있어요. 같이 하나가 되어서하고 있다는 느낌이죠.
해설위원님에겐 시공 팬들이 남다르겠네요. 어떤 팬들이라고 생각하세요?
신정민: 이제는 가족이죠. 아니면 마을 하나에 같이 촘촘하게 사는 이웃사촌이라고 할까요? 동네 주민들끼리 서로 알고 있고, 음식을 편하게 나눠 먹는 느낌이죠. 그리고 편하게 언제나 놀러 갈 수 있는, 그리고 놀러 가서 편하게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오늘(10월 1일)부터 히오스 리바이벌 시즌3이 시작된다. 이번 시즌3까지 약 3개월마다 히오스 리바이벌이 개최되고 있다. HGC가 폐지되면서 뛸 곳이 없던 선수들에게는 계속 목표로 할 수 있는 대회가 자리 잡은 셈이다.
또 시즌1과 시즌2에서 선수와 아프리카TV 사이에서 가교를 했던 신정민 해설위원도 이번에는 해설에만 집중한다. 다른 시즌과 달리 이번 히오스 리바이벌에는 참가 선수들의 티어 제한이 없다. 무엇보다 이번 결승전 역시 10월 20일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오프라인 진행된다.
이제 시즌3가 시작됩니다. 시즌 3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그래도 시즌이 일정 기간마다 있어서,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대회를 준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신정민: 선수들은 항상 불안해합니다. 한 번 겪어봤기 때문이죠. 저도 주최 측에 확인하고, 원래는 대외비지만, 선수들한테 미리 말해주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해해서요.
어느 정도일까요? 회사를 언제 잘릴 지 모르는 느낌일까요?
신정민: 더 하죠. 그걸 한 번 겪어본 사람으로만 다 구성됐어요. 소위 모두가 다 잘려본 사람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프로 의식을 가지라고 하기엔 애매하지 않을까요? 안정적인 게 없잖아요.
신정민: 애매하죠. 애매하지만, 그래도 프로 의식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리그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리그로 만들어준 팬들과 아프리카TV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 시청자와 중계진이 봤을 때, 열심히 준비했다는 생각은 들어야 해요.
하지만 직설적으로 돈 없이 '프로 의식' 할 수 있을까요?
신정민: 그런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본인이 원해서 대회에 참가했고, 상금을 원하면 거기까지 올라가야죠. 상금을 받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열심히 해야 되냐고 묻는 건 말 자체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승보다는 상금이 목적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회'는 그 자체가 경쟁입니다. 경쟁에서 이길 생각이 아니라면, 다섯 명이 개인 방송으로 오손도손 좋은 모습 보여주면서 후원받는 게 맞죠. 대회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당연히 더 높은 곳을 노리는 게 대회고, 그러려고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지난 시즌 2부터 확실히 선수들이 달라졌어요. 우승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서일까요? 앞선 두 번의 시즌을 보내며 히오스 리바이벌이 탄탄한 리그의 모습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네요.
신정민: 그래서 시즌3이 중요합니다. 잘 마무리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리그 구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죠. 중계 더 열심히 하고, 더 많이 소통하고 전달하려 합니다.
내년 이맘때 히오스 리바이벌은 어떤 모습일까요?
신정민: 진행만 됐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서버 종료보다는 길게 갔으면 좋겠어요. 물론 서버 종료가 되진 않겠지만, 그런 책임으로 히오스 리바이벌 해설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리그가 안정되면서 "내일 리그가 없어지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할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고마운 사람들이 있을까요?
신정민: 팬들은 말할 것도 없이 고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중계진한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표현을 많이 못 했어요. 중계진이 없었으면 애초에 기획이 통과되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 일이 많은 친구들인데 스케줄 조율해서 계속 어떻게든 참여해준 중계진한테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