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와 타이틀 스폰서 계약에 성공한 애니파크의 김홍규 대표이사(오른쪽 사진)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애니파크에서 개발하고 CJ인터넷이 서비스하는 온라인 야구 게임 <마구마구>를 타이틀로 사용한다. 실제로 지난 주말,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의 개막전이 펼쳐졌다.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이 프로 스포츠 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김홍규 대표는 “염원하던 목표가 이뤄졌다”며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김홍규 대표와 애니파크는 지난 2007년 말, <마구마구>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자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현재의 코나미컵 아시아 시리즈(주1)를 이어 받는 ‘마구마구컵 아시아 시리즈’의 개최가 첫 번째이고, <마구마구> 한국-일본-대만 유저들이 대결하는 게임 속 ‘삼국대전’의 실현이 두 번째였다. 마지막 하나가 바로 한국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계약이었다.
“원래 2010년에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연초에는 포토샵으로 어설프게 ‘2010 마구마구 한국 프로야구’라고 이미지를 합성해 직원들에게 보여 주기도 했죠. 그런데 정말 운이 좋아서 올해 계약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타이틀 스폰서를 추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2010년’이라는 시기도 그때가 되면 계약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설정한 목표였다. 하지만 올해 2월, 예상치도 못 했던 기회가 찾아왔다.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였던 삼성전자가 갑자기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빛이 보였다고 할까요? 사실 그 이전에는 타이틀 스폰서 계약에 얼마가 드는지, 어떻게 추진하면 되는지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그만둔다고 하니까,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평생 못하겠구나 싶어서 무작정 KBO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다행히 애니파크와 CJ인터넷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야구 대표팀 스폰서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덕분에 KBO와의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CJ인터넷의 전폭적인 협력과 KBO 역시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고, 결국 한 달 만에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공식 엠블럼.
(주1) 한국-일본-중국-대만 프로리그 우승팀이 모여 아시아 프로야구팀 최강을 놓고 겨루는 대회. 현재 ‘코나미컵 아시아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매년 10월에 열리고 있다.
타이틀 스폰서 계약기간은 3년으로, CJ인터넷과 애니파크는 매년 35억원 규모의 후원금을 KBO에 내게 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타이틀 스폰서’이기 때문에 진행해야 하는 온·오프라인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게 투입될 예정이다. 타이틀 스폰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과연 <마구마구>는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김홍규 대표는 “물론 타이틀 스폰서 계약에 따른 홍보 및 동시접속자수 증가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꼭 눈으로 보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구마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구 게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구마구>가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국내 야구팬들의 성원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김홍규 대표는 <마구마구>가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자 어떻게 하면 국내 야구 발전에 돌려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참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작년에 애니파크와 CJ인터넷은 각각 여자야구 및 사회인 야구리그, 유소년 야구리그 및 티볼협회 등에 1억 원 규모의 후원을 진행했다. 올해도 같은 규모의 후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마구마구>가 발전하고, 국내 야구도 같이 발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입니다. 현재 티볼이나 여자야구, 유소년 야구 등은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지원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마구마구>가 이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습니다.”
지난 2006년 오픈베타에 돌입한 <마구마구>는 3년이 지난 지금, 대표적인 야구게임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8년 초에는 월 매출 20억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고, 올해 3월 역시 WBC 효과 덕분에 그에 못지않은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WBC 대표팀 헬맷에 들어간 <마구마구> 로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개발사 입장에서 100% 만족한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게임에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 개선해야 한다고 느끼는 점들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홍규 대표는 “다른 무엇보다 진입장벽의 개선을 꼽고 싶다”고 대답했다.
“<마구마구>가 성공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라는 멍에를 안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초보자들의 ‘정착’ 부분에 있어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마구마구>가 진행한 ‘시즌2’ 업데이트에서는 인터페이스(UI)의 개편을 비롯해 초보자들의 편의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김홍규 대표는 “앞으로도 초보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다양한 개선점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디어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의 막이 올랐다. 과연 애니파크와 김홍규 대표가 꿈꾸는 것처럼 우리나라 야구와 <마구마구>가 다 같이 발전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김홍규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한국 국가 대표팀 유니폼. 기아 타이거즈 소속의 윤석민 선수가 올림픽 예선전에서 실제로 입었던 유니폼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