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은 남은 2020년 최대의 기대작이다. 지난달 게임스컴 어워드는 <사이버펑크 2077>을 가장 기다린다고 발표했다. 심사위원도 게이머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게임의 출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는 잘 되고 있을까? 궁금한 점이 많았다. "더이상 연기는 없다"는 CDPR 한국 오피스를 만났다. 그렇다. CDPR은 한국에 오피스를 설립하고 각종 이슈에 직접 대응하고 있다. 스탠드 얼론 게임사 중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한 곳은 손에 꼽는다.
사무소를 총괄하는 정재우 매니저를 비롯한 세 사람은 솔직하게 게임의 준비 현황과 진행 중인 이벤트,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불법 다운로드를 해도 우리 고객"이라는 CDPR의 독특한 게임 철학도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는 체온 측정, 소독 절차를 거친 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어쌔신크리드 발할라>가 11월 10일, <COD 블랙 옵스: 콜드 워>가 13일에 나온다. <사이버펑크 2077>가 19일이니 의도치 않게 경쟁작이 많이 생겼다.
정재우: 우리가 일정을 미룬 거니까... 우리 모두 게이머로서 다른 게임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
<사이버펑크 2077> 출시 일정을 또 미루지는 않겠지?
정재우: 그럴 일은 절대 없다. (웃음)
자기소개부터 듣는다는 것을 깜빡했다.
정재우: 한국 총괄 매니저 정재우다. 한국 오피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다. 게임과 연관된 쪽을 좀 더 많이 본다. 게임의 현지화, UI 같은 것들을 폴란드(CDPR의 본사)와 소통하고 있다.
고왕철: 커뮤니티 매니저 고왕철이다. 일한 지 2년 5개월 정도 됐다. 한국 CDPR 커뮤니티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다. 네이버 카페 관리, SNS 소통, 의견 전달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오승택: 지난 7월 합류한 한국 마케팅 매니저 오승택이다. 광고, 콘텐츠 제작 등 마케팅과 관련한 포괄적인 활동을 맡았다.
CDPR 한국 직원들은 지사 개념으로 근무 중인가?
정재우: 우리는 연락사무소 개념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 법인은 없으며, 한국처럼 로컬 오피스가 있는 곳은 모두 9곳 정도 된다.
언제 어떻게 설립됐나?
고왕철: 2017년 4분기에 전임자가 혼자 팀을 꾸리셨다. CDPR은 원래 특정 지역에 진출하기로 하면 커뮤니티 매니저부터 뽑는다. 그 자리에 2018년 4월 합류하게 됐다.
과거 <위처>를 플레이하고 있었는데, <궨트>가 나온다는 소식에 굉장히 들떴다. <궨트>가 나오던 초창기에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당시에 한국어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사람들이랑 콘텐츠를 번역하고, 플레이 팁도 올리고 그랬는데 본사에서 먼저 나한테 연락을 줬다. 그렇게 면접을 봤고 일을 시작하게 됐다.
정재우: 특이하게 뽑힌 사람들이 많다. 나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쉬던 차에 <위처>를 플레이하다가 "이거 만드는 회사 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해서 막연히 검색해보니, 진짜로 한국에서 사람을 뽑고 있었던 거다. 바로 지원을 넣고, 마케팅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다.
CDPR 한국의 주요 업무는?
정재우: 가장 중요한 업무는 폴란드의 본사와 한국 게이머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PR, 마케팅, 커뮤니티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CDPR의 지역 사무소들은 해당 시장 게이머들이 어떤 성향인지 분석하는 일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위처 3>의 한국 판매량이 예상외로 성공적이었기에 본사에서도 관심을 둔 게 아닐까 한다.
<궨트>의 존재도 있지만 CDPR은 스탠드 얼론 게임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회사가 한국 시장에 지역 사무소를 설치했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정재우: 맞다. 놀라시는 분들이 많다. 비즈니스 미팅을 청할 때도 "CDPR이 한국에도 있어요?"라는 분이 있었다. 아직 우리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있다.
이번에 마케팅 매니저를 더 채용한 배경이 있을 것 같은데?
정재우: 올해 처음 세웠던 계획이 있었다. 코어 팬층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 했고, 그러기 위해 오프라인 이벤트도 많이 기획하려 했다. 특히 플레이엑스포는 참가에 대한 본사 컨펌까지 받았는데 안타깝게 무산됐다. 2018년 지스타 때 부산에서 이벤트를 열었는데, 우리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모여주셔서 올해는 그 보답으로 서울 이벤트를 진행해보려 했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안 좋게 됐다.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해보고 있다.
오승택: 본사에서 <사이버펑크 2077>을 소개하는 '나이트시티 와이어'의 확장팩을 게임 출시 직전까지 계속 낼 예정이다. 온라인 콘텐츠를 어떻게 더 많이 보여드릴까, 어떻게 하면 우리 굿즈를 많이 나눠드릴까 고민한다.
본사와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정재우: 매일 가깝게 이야기한다. 메신저로 주요 업무를 진행하는데 싱크를 맞추기 위해 업무 시간을 조정했다. 우리는 오후 2시에 출근해서 10시까지 일한다. 유럽 시차에 맞춘 건데 여기 시간으로 오후 4시가 폴란드에서는 아침 9시다. 덕분에 온라인으로 미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고 업무 효율도 올랐다.
우리가 먼저 제안을 한 건이고 본사가 배려를 해줬다. 큰 미팅에서 여러 파트가 들어온다고 하면 우리도 확실하게 참여해서 의견을 표현하는 게 맞기 때문에 그렇게 맞췄고, 일일 기반으로 업무가 잘 이뤄지고 있다.
2018년도 처음 한국에 발을 들일 때 <궨트>의 한국 서비스에 건 기대가 컸다. 2020년 9월 현재 평가는?
정재우: 우리가 성공적으로 이룬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본사의 e스포츠 매니저가 한국을 찾아서 공격적으로 진행해보려 했다. 2018년 말 <쓰론브레이커> 토너먼트도 진행했고, 인기도 좋았다. 이후로 모바일 버전으로도 게임을 출시하면서 유저 베이스가 확장됐다.
기대치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내는 게임이니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기대치를 맞추는 것이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궨트>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018년 당시 <사이버펑크 2077>의 한국어 더빙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내적, 외적 필요자원이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자막만 한국어화하기로 했다. 게임을 미리 체험했을 때 주어지는 시각적 정보가 너무 많아 더빙 취소의 아쉬움이 너무 컸다.
정재우: 취소가 결정됐을 때 우리도 정말 아쉬워했다.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따져보니 사업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발생했다. 몇몇 분들은 "국내 게임 시장이 이렇게 큰데 왜 마땅히 해야 할 투자를 안 하냐?" 생각하실 만한데, 국내 시장이 크긴 하지만 콘솔은 아직 굉장히 작다. 물론 우리 게임이 PC로도 나오지만, (스탠드 얼론 게임이) 생각만큼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어떤 외국 시장은 AAA급 게임이 수입될 경우 (더빙이) 기본처럼 되어있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게임의 더빙이 한국에는 기본으로 정착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사업적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AAA급 게임의 더빙을 얼마나 많이 하냐?" 이런 고민을 본사에서도 했다.
이렇게 안타깝게 더빙이 취소됐기에 번역은 최상의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만전을 기하고 있고, 인터페이스 편의에 대한 건의도 많이 했다. 지속적으로 좋은 게임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고왕철: <궨트>와 <쓰론브레이커>의 더빙이 굉장히 훌륭했기에 유저분들이 취소를 더 아쉽게 생각하고 계신다.
게임의 현지화는 직접 하고 있나? 아니면 다른 전문 업체에게 요청했나?
오승택: 현지화는 무사이 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이다. 다른 게임들의 한국어화 작업을 멋지게 해준 업체로 유명하다. <궨트>와 <쓰론브레이커>의 번역 작업도 해주신 곳으로 우리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열정도 높은 분들이다. 믿고 함께 진행 중이다.
게임의 볼륨이 크고 등장하는 고유명사도 많기 때문에 번역이 쉽지 않겠다.
정재우: 신경쓸 게 상당히 많다. <사이버펑크 2077>이 새 IP인데 세계관은 예전부터 구축됐기 때문에 우리가 타이트하게 서포트하고 있다. 성인을 타깃으로 한 게임이기도 하니까 욕설 같은 경우는 최대한 살려서 가자고 요청했다. 나이트시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몰입감을 깨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어떤 게임은 총싸움하면서 자막으로 "이 바보야", "이 얼간아" 이런 식으로 나오는 때가 있는데, 우리는 그런 거 없다. 게임의 고유명사를 한국의 욕에 접목시킨 욕도 등장한다. 플레이하면서 보면 깜짝 놀랄 거다.
게임에 디테일한 정보들이 너무 많아서 출시 전에 설정집도 발간했다.
오승택: 맞다. 그런 부분들이 많이 담겨있다. 게임을 해보기 전에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훌륭한 아트워크도 함께 담겨있다.
고왕철: 번역가께서도 <사이버펑크 2077> 기다리는 팬이셨다. 우리에게 열정적으로 피드백을 주셨는데, 용어의 싱크를 맞추기 위해 중간에서 일했다. 번역가의 제안이 역으로 게임에 삽입된 사례도 있다.
정재우: 책 판매량보다는 게임 준비에 신경 쓰려고 했는데, 우리 책이 출시하자마자 소설 분야 TOP 10에 올랐더라. 분류가 소설/과학소설로 되어있다. 그걸 보고 "게임 진짜 잘 내야겠다" 다짐했다. 설정집에는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는 하나도 없다.
태극마크를 뒤로 조니 실버핸드(<사이버펑크 2077> 등장인물)가 포즈를 잡은 광복절 축전이 화제다.
고왕철: 한국적 요소를 본사에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광복절은 2018년부터 우리가 먼저 어필했다. 올해 게임 출시를 앞두고 광복절 시점에 맞춰서 뭔가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본사에 의사를 보냈는데 본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본사 원화가와 아트워크를 준비해서 게이머분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전달하자고 뜻을 모았다.
오승택: CDPR에 합류하고 처음으로 같이 진행한 에셋인데, 밸런스 잡기가 쉽지 않았다. 광복절이 독립을 기념하는 기쁜 날이면서도 순국선열의 뜻을 기리는 의미도 있지 않나? 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까를 중점에 두고 본사와 소통했다. 여러 시안을 가지고 고민했고,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정재우: 일부 분들이 조니 실버핸드가 '사무라이'라는 밴드에 있는데 광복절 기념 모델로 쓰는 게 말이 되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게임이 출시되고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우리가 왜 그 인물을 설정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에 맞는 이벤트를 하는 편인지?
고왕철: 핏이 맞으면 진행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용선 축제에 맞춰서 별도 아트워크를 만든 적 있다. 설날에도 쥐의 해를 맞이한 특별 이미지를 공개했다.
오승택: 작년에는 한글날 기념 영상을 낸 적 있다. 대표님이 한국어로 인사를 전하고 <사이버펑크 2077> 한국어 UI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정재우: 작년 여름에 <사이버펑크 2077> 딥 다이브를 준비했다. 심층 분석 영상이었는데 더빙이 들어가는 나라는 성우들이 녹음했는데, 한국은 더빙이 취소된 시점이었다. 어떻게 하면 될까 고민했는데 본사에서 "그러면 니가 해"라고 해서 내가 녹음기 끼고 조용한 공간에서 직접 녹음했다. "왜 이리 웅얼거리냐?"라는 반응이 있는데 전문 성우가 아닌 내가 해서 그런 거다. (웃음)
그런가 하면 자체 예능 '나이트 시티 와이어 코리아'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오승택: 9월 22일에 다음 에피소드가 나온다. 전 세계 유저들에게 똑같은 시점에 똑같은 정보를 드려야 혼선이 생기지 않기에 이 부분을 잘 맞추려고 하고 있다. 한국분들이 원하는 깊이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준비했다. 다른 건 몰라도 티셔츠, 게이밍 의자 같은 경품들은 진짜 많이 준비했다. 굿즈를 받을 수 있는 퀴즈 이벤트가 준비되어있다.
운영 중인 네이버 카페에 가보니 콘테스트도 열고 있더라.
고왕철: 한국 게이머만 참여할 수 있는 콘테스트를 많이 준비했다. 퀴즈 이벤트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2077 콘테스트'라고 미래의 한국을 상상한 그림을 그리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마찬가지로 폴란드에서 가져온 공식 굿즈들을 받아 가실 수 있으니 많은 참여를 바란다. 다른 콘테스트도 준비 중이다. 그밖에 카페를 통해 유저분들이 주시는 질문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직접 답변을 드리고 있다.
만남에 앞서 "<사펑> 이후의 CDPR 코리아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드렸다.
오승택: 사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피드백을 주의 깊게 듣고 전달하는 것은 늘 우리 일이다. 출시 이후라고 한다면 유저들이 문제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중요한 피드백이 접수되면 간과하지 않고 본사와 소통해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고왕철: 디스코드 <사이버펑크 2077> 채널에 한국 룸이 있는데 벌써 유저분들이 오셔서 말씀을 나누고 있다. 우리보다 잘 아는 전문가분들도 많이 계시다. 내가 거의 매일 상주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놀러 오시면 좋겠다. 출시 후에는 그곳에서 게임을 즐기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크다.
정재우: 2020년 핵심 목표였던 '코어 게이머에게 다가가기'를 못했는데, 그 미션은 내년으로 그대로 옮겨간다. 오프라인 행사를 공격적으로 가져가고 싶다. 또 얼마 전 본사 컨퍼런스 콜에서 <사이버펑크 2077> DLC와 확장팩 소식이 발표됐는데 그에 대한 지원, 마케팅, PR 계획도 잡아야 한다.
최근 AR 게임 <더 위처: 몬스터 슬레이어>를 공개했다. 어떤 게임인가?
정재우: CDPR 안에 있는 독자 스튜디오 스포코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위치 기반 AR 게임으로...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생각나는 게임이 있을 거다.
'포'로 시작해서 '고'로 끝나는?
정재우: 맞다. (웃음) 우리는 그와 달리 <위처>만의 다크 판타지 느낌을 살리고 있다. 비주얼이나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다. 위처가 되어서 거리를 활보하며 몬스터를 조우해서 괴물들을 사냥하고 경험치를 얻어서 레벨업 하는 게임이다. 귀여울 줄 알았는데 굉장히 다크하다. 위처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전투할 때도 괴물을 써는 느낌이 들고. 한국에서도 당연히 출시할 계획인데, 올해 안에는 낼 것 같다.
엑스박스 게임패스가 워낙 공격적으로 나오다 보니 <사이버펑크 2077>도 여기 들어가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다.
고왕철: 아직은 없다. 풀 프라이스로 게임을 사신 분들 가격 방어가 되지 않을 것 아닌가? CDPR이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서 게이머들을 만나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패스 계획은 없다.
CDPR의 철학이란 무엇인가?
정재우: 언제나 게이머가 우선이다. CDPR은 항상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플랫폼이든 유저가 원하는 곳에서 게임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런 취지에서 나온 거다. 우리 게임은 절대로 한 플랫폼에 독점되지 않는다. 모두에게 공통적인 게임 플레이 조건을 주기 위해서 디지털 예약 특전, 특별 스킨 이런 것도 웬만해서는 내지 않는다. 대신에 오프라인에서 굿즈를 제작하고, 지역마다 특화된 요소를 전달해드린다.
우리가 이 자리에 올 수 있던 원동력이 전부 게이머에게 있다는 인식이 있다. 또 우리 사람들이 전부 골수 게이머들이다. 스팀 포트폴리오에 게임 1,000개씩 있고 한 게임만 몇백몇천 시간 한 사람들이 우리 회사 사람들이다. 휴가철에는 "나 <와우> 확장팩 하러 가야 하니까 언제까지 찾지 마라"라는 메일이 오기도 한다. 그러면 모두가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누구나 우리 게임을 즐겨주시면 우리의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게임을 실제로 구매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요청이 오면 사후 지원이 들어간다. CDPR이 운영 중인 GOG는 오래도록 DRM-프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는 불법 다운로드한 사람도 우리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불다(불법 다운로드의 약어) 한 사람도 고객이라고? 과장이 심한 것 아닌가?
정재우: 정말이다. CDPR은 우리의 진심이 전해지면 '불다'한 분들도 언젠가 우리 게임을 구매해주시리라 생각한다.
게임 출시가가 얼마인가?
고왕철: 콜렉터스 에디션은 매진이고 일반 에디션의 정가는 66,000원이다.
이후 온라인 지원 계획도 잡혀있지 않나?
고왕철: 맞다.
사서 할 만한데?
정재우: 본사에서 판매량 압박을 전혀 안 준다. 다만, 반대로 우리가 본사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근거가 판매량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게임을 사서 즐겨주실 거라면, 해외 우회 구매보다는 국내 구매를 해주실 것을 아주 조심스럽게 부탁드리고 싶다.
나도 게이머이기 때문에 몇천 원 더 싸고 그러면 혹하기도 한다. 그래서 리셀러를 통해 게임을 구매하시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불법 다운로드든 리셀링이든 권장되는 방법이 아니다. 이렇게 보도되는 게 그렇게 좋은 사인이 아닐 수도 있다.
정재우: 인터뷰를 하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다른 매니저님들과도 그렇고 본사와도 그렇고 많이 토론했다. 그럼에도 어떤 경로로든 우리 게임을 즐겨주시는 분은 우리 고객이라는 입장에는 결코 변함이 없다. 그저 우리 게임을 해주시면 감사할 뿐이다.
끝으로 <사이버펑크 2077>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오승택: 연기에도 불구하고 기대해주시는 팬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CDPR은 세기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전 세계 팀원들이 노력하고 있고, 한국 팀도 열심히 준비 중이다.
출시가 70일 안으로 남았는데 개인적으로 기다리시면서 <위처 3>를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위처 3>의 요소를 <사이버펑크 2077>이 어떻게 계승했는지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우리의 게임 철학이 잘 담겨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또 그 자체로 잘 만든 게임이다. 지금도 70% 할인 중이니 아직 안 해보셨다면 사서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고왕철: 사실 여러분이 어떤 걸 원하고 기대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여기 직원들 모두 마찬가지로 게이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CDPR은 제대로 준비되기 전까지는 하나도 보여드리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여러분의 걱정을 날려버릴 완성본이 기다리고 있으니 같이 기다려주시면 좋겠다. 우리도 함께 기다리면서 일하고 있다. 또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본사와의 소통을 도와주는 징검다리가 있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정재우: 계속 CDPR의 철학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이다. 우리 게임이 걸작이면 여러분이 언젠가는 우리 게임을 사주실 거라고 굳게 믿는다. 나중에 사셔도 크게 상관없다. 우리 게임 정보도 보고, 친구들 의견도 듣고, 리뷰나 스트리밍도 충분히 살펴본 뒤에 찾아주셔도 늦지 않다. CDPR은 같은 자리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오피스도 깜짝 놀랄 만한 소식들, 선물들을 들고 또 인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