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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컴퓨터박물관]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손가락과 두뇌로 하는 스포츠

e스포츠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넥컴박) 2020-10-29 10:37:05

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소장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2018년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새로운 스포츠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아육대(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가 ‘아이대(아이돌 e스포츠 대회)’로 바뀌며 e스포츠 대회가 신체 스포츠 대회를 대신했고, KBS는 올해 10월부터 e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을 정규 편성했습니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 만큼 프로게이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최근 유퀴즈온더블록에서 페이커가 중국 선수들의 경우 이적료만 100억이 넘는 경우도 많다고 밝힌 것처럼 프로게이머의 연봉은 스포츠 스타들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e스포츠는 손과 두뇌로 플레이한다는 점에서 신체 활동이 전제된 일반 스포츠와 차이가 있습니다. 흔히 손과 두뇌를 사용하는 ‘Mind Sport’에는 체스, 바둑, 장기 등 다양하게 있는데, 체스와 브리지의 경우 IOC가 1990년대 후반 공식 스포츠로 인정했고, 2010년에 광저우 아시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던 바둑은 12년만에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경기를 치루게 되었습니다. 

 

2018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출정식

이처럼 앉아서 플레이하는 경기들이 1990년대부터 점차 스포츠로 공식 인정받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 개인 미디어 채널과 다양한 플랫폼이 이러한 문화를 다각적으로 즐기고 확산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앉아서 즐기는 e스포츠를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개인용 컴퓨터의 발전이 시작된 시기부터 이미 사람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넘어 보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최근 ‘e스포츠’ 키워드로 인해 그 관계가 확연히 부각된 것은 맞지만 게임과 스포츠 관계의 시작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역사상 첫 번째 토너먼트 게임 대회, Intergalactic Spacewar Olympics (1972) 

1962년에 개발된 <스페이스워!>의 인기는 꽤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특히 대학에서 공부와 연구가 전부였던 이들에게 컴퓨터와 게임은 최고의 놀이였습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새벽 시간에 플레이를 했어야 했는데, 학교 연구실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처음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회가 1972년 스탠포드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열렸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의 일이지만 게임 대회의 진행 방식은 우리가 아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팀 대항전과 개인전으로 진행되었고, 대결을 통해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플레이어가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팀 대항전의 우승은 슬림 투바와 로버트 마스가, 그리고 개인전의 우승은 브루스 바움가르트가 차지했습니다. 우승한 이들은 잡지 롤링 스톤의 1년 구독권을 우승 상품으로 받았습니다. 

 

롤링 스톤에 실린 Intergalactic Spacewar Olympics 기사의 헤드라인

The first ‘Intergalactic spacewar olympics’ will be held here, Wednesday 19 October, 2000 hours. First prize will be a year’s subscription to “Rolling Stone”. The gala event will be reported by Stone Sports reporter Stewart Brand & photographed by Annie Liebowitz. Free Beer! 

 

첫 번째 ‘Intergalactic spacewar olympics’가 10월 19일 수요일 이곳에서 2000시간에 걸쳐 열립니다. 우승 상품은 잡지 『롤링 스톤』의 1년 구독권입니다. 이 대회는 Stone Sport(스포츠 섹션의 이름) 리포터 스튜어트 브랜드가 보도할 것이며 애니 리보위츠가 사진을 찍을 것입니다. 맥주가 무료로 제공됩니다! 


최초의 토너먼트 게임 대회였던 Intergalactic Spacewar Olympics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회 타이틀에 4년마다 열리는 국제 스포츠 대회를 의미하는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누가 왜 올림픽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스포츠의 어원에서 그 이유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의 어원에는 지루하고 피곤한 일상을 ‘떠나보내고(deporto)[1]’, 즐기는 인간의 ‘놀이(disport)[2]’라는 의미가 있는데, 게임의 의미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즉, 스포츠와 게임 사이에는 물리적 공간에서 플레이어가 신체를 움직이거나 혹은 가상 공간에서 나를 대신하는 우주선이 움직이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 ‘놀이’의 목적은 같았습니다. 

개인 우승자 브루스 바움가르트

대회의 현장감을 그대로 담아낸 기사가 1972년 롤링 스톤 12월 호 스포츠 섹션에 게재되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스탠포드의 재학생이었던 스튜어트 브랜드로, 롤링 스톤은 2016년 그를 다시 찾아 1972년 최초의 토너먼트 게임 대회를 회고하는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스튜어트 브랜드는 플레이어들이 신체의 물리적 움직임을 초월하여 손가락과 두뇌가 완벽하게 연결 되어 있었다고 묘사하며 대회의 참여한 플레이이어들이 스타 스포츠 선수인 것처럼 이야기 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마치 스포츠 경기와 같은 환호와 즐거움이 있다고 언급합니다.

2016년 롤링 스톤이 다시 만난 스튜어트 브랜드


Intergalactic Spacewar Olympics 이후에도 Atari World Championship을 비롯하여 지금의 e스포츠 대회의 초석이 되는 다양한 게임 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의 발전과 함께 게임 대회의 방식이나 중계의 방식도 변화했고 인터넷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게임에서 경쟁을 즐기는 우리가 잘 아는 형태의 e스포츠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 현실 스포츠 선수가 플레이하는 e스포츠 

e스포츠는 정의는 비디오·온라인 게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스포츠입니다. e스포츠 대회에서 다룬 비디오 게임의 종류는 슈팅 게임부터 아케이드 게임, 전략 게임 등 1970년대부터 그 시대를 풍미하던 게임들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에는 BBC의 '퍼스트 클래스'와 같은 TV 게임 대회가 방영되며, 프로그램에서는 스포츠 게임인 <하이퍼 스포츠>나 스케이트보드 게임인 <720°>를 플레이 하기도 했습니다. 

BBC1에서 방영한 퍼스트 클래스, 1988년 6월 18일 방송의 한 장면.

이렇게 e스포츠 중에서 스포츠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가 있기도 하지만 e스포츠와 실제 구장에서 경기를 뛰는 스포츠 사이에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공인 받은 e스포츠 게임은 <PES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II>, <클래시 로얄>, <펜타스톰>, <하스스톤>으로 <PES 2018>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략 게임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땀을 흘리며 움직여야하는 스포츠 팬들과 스포츠 선수들에게 e스포츠라는 종목 자체가 낯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e스포츠와 실제 스포츠가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실제 스포츠 스타가 e스포츠 대회에 소속 팀 대표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ePremier League Invitational 대진표

2020년 5월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FIFA20> e스포츠 토너먼트 대회(이하 ePL)를 개최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20개의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출전했는데, 실제 맨체스터시티의 선수인 라힘 스털링, 리버풀의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 그리고 토트넘의 미드필더인 무사 시코소가 컨트롤러를 잡고 각자의 팀을 대표하여 플레이를 했습니다. 

축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기였지만 프리미어리그 선수 외에도 크리켓 선수인 조프라 아처, 그리고 복싱선수 토니 벨류등 스포츠 스타와 프리미어리그의 선수들이 신체 스포츠 영역을 뛰어넘어 가상현실에서 각자의 경기 능력을 선보였습니다.

브랜트퍼드 소속 존 이간 대 레스터시티 소속 제임스 메디슨, ePL 결승전 장면

경기는 NBC 스포츠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되었고, 유튜브와 트위치를 통해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실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경기장에서만큼 좋은 성적을 냈고, 최종 결승은 브랜드퍼드 FC와 레스터시티 FC의 경기로 진행되었습니다. 

경기의 우승은 레스터시티의 제임스 메디슨이 차지했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두 다리가 아닌 컨트롤러를 통해 경기를 플레이하는 모습은 신체 스포츠를 좋아하던 팬들에게 e스포츠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Virtual Grand Prix 2020 출전 선수 명단

대중적인 스포츠는 아니지만, 익스트림 스포츠인 레이싱은 축구보다 더 먼저 가상 공간에서의 경기를 플레이 해오고 있습니다. Virtual Grand Prix(이하 Virtual GP)라고 불리는 이 대회는 2013년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실제 경기처럼 Virtual GP 경기는 스폰서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실시간 미디어 중계를 위해 많은 연습을 해야했으며, 선수들은 유니폼과 장비를 착용하고 플레이합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포뮬러 원의 레이서인 조지 러셀과 샤를 르클레르 등이 있습니다. 

샤를 르클레르 선수의 실제 레이싱 모습​


Virtual GP 경기에서 운전중인 샤를 르클레르 선수와 플레이 화면

선수들의 차량은 실제 경기에서 사용되는 것처럼 커스텀되고, 스폰서의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경기에 출전합니다. Virtual GP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은 실제 경기보다 안전해보이지만 중계 영상을 보고 있으면 실제 경기인지 게임 플레이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긴박감이 느껴집니다. 

불과 40여년 전 연구실에서 즐거움을 찾던 이들이 펼친 경기는 컨트롤러를 든 손과 두뇌를 사용하여 플레이하는 스포츠였습니다. 그전에도 이미 체스와 바둑과 같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두뇌 스포츠도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부터 였습니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 비해 e스포츠는 규모나 대중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으며, 이제는 e스포츠에서는 실제 스포츠 스타들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스포츠가 게임 대회 이상의 새로운 스포츠로 자리잡은 것처럼 앞으로 미래의 새로운 스포츠는 어떤 것이 등장하게 될까요? ​

[1] ‘disport’의 어원인 라틴어 ‘deporto’이며, ‘떠나보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2] 고대 노르만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Sport’의 어원으로, ‘즐거움, 장난, 놀이’를 의미한다.

 

[3] “I saw them having some kind of out-of-body experience,” he says. “Their brains and their fingers were fully engaged. There was an athletic exuberance to their joyous mutual slaying. I’d never seen anything like that.” (중략) He also celebrated the skill of the players as if they were star athletes, dubbing them “those magnificent men with their flying machines, scouting a leading edge of technology.” “Stewart Brand Recalls First ‘Spacewar’ Video Game Tournament” Rolling Stone, May 25, 2016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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