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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올해 게임만 270개 한 리뷰어의 2024년을 '행복하게 해 준 게임'

[방구석게임] 유튜버 '깐'이 선정한 '행복감을 준 게임'

김가은(깐kkan) 2024-12-31 11:13:57

게임 플랫폼들은 한 해의 플레이를 돌아볼 수 있는 통계 기능을 선보이고 있고, 게임 시상식들은 저마다 최고의 게임을 선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말 분위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저도 플레이 한 270개의 게임을 돌아봤습니다. 이 중 2024년에 발매됐고, 엔딩을 봤으며, 얼리 액세스나 DLC가 아닌 게임들 100여 개를 선정한 후 플레이 하면서 '가장 행복감을 느꼈던' 열 개의 게임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특별 전형으로 세 개를 더 선정하기도 했죠.  장르도 다양하고 규모도 판이하기 때문에 줄을 세우는 게 큰 의미는 없지만, 역시 연말에 이런 재미가 빠지면 섭섭하죠.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순위권 밖 - ​쉬피: 어 쇼트 어드벤처 (Sheepy: A Short Adventure)


장르: 플랫포머, 어드벤처

개발: MrSuicideSheep

출시일: 2024년 2월 6일

기종: PC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14,407개의 리뷰)


먼저 순위권에 들진 못했지만 인상적이었던 게임 세 개를 짚어 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쉬피: 어 쇼트 어드벤처>입니다. 이름 그대로 복슬복슬한 양의 짧은 모험을 담은 무료 게임인데 몽환적인 픽셀 아트와 섬세한 레벨 디자인의 퀄리티가 상당합니다. 개발자가 EDM과 관련한 음악 유튜버여서인지 사운드 설계도 좋더라고요.

MrSuicideSheep은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활동하는 EDM 프로모션 채널/레이블이다. 12년 넘게 활동해 왔으며 유튜브 구독자 수는 1,280만 명에 이른다. 인터뷰를 살피면 게임은 한 1인 인디 개발자와 협업해 개발된 것으로 보이며 채널 성향에 맞춰 무료 게임으로 출시됐다.- 편집자 주


# 순위권 밖 - <플리즈, 터치 더 아트워크 2> (Please, Touch The Artwork 2)


장르: 어드벤처, 히든 오브젝트

개발: Thomas Waterzooi

출시일: 2024년 2월 20일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4,141개의 리뷰)


특별 전형으로 소개할 두 번째 게임은 <플리즈, 터치 더 아트워크 2>입니다. 1편과 2편 모두 무료인데요. 1편이 피트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소재로 하는 논리적인 퍼즐 게임이었던 데 비해, 2편은 영화 <올드보이>에 등장하기도 했던 그림의 화가 제임스 앙소르의 유화를 바탕으로 숨은 그림 찾기와 한붓그리기 등 더 캐주얼한 퍼즐로 만들어졌습니다. 

드뷔시와 에릭 사티 같은 편안하고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함께 소소하게 재밌는 게임성, 괜찮은 완성도로 힐링을 선사하는 게임입니다.


# 순위권 밖 - ​풀스 (Pools)


장르: 어드벤처

개발: Tensori

출시일: 2024년 4월 26일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3,713개의 리뷰)


순위권 밖이지만 놓치면 아쉬운 세 번째 게임은 수영장 백룸(Backroom)을 다룬 게임 <풀스>입니다. 아류작이 꽤나 등장했을 만큼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던 게임입니다. 맥락 없이 이어지는 비현실적 공간의 사실적인 표현으로 "분명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있는 것만 같은 백룸의 공포"를 아주 훌륭하게 표현했습니다. 체험에서 오는 감각이 강조된 게임인 만큼 직접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 10위 - <네바> (Neva)


장르: 어드벤처, 플랫포머

개발: Nomada Studio

출시일: 2024년 10월 1일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 (4,518개의 리뷰)

리뷰: 벗과 계절과 생명… 이 모든 것이 아름다울지니


자, 그럼 10위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볼까요. <네바>는 개발사의 전작 <그리스>와 비슷하게 감성적인 아트와 도식화 한 플랫폼 디자인이 돋보이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아트는 전작만큼 개성 있진 않지만 누가 봐도 예쁘다고 느낄 법하게 그려내 감탄을 자아내며 전작에서 아쉬웠던 레벨 구성과 서사를 확실히 보강했습니다. 동물 친구와의 유대감의 표현이 무척 좋아서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꼭 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9위 -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 (Another Crab's Treasure) 


장르: 소울라이크

개발: AGGRO CRAB

출시일: 2024년 4월 26일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 (11,716개의 리뷰)

리뷰: 스팀에 갑자기 등장한 '진짜배기 소울라이크 게'


'게키로' 내지는 '게크소울'로 불리며 소울라이크 장르에 경종을 일으킨 <어나더 크랩스 트레저>는 아이디어와 디테일한 콘셉트 표현이 엄청나게 반짝이는 게임입니다. 

기본적인 전투와 탐험은 무난한 재미를 주면서 귀여운 발상이 톡톡 튀는 세세한 면에서 즐거움을 꾸준히 안겨주더라고요. 사소한 기술 결함과 불편한 지도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살렸다고 봐도 좋을 수준의 완벽한 번역은 대화하고 등딱지를 줍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게 했습니다.


# 8위 - ​<워해머 40,000: 스페이스 마린 2> (Warhammer 40,000: Space Marine 2)


장르: 액션

개발: Saber Interactive

출시일: 2024년 9월 10일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 (104,032개의 리뷰)

리뷰: 입문을 부른다! 마초적 매력에 두근거리는 워해머 신작


<워해머 40,000: 스페이스 마린 2>는 캠페인이 전부인 게임이 아니지만, 캠페인만 보더라도 플레이 할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IP를 벼락치기로 대충 공부하고 급조된 관심으로 시작한 게임이지만 마구잡이로 몰려오는 무수한 적을 거침없이 해치워버리는 시원함은 튜토리얼에서부터 게임에 취하게 했고 후반부의 마초적인 캐릭터성과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극대화 한 연출은 가히 압도적이었습니다. 

여담으로 헨리 카빌이 제작한다고 2년 전부터 알려진 <워해머 40,000> 드라마도, 최근 직접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과 함께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것 같아 게임의 생명력이 조금 더 길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 7위 -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 (Prince of Persia: The Lost Crown)


장르: 액션,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

개발: Ubisoft Montpellier 

출시일: 2024년 9월 10일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 (1,962개의 리뷰)

리뷰: 어이어이 유비, (안) 믿고 있었다구!


유비소프트의 첫 스튜이오이자, <레이맨>과 <비욘드 굿 앤 이블>을 만든 곳이기에 해체 소식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던 '유비소프트 몽펠리에'에서 개발한 게임입니다. 스크린샷을 찍어 마커를 남기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부터 도전적인 함정을 뚫고 나가는 재미를 주는 쾌적하고 빠릿한 조작감까지,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한다면 놓쳐서는 안 될 게임입니다. 

시원하고 재빠른 전투와 신나는 보스전도 일품이고요. 플랫포머를 극도로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전투 액션만 기대하고 플레이 해 봐도 만족할 부분이 많을 게임입니다.


# 6위 - <드로바: 포세이큰 킨> (Drova: Forsaken Kin)


장르: 액션, 어드벤처, RPG 

개발: Just2D

출시일: 2024년 10월 15일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4,339개의 평가)

리뷰: 트로 이런 RPG를? '드로바 - 포세이큰 킨'


올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 게임으로 하나를 꼽자면 저에겐 <드로바: 포세이큰 킨>이 으뜸입니다. 도트 그래픽의 스카이림이라는 표현으로 단번에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연속적인 탐험의 재미와 기대 이상의 자유도로 높은 몰입도를 만끽할 수 있는 RPG거든요. 

공식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작업한 기계 번역에 의존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나머지 부분들이 상쇄해 줄 만큼 재미가 확실한 게임입니다.


# 5위 - <발라트로> (Balatro)


장르: 덱빌딩, 로그라이크

개발: LocalThunk

출시일: 2024년 2월 20일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86,212개의 평가)

리뷰: "정신 차리니 아침" 쉬운데 손을 뗄 수 없는 포커 로그라이크


도파민이 터지는 순수 재미로만 보자면 <발라트로>가 단연 1위일 겁니다. 아직 <발라트로>를 해 보지 않은 분이라면 트럼프 카드로 덱을 짜서 점수를 내는 단순한 게임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는 걸까 싶을 수 있지만 비싼 물가에 비하면 타격이 미미한 만 원 남짓한 가격에 모바일을 포함해 어느 플랫폼으로든 즐길 수 있으니 직접 경험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난 포커를 전혀 모르는데?" 라는 걱정이 드신다면, 포커 족보를 기반으로 하지만 게임에서 상시로 확인할 수 있고 게임을 진행하는 단순한 규칙에 불과하니 전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게임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건 사전 지식이 아니라 중독적인 재미를 감당할 넉넉한 시간 뿐입니다.


# 4위 - <​나인 솔즈> (Nine Sols)


장르: 액션, 플랫포머

개발: RedCandleGames

출시일: 2024년 5월 29일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18,669개의 평가)

리뷰: 나인 솔즈: 최고의 메트로배니아를 향해 쏘다


좋아하는 호러 게임인 <반교>와 <환원>의 개발사가 귀염성 있는 캐릭터가 나오는 액션 플랫포머를 만든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땐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더니 초심을 잃었나 싶기도 했죠. 

하지만 데모를 해 보자마자 대단한 게임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진 엔딩까지 플레이를 하는 동안 올해 최고의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러 게임 명가로서의 잔혹함도 어김없이 살아 있어 만족스러웠고요.

패리 중심의 만만치 않은 피지컬을 요구하는 게임이지만 훌륭한 보스전의 디자인과 뛰어난 액션성은 도전의 과정을 즐겁게 합니다. 동선이 매끄럽지 못하고 탐험 요소가 부실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스토리에 있어서도 강렬한 여운이 있는 게임인데요. 한국어 번역의 질이 낮은 점은 아쉽지만 액션의 벽에 부딪힐 때조차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동기부여로는 전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여담으로 TIG와의 인터뷰에서 개발사 '레드 캔들 게임즈'는 "호러 게임은 그만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 편집자 주


# 3위 - ​<검은 신화: 오공> (Black Myth: Wukong)


장르: 액션

개발: Game Science

출시일: 2024년 8월 20일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798,283개의 평가)

리뷰: '검은 신화: 오공', 기대하긴 했지만 설마 이럴 줄이야


<검은 신화: 오공>은 아트가 주는 경이로움과 수수께끼 같은 탐험의 재미, 자세와 기술 연계에 따라 색달라지는 액션을 경험하게 해 마음을 한껏 사로잡는 게임이었습니다. 고점이 상당히 높음에도 이해가 쉽지 않은 전투 시스템이나, 짜임새 좋은 맵을 만들어 놓고도 너무 꽁꽁 숨겨 공략을 찾게 만드는 진행 방식이, 서유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스토리 등 전체적으로 전달력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많은 게임이지만요.

개발사의 국적이 갖게 하는 선입견과 글로벌 밉상을 자처하는 듯한 디렉터의 최근 언행 등으로 게임 외적인 면에서는 부정적인 마음을 접어두기 어렵지만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입이 떡 벌어지는 연출과 그걸 곳곳에서 온전히 살려낸 플레이 경험은 <오공>에 대한 가시 돋친 반응들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환상적이었습니다.


# 2위 -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Indiana Jones and the Great Circle)


장르: 어드벤처, 액션

개발: MachineGames

출시일: 2024년 12월 9일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 (4,878개의 평가)

리뷰: '감상하는 맛'으로 즐긴다, ‘인디아나 존스’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은 몰입감을 높이는 1인칭 시점과 영화를 보는 듯한 3인칭 시점의 조화, 비선형적으로 다각도에서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 라인, 동명의 영화 시리즈에 예우를 갖추듯 그 시절 감성을 고스란히 살린 유머와 디테일은 탐험의 재미를 극대화한 게임입니다. 사실상 후속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언차티드>와 <툼 레이더>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맛으로 어드벤처 게임의 빈 자리를 채워 줬죠.

엔딩 이후 수집 요소를 채워나가는 과정에서는 잘못된 위치로 안내하는 버그나 번거로운 빠른 이동으로 시큰둥해지기도 했지만 30시간 가까이 플레이 하는 대부분을 차지한 탐험의 시간은 유쾌한 모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된 듯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 1위 - <메타포: 리판타지오> (Metaphor: ReFantazio)


장르: JRPG

개발: ATLUS 

출시일: 2024년 10월 11일

스팀 평가: 매우 긍정적 (15,488개의 리뷰)

리뷰: 메타포: 리판타지오


<메타포: 리판타지오>를 하기 전엔 뻔한 영웅담과 낯간지러운 전개, 지나친 반복성 등을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온 JRPG를 한 해 동안 플레이 한 게임들 중 최고라고 말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JRPG의 단점이라고 생각한 부분들, 심지어 매번 <페르소나> 시리즈를 초입에서 포기하게 만든 아틀러스 특유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 있는 게임인데도 적절히 변주하고 적당히 걷어낸 결과 그야말로 최고의 게임이 됐습니다.

게임을 아쉬움 없이 즐기기 위해 과하게 시간을 들이거나 공략을 찾아 볼 필요도 없고 이야기의 전개는 흡인력이 아주 대단하며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음악은 게임을 벗어나기 어렵게 했습니다. 배경 그래픽의 퀄리티는 두드러지게 미흡하고 따지고 보면 아틀러스의 자기 복제이기는 하며 논란이 많은 완전판의 위협도 도사리고 있지만 확실히 저는 이 게임을 하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올해 어떤 게임으로 행복하셨나요? 내년엔 또 어떤 게임이 우릴 살아 있어 좋다고 말하게 할지 기대해 보면서 저는 남은 2024년과 다가오는 2025년에도 더 많은 게임들과 유익한 리뷰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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