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바하의 황태자 님께서 인터넷에 게재한 사진으로,
정말 유일하게 한 장 건진 기록이랍니다.
이 날은 파란만장 대 서사시로 사진을 전혀 남기지 못했어요.
(그런관계로 엄청 부족한 실력이지만 사진이 없는 대목은 그림으로...)
정말 사진 한 장 찍을 정신이 없는, 정말이지 ‘캐난리’ 였죠
무슨 일을 저질렀냐고요?
아무것도 안 했어요 ㅜ.ㅜ
정말 이 자리를 빌어서 말하지만 저희는 그냥
걷기만 했다고요 ㅜ.ㅜ
그냥 쉬는 시간에 차 구경하려고 걸은 것 뿐인데
...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지…
걷고 있는 저희 주변으로 사람들이 마구 몰리기 시작했어요.
포즈를 취하는 것도 아닌데 다들 폰카를 꺼내 드시고.
오히려 SLR을 가진 아마추어 사진사분들은 그런 상황에선 안 찍으시죠.
대부분 폰카족이셨어요.
우리 애기랑 같이 사진찍어 달라는 어머니들도 있었고요.
같이 찍자는 분들 몇 분께만 응해 드리고
‘20분쯤 뒤에 소니 부스에서 포토타임 하니까 그때 오세요’ 하고 계속 거절하면서,
천천히 구경하며 걸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그냥
걸었을 뿐이에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구름처럼 저희 주변으로 몰려왔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오토바이 부스에서
바이크랑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서 기다릴 때였습니다.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저희 주변으로 둥그런 사람의 원이 생기자,
우선 부스의 관계자분이 뛰어나오셔서 여기 줄 서는 곳이니 비켜달라 하시더군요.
“여기 줄 서는 곳이에요.”
“저도 줄 서 있는 건데요?”
저는 어리버리 대답했죠. 다음 순간 벌어질 상황을 예측도 하지 못한 채…
일단, 그냥 가시더라구요?
헌데…
드디어! 제 차례가 됐는데!!!
갑자기 조직위와 킨텍스의 유니폼을 입은 분들이 나타나셨어요!!
그리고 다짜고짜
“나가 주세요.”
경악하는 체샤...
이 바이크랑 사진 한장만 찍고 가면 안되냐고 애원했으나,
안 된다고. 가라고. 나가서 다른 옷으로 입고 오라고.
아주 강경한 대응이셨는데, 마치 저희가 죄인 같더군요.
아니 그런데 그 때 어떻게 옷을 갈아 입겠어요?
이따 몇 분 뒤에 또 포토 타임 해야 될 건데.
“저 소니 부스 소속인데요…”
“규정에 어긋나요!!”
“뭐가 어긋나는..”
“이런 옷 입으면 안돼요!!”
“홈페이지에선 그런 규정 못봤는데요…”
“규정집 봤어요?”
“그런 게 있나요…?? 근데 제가 뭘 잘못했죠? ㅜ.ㅜ.. ”
“(이제 윽박지르며) 그런 옷 입고 지금 여긴 모터쇼고 공공시설인데,”
“(탑과 핫팬츠만 입고 있던 다른 모델을 가리키며)
저분이나 저나 별로 다를 건 없는 것 같은데요…”
“아 그럼 경찰 부를 겁니다!!”
“(허거덕?!!)저희가 경찰을 부를 만큼 잘못했나요?”
“그건 경찰 불러서 경찰이 판단하라고 해요!!”
이하 완전 아수라장….
전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문제가 될 거라면 제가 바니걸을 입고 있다는 것인데......
이 바니걸 의상..
흰색으로...
예전에 모터쇼 하는 대행사에 납품한 적 있거든요...
레이싱 모델들이... 입었었다구요... 흰색을...
ㅜ.ㅜ 왜 우린 안되는겨....????? 안 예뻐서 그런가...??????
어쨌든 돌아가서 옷 입으라고 했으니
옷 갈아 입으러 소니 부스의 대기실로 돌아가는데,
방송국 카메라들이 따라붙고, 찍지 말라고 직원들은 소리지르고,
저희를 감시하며 따라오시고,
우린 뭐가 뭔지 모르겠고,
레이싱 모델들도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고 커피도 마시고 하던데
왜 우리는 그러면 안 되는지, 왜 이렇게 됐는지 알 수가 없을 뿐이고,
이제 처음 데뷔하는 신인인 줌과 이랑님은 거의 울려고 하고 있을 뿐이고,
그 와중에 심지어
경찰이 정말로 왔을 뿐이고!!
대기실에 들어가서 2초간 망연자실 하고 있는데
경찰이 와서 문을 두들기고 신분 조회를…
정말 왔다는!!!!! –ㅁ-!!!!
순식간에 죄인이 된 우리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습니다.
코스 인생 9년만에 코스프레 했다고 경찰이 온 적은 처음...
마침 그때 SCEK 대행사 대표님도 자리에 안 계시고,
다른 스탭들이 나오셔서 우리쪽 부스걸들이라고 감싸주시며
무슨 문제냐고 항의하자 관계자 분들은
‘왜 이런 사람들이 부스걸로 나온다고 보고를 안 했냐’고 하시는 거에요.
’아니 그럼 다른 부스는...
레이싱 모델 누구 쓰고 옷은 뭐 입히는지 다 조직위에 보고했나…?’
전 조금 발끈했지만, 그리고 아직도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를 했지요.
“제가 지스타만 가보고 모터쇼는 처음인데, 항상 여기 킨텍스에서 코스프레 한 채 이렇게 다녀서, 안 되는 건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그러자 관계자들 중 한 분이 하시는 말씀…
“아 아가씨가 너무 섹시해서 그래요!!!”
체샤 다시한번 경악!!!
이제 감 잡았습니다. 이런 적 많았거든요.
사실 저는 돈 받고 가도 ‘놀러 다니고 즐기겠다’ 라고 꼭 말을 한답니다.
지스타에서도 여러 번 일했지만 다른 부스 못 놀러 다니고 한 적이 없었어요.
진짜 코스튬플레이는 인형처럼 상품 옆에 서 있는 게 아니라
활기차게 신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장식품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힘차게 열정을 뿜어내는,
‘자유롭게 즐기는’ 그런 것이 코스튬플레이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예전에 처음, 혼자서 카스미 코스튬플레이로 지스타에 갔을 때도 이랬었죠.
온갖 곳에서 항의를 받다가 결국 DOA 부스로 쫓겨가서 부스에서만 했었죠.
삼성 소속으로 열 명 정도의 친구들과 퍼레이드를 했을 때도 온갖 항의를 받았었죠.
이미 조직위에서 허가를 다 받은 퍼레이드였는데도 불구,
결국 1시간 만에 밀려오는 항의를 못 견디고
그냥 게릴라 퍼레이드 그만 해도 되겠으니 밖에 나가 놀아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길이 막힌다, 옷이 야하다, 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항상 들었지만
진짜 이유는 그보다는, ‘너무 사람이 몰려서’ .....
그 분들이 악의를 가지고 코스프레 팀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놀라는 거에요.
너무 돌풍같이 밀려닥치는 아주 센 콘텐츠니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거고. 그 분들 입장도 이해가 돼요. 항상 그랬죠.
제가 글로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체샤 네가 벗고 다니니까 남자들이 몰리는 거지’ 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이건 실제로 보기 전에는 잘 몰라요.
안 벗고 다녀도 똑같이 사람들이 몰리고, 똑같이 항의 받습니다. ㅜ.ㅜ
행사장에 나가면, 특히 가만히 무대 위에서 포즈 취할 때 보다는,
신나게 구경을 다니거나, 퍼레이드를 하기 시작하면,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난 마냥 그 에너지 쪽으로 화아악 사람들이 이끌리는데,
그게 다른 부스 관계자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ㅜ.ㅜ
언제나 출전하기 전에는 담당자님께
‘저희가 가면 집객이 너무 돼서 돌풍이 일어날 겁니다.
진짜로, 위에서 뛰어내려와요. 그래도 보호해주세요.’ 라고 이야기했지만
막상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는 상상을 잘 못하시더군요.
이번에도 또 그런 상황이었던 거였습니다.
“괜찮아!! 우린 잘못한 게 없어. 걱정 하지 마!!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 날 거라고 분명히 얘기 드렸고
하나하나 이야기 먼저 안 한 게 없다구!!
심지어 오늘 무슨 옷을 입고 올 건지 어떤 캐릭터인지도 다 말씀 드렸는걸!”
아무리 제가 달래도 애들 머리 위에 있는 먹구름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SCEK 오프라인 프로모션 대행사의 대표이신
우리의 갓 파더 박대표님이 들어오셨을 때….
저희는 거의 우울증 말기 증세 상태.
애들을 아무리 달래도 진정이 안되고 있어서
저는 완전 기력 상실 상태...
무심코 들어서다가 우리의 엄청난 어둠의 오오라를 맞닥뜨리고 깜짝 놀란 박대표님.
자초지종을 들으신 박대표님께서는 저희의 힘을 북돋워 주시더군요.
“(격앙)아니, 이건 꼬투리 잡을 일이 아니죠!!
왜 보고를 안 했냐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우리 부스걸인데 왜그래!!!
부스걸이 쉬는 시간에 나가서 돌아다닌 건 잘못한 게 아니지!!
이건 정말 뭐라고 할 문제도 아니고, 뭐라고 하더라도 왜 모델들한테 뭐라고 해?
하려면 우리한테 이야길 해야지!!
왜 내가 없을 때 이런 일이 있었지?!!
내일은 확실하게 보호해 줄 테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에이 도대체 왜들 그래~??!!!!”
“소니가 저희 땜에 욕 먹을 까봐 걱정하는 거죠…”
“아니 문제가 될 게 뭐가 있는데? 무슨 욕을 들을 것 같은데요?”
“음.. .튈려고 발악한다고 욕먹을 수도 있고….”
“아니 그건 당연한 거잖아!!!!!! 그럼 기업이 행사에서 응? 튀려고 해야지 그럼 뭘 해!!!!”
“어..(우물우물) 여성의 성적 상품화가 어쩌고 야한 옷이 어쩌고 하면서 욕하면…”
“아니 그것도 그렇지,
만약에 그냥 고의로 무조건 야하게만 하려고 비키니를 입혔다,
그러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게임에 나온 거 그대로 입은 거잖아요!!
SCEK는 게임 회사고!!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 게임 콘텐츠고!!!
그 게임에 나온 의상을 입었다는데!!!
그리고 내가 보기엔 별로 야하지도 않구만!!”
물론 저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으흑,
박대표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눈물이 쏟아지려고 하는 것이었어요.
진정 고맙고 고마우신 소니 분들.
코스튬플레이 못 받아들이는 게 더 이상한 거다!! 라며
열린 마음으로 코스튬플레이어들을 감싸고 이뻐해 주신 분들…
박대표님 비롯해서 소니 직원분들도, 스탭분들도 모두 저희를 아껴 주셨지요.
코스튬플레이를 직접 본 건 처음이신 분들도 있었는데,
너무 잘 이해해 주시고 파워 있는 문화라고 응원해주시고,
우리 식구들이라고, 너무 따뜻하게 챙겨 주셨어요.
(간식이 너무 남아서 집에 싸 갈 만큼… 아 생각만해도 감동의 눈물이...ㅜ.ㅜ)
심지어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그날 첫 데뷔한 줌 양을 위해서
입봉 축하합니다 노래까지~!!!
(그날 먹은 이 사진의 케익은 제 팬이시라는 ‘은호’님께서 주셨지요.
그날은 너무 속상한 상태라서 인사 잘 해드리지도 못했네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내일은, 따라다니면서 카바해 줄 테니까 !!
아예 확 퍼레이드를 해 버려요!!!”
이 말씀에 용기 백배해서 내일에 대한 희망이 또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래 내일은, 백만 배 더 멋있게 해 보자!!!
사람들이 몰리는 건 야한 의상을 입었기 때문이 아니야.
코스프레의 에너지에 끌려드는 거라고 나는 생각해.’
마지막 날은,
전혀 야하지 않은, 귀여운 종류의 의상을 입기로 이미 생각을 해 두었었거든요.
전반적으로 귀여운 분위기의 플레이를 두어 개만 추가해도,
팀 분위기 자체가 바뀌니까요.
일요일, 모터쇼의 마지막 날.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멋진 걸 보여주자!!!
또다시 저는 불타올랐답니다.
드디어 마지막 일요일!!
코스프레 게릴라들, 어떻게 대미를 장식했을까?
4부에 연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