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전시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2화 : 바람의나라 1996
한국 온라인게임의 살아있는 역사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는 김진 작가의 만화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개발 된 넥슨의 첫 게임으로 1994년 12월 기획을 시작하여 1995년 12월 25일 베타테스트를 실시한 후, 1996년 4월 5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여 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비스된 만큼 누적 회원 수 1,800만 명(*대한민국 사람 4명 중 1명꼴로 이 게임을 거쳐 갔을 정도), 그리고 최고 동시접속자수 13만 명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발판을 다졌으며 국산 온라인 게임 사상 최초로 해외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고,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용 서비스 중인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역사의 첫 시작
촉망받던 젊은이들이 그들 앞에 놓인 탄탄대로를 버리고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았던 ‘게임’이라는 분야에 도전했습니다.
이들은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주변 사람들의 냉소적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컴퓨터가 좋다는 그 열정 하나만으로 온라인게임이란 새로운 분야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국내 온라인게임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람의나라>가 있었습니다.
<바람의나라>가 등장했던 1996년에는 인터넷 대신 ‘천리안’이나 ‘유니텔’과 같은 PC 통신 서비스가 보편적이었습니다. 지금의 인터넷에 비해 현저하게 느린 속도와 성능의 한계 때문에 온라인게임은 모두 텍스트 기반으로 글로 아이템을 묘사하고 기호나 숫자들을 통해 몬스터와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왼쪽부터 머드게임 <단군의 땅>과 <쥬라기공원>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그 사이에서 <바람의나라>는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이며 등장했습니다. 한번 게임을 설치하면 게임 속 캐릭터와 몬스터 이미지들이 컴퓨터에 저장되고, 이후 이것을 움직이는 데이터만 서버에 전달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속도가 느린 PC 통신에서도 충분히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바람의나라>는 이후 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협동하여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려준 작품이 되었습니다. 서비스 시작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바람의나라>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
이런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게임 <바람의나라>를 온라인 콘텐츠 디지털 아카이빙을 위한 첫걸음으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미 학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디지털 매체의 데이터 보존의 한계에 따른 디지털 콘텐츠의 아카이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실제 소스코드뿐만 아니라 과거 기술력을 통해 콘텐츠로서 복원하는 것, 특히 온라인게임을 복원하는 것은 아직 시도조차 못 했습니다.
<바람의나라 1996>은 어셈블리어(컴퓨터에 기계어를 1:1로 입력)를 일부 핵심 기능에 사용하여 소스코드를 복원했다.
<바람의나라>는 오랜 세월 동안 새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면서 1996년 정식 서비스 시작 당시와 비교해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복원 프로젝트는 지난 20여 년 간의 변화 속에서 현재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바람의나라>의 초기 서비스 버전을 구현함으로써 온라인 게임의 시작 그대로를 복원하고 기록한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단순히 게임의 이전 모습을 사진이나 문서로 기록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로 꾸준히 업데이트돼온 <바람의나라>에 대한 유저들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하여 게임의 소스코드와 플레이까지 복원을 진행하여 2014년 5월 27일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2014년 5월 27일 복원에 성공한 <바람의나라 1996> 다운받기 클릭
<바람의나라 1996>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해서 컴퓨터 역사의 아카이빙이 앞으로 수월해 질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제야 국내에 첫 컴퓨터박물관이 세워졌고, 디지털 아카이빙이 시작됐습니다. 많이 늦은 것 같지만, 아직은 온라인게임의 복원에 대한 시도가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을 개발한 국가이고 온라인게임뿐만 아니라 IT 강국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차곡차곡 정돈하고 디지털 아카이빙을 한 걸음씩 준비해 나간다면 IT 강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제주에서,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넥슨컴퓨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