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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아이디어(10) - 앨런 튜링과 튜링 머신

넥슨컴퓨터박물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존 인물! 앨런 튜링

넥컴박 2015-03-16 12:27:02

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소장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10화 : 앨런 튜링과 튜링머신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존 인물 앨런 튜링’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암호 해독 및 첩보를 담당하던 영국 정보국(GC&CS)의 중심부 브레츨리 파크(Bletchley Park) 그리고 그곳에서 활동했던 ‘8번 막사’(Hut 8) 연구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8번 막사’ 연구팀을 이끌었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이진법을 기반으로 계산하는 기계를 연구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컴퓨터의 기반을 제시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배경이 된 브레츨리 파크는 1938년 설립되어 1992년까지 영국의 정보 수집·첩보·암호 해독 등을 담당했으며, 1993년부터 현재까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브레츨리 파크(Bletchley Park)의 현재 모습 | ☞ 브레츨리 파크 박물관 보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컴퓨터

 

▲ 에니그마 암호 코드를 최초로 해독한 전자식 계산기 ‘봄비’(Bombe, 1939)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등장하는 기계의 실제 모델명은 봄비(Bombe)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에니그마(Enigma) 해독에 사용된 전자 기계식 계산기입니다. 폴란드 암호국이 고안한 암호 해독 장치를 기반으로 앨런 튜링과 그의 연구팀이 1939년 처음 개발했죠. 봄비는 이진법 기반 디지털 컴퓨터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한 발명품으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앨런 튜링이 개발한 봄비에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봄비 1호의 이름은 ‘Victory’(승리)였던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 최초로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디지털 컴퓨터, 콜로서스 마크 1(Colossus Mark 1)

 

앨런 튜링의 연구는 4년 후인 1943년,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 콜로서스 마크 1(Colossus Mark 1)의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컴퓨터는 봄비와 마찬가지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용도로 사용됐으며,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봄비와 콜로서스 컴퓨터는 기밀 유지를 위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파기됐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당시 컴퓨터 개발에 참여했던 이들의 노력으로 최근 그 모습이 다시 복원됐다고 합니다. 1996년, 콜로서스 마크 1 컴퓨터의 복각품이 구동에 성공했으며, 이후 2008년에는 봄비가 복각됐습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제작자들은 브레츨리 파크 박물관과 협력하여 봄비 복각품을 영화 촬영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 브레츨리 파크 박물관에 전시 중인 봄비의 복각품.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촬영에도 사용됐다.

 

 

최초의 컴퓨터는 과연 무엇인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화제로 앨런 튜링과 최초의 컴퓨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연 최초의 컴퓨터는 무엇일까요? 봄비 일까요? 콜로서스 컴퓨터일까요? 아쉽게도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하긴 어렵습니다. ‘컴퓨터’의 정의에 따라 ‘최초의’ 수식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최초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했던 기계식 컴퓨터, Z1

 

최초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했던 컴퓨터로 알려진 것은 1936년에서 1938년 사이 독일의 콘라드 추제(Konrad Zuse) 박사가 개발한 ‘Z1’ 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방식의 컴퓨터가 아닌 기계식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였으며 작동이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입력하여 결과물을 출력할 수 있었습니다.

 

Z1 컴퓨터는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됐으며, 당시 개발 문서 및 관련 자료 또한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 컴퓨터가 과연 ‘최초의 컴퓨터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1989년, 추제박사는 Z1 컴퓨터를 다시 복원하는데 성공합니다. 현재 이 Z1 컴퓨터 복각품은 독일 기술 박물관(Deutsches Technikmuseum Berlin)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 최초의 다목적 디지털 컴퓨터 ‘에니악’(ENIAC)

 

에니악(ENIAC, 1946년 미국)은 최초의 다목적 디지털 컴퓨터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완성되어 군사 목적이 아닌 일기 예보, 항공우주학 연구 등에 활용됐습니다. 그리고 에니악 개발자들이 이후 UNIVAC 1(최초로 상용화된 컴퓨터) 제작에 관여하였기 때문에 에니악을 ‘컴퓨터 산업의 시초’라고 보기도 합니다. 당시 구동 영상, 광고 영상 등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초기 컴퓨터 중 하나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미테이션 게임(Imitation Game)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이 고안한 ‘튜링 테스트’(Turing Test)’에 나오는 게임으로 컴퓨터의 지적 수준, 그 중에서도 컴퓨터가 거짓말을 생각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실험입니다. “Can machines think?”라는 질문으로 출발하는 ‘튜링 테스트’는 인공지능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튜링 테스트의 원리> A와 B가 벽 뒤에 서서 C와 종이(노트)로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이 때 A는 컴퓨터이고 B와 C는 사람입니다. C는 벽 너머에서 A, B와 대화하며 이들의 성별을 알아 맞추어야 하는데, 이 때 A는 거짓말(인간 여성인 척)을 해야 합니다.

 

 

앨런 튜링은 튜링 테스트를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생각(Think)할 수 있는 컴퓨터’ 가 언젠가 발명될 것이라고 예견하였습니다. 약 반 세기의 세월이 흐른 지금, 아직까지 튜링 테스트를 공식적으로 통과한 컴퓨터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공에 근접한 인공지능의 사례가 최근 소개되면서 앨런 튜링이 예견했던 미래가 우리의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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