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택시를 주로 타기 시작한 게 올해 1월부터다. 예전에는 퍼니즌 대표의 집에서 함께 생활했고 렌터카를 탔었다. 외출하거나 출근할 때는 전용 차량을 이용하니, 밖으로 나가는 게 힘들진 않았다. 하지만 회사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룸메이트인 부대표와 함께 택시를 이용한다.
벵갈루루에도 버스가 있다. 버스는 초록색 버스와 빨간색 버스로 나뉜다. 에어컨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문제는 회사 근처까지 다니는 버스가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택시비용까지 한국보다 1/3가량 저렴하니, 굳이 버스를 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제 인도에 왔으니, 현지에 맞게 이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도에서 택시 타는 방법은 이렇다.
택시에 타기 전
1. 택시앱인 '올라'나 '우버'에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택시를 호출한다.
2. 택시가 콜을 잡으면 택시 번호판과 차종, 색깔 등의 정보와 운전기사의 사진과 전화번호, 별점이 뜬다.
3. 택시가 근처에 도착하면 운전기사가 전화해 정확한 택시 탑승 위치를 확인한다. (이는 GPS가 제 위치를 안 잡아 주는 경우가 있으므로 전화로 확인한다.)
택시에 탑승한 이후
1. 내 이름을 말한다.
2. 운전기사는 목적지를 확인한 다음, 운전을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3.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운전기사에게 운행을 마치라고 말한다.
4. 운전기사는 별점평을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한국서 카카오택시를 비롯한 택시앱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진 못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 택시 비용은 앱에서 거리와 시간에 따라 부과된다. 별도의 미터기가 없이 앱에서 해결된다. 앱에 등록된 신용카드와 충전 금액에서 자동으로 택시 비용이 빠져나간다. (최근 들어 한국의 택시앱에서도 택시 비용이 앱에서 바로 빠져나가는 서비스를 일부 시행 중이다. /편집자)
인도는 렌터카 중심의 시장이었으나, '올라'와 '우버'의 등장으로 택시의 숫자가 많이 늘어났다. 앱 하나가 인도의 택시 시스템을 바꿔놨다. 기술이 교통문화를 바꾼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이나 인도나 비슷한 택시와 앱 서비스를 가졌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탓에 택시를 타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경험했다.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인도 벵갈루루 택시는 일반 차와 달리, 노란색 표지판을 달고 있다. 천장에는 별도의 부착물이 없다. 올라의 경우, 뒷문에 '올라'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1.
한국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웃겠지만, 내비게이션을 경험하지 못한 택시 기사들이 많다. 특히, 지방 출신의 청년들이 직업을 구하기 위해 대도시에 오면 대다수가 택시 기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택시 기사들은 처음 보는 내비게이션이 서툴 수밖에 없다.
택시 기사: 목적지가 어딥니까? 써얼(Sir)?
나: 사자푸르 메인로드(Sarjapur Main Road)로 가주세요.
택시 기사: 사자...푸르.. 메인... 로드...
나: 어딘지 모르세요?
택시 기사: 잘 모르겠는데요. 벵갈루루에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나: 그럼 GPS 로케이션('내비게이션'이란 말 대신 'GPS'를 주로 사용한다)으로 가주세요.
택시 기사: 아... 제가 지도를.. 잘.. 못... 봐서...
나: 어쨌든 일단 가 봅시다. 직진하세요. (내 휴대폰에서 구글맵 내비게이션을 켠다.)
#2.
인도 운전기사도 새 차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새 걸 좋아하는 것은 전 세계 누구나 같은가 보다. 그러다 보니, 이런 헤프닝도 생긴다.
택시 기사: 당신이 국서방인가요? (인도에선 이름으로 승객을 확인한다.)
나: 네. 맞아요. 우와. 완전 새 차네.
택시 기사: 새 차에요. 뽑은 지 3개월밖에 안됐어요.
나: 오. 퀴퀴한 에어컨 냄새도 안 나고 엄청 좋다.
택시 기사: (흐뭇흐뭇)
나: 근데 3개월 정도 되면 이제 너덜너덜해진 시트의 비닐 좀 벗기고 타지.., (한국어로 말한다.)
#3.
인도 택시앱은 현지 브랜드인 '올라'와 글로벌 브랜드인 '우버'가 대결한다. 양사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울 때가 많다. 주로 '올라'가 한발 빠르게 치고 나간다. 인도 택시앱의 1위 업체는 우버가 아니라 바로 올라다. 올라는 지난해 말 '올라 프라임'이란 중형 택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웠다. 중형 택시 서비스라고 해봤자 1,200~1,400cc급의 차량이다. 오해하진 말자.
택시 기사: 날씨가 많이 덥죠?
나: 아.. 햇살이 꽤나 따갑네요. 더워요. 더워.
택시 기사: (뒷문에 꽂혀 있는 물병을 가리키며) 뒤에 물을 갖다 놨어요. 이 물을 드세요.
나 : 고맙습니다. 갈증 나면 마실게요. (성의는 고맙지만 내가 이 물을 마셔도 내 속이 괜찮을까?)
(교통 정체가 시작되자, 나는 휴대폰을 꺼내놓고 만지작거렸다.)
택시 기사: 인터넷 하고 싶어요?
나: 인터넷? 여기서도 돼요?
택시 기사: 올라 프라임이잖아요. 뒷좌석 손잡이에 ID와 PW가 있습니다.
나: 오.. 신기하네. 인터넷이 어떻게 돼요?
택시 기사: (와이파이 동글(dongle)을 보여주며) 이걸 켜면 인터넷을 할 수 있어요.
나: 속도도 괜찮네요. 좋다.
올라 프라임을 카카오 블랙과 헷갈려선 안 된다. 애는 현대의 베르나급이다.
#4.
올라와 우버는 소비자 중심의 택시앱 서비스다. 그래서 택시 기사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얻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목적지를 사전 공개를 안 하는 것과 별점평이다.
택시 기사: 어디에 계십니까? Sir?
나: 사자푸르 메인로드(숙소가 있는 곳)로 가주세요.
택시 기사: 목적지는 HSR 레이아웃(HSR Layout, 사무실이 있는 곳)이라는데요.
나: 헉. 제가 목적지를 다른 곳에 입력했군요. 어떡하죠?
택시 기사: 손님이 입력한 목적지와 택시가 도착한 곳이 다르면 우버 사무실에서 연락 와요.
나: 왜죠?
택시 기사: 손님과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거니 말이죠. 회사에 해명해야 하는 거죠.
나: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택시 기사: 별점을 5개 주시고요. 평가에 손님이 목적지를 잘못 입력했는데 제 위치에 갔다고 적어주세요.
나: 제가 실수했으니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죠.
택시 기사: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손님. 기억하시죠? 별점 5개?
#5.
사실 내가 택시를 타면서 가장 좌절을 느낄 때는 따로 있다. 택시 기사가 전혀 영어를 못하는 경우다. 대화가 안 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모를 수도 있다. 이 택시가 어떻게 내 앞에 서 있는 것 자체도 신기한 경우가 많다.
택시 기사: (힌디어? 까나따어? 따밀어? 나도 모르겠다.) 쏼라~ 쏼라~
나: (영어로 말한다) 뭐라고? 모르겠는데?
택시 기사: 쏼라~ 쏼라~
나: (목적지를 요청하는 거겠지... 라고 짐작한다.) 사자푸르 메인로드!
택시 기사: 쏼라~ 쏼라~
나: (급하니 한국말로 말한다) 뭐라고?? 뭐??
택시 기사: (갑자기 튀어나온 한국말에 당황하면서 눈치를 보며 천천히 말한다) 싸~왈~라~아~
나: 일단 스타트! 고!
택시 기사: (갑자기 말문이 없어지고 운전대만 잡고 있다) ...
나: 잠깐만! 웨잇! (힌디어와 따밀어를 하는 회사 직원에게 전화한 다음, 운전기사에게 바꿔 준다)
택시 기사: 쏼라~ 쏼라~ (전화로 한참 통화하더니, 나에게 전화기를 건네준다.)
나: 운전기사가 뭐라고 말하는 거야?
직장 동료: 나도 뭔 소리인 줄 못 알아듣겠어. 까나따어야.
나: 그럼 까나따어 하는 직원 좀 찾아서 바꿔줘요~. (한 번 더 루프를 돈 다음, 출발)
참고로 힌디어, 따밀어, 까나따어, 영어는 모두 인도 공용어다.
올라가 우버보다 점유율이 더 높다는 시장 그래프.
우버 측은 20% 정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