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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미술관](6) 박종원 작가, “아티스트 해외 취업? 바로 준비하는 것이 곧 과정입니다”

반세이(세이야) 2019-02-25 15:49:50
디스이즈게임이 ‘게임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컨셉 아티스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나 영화, 광고같은 콘텐츠부터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컨셉 아트를 제작하기도 하죠. 컨셉 아트는 보통 지속적인 유지 보수가 필요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은 개별 프로젝트, 회사에 단기간 몸담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소개할 박종원 아티스트는 게임 아트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야를 넓게 커버하는 컨셉 아티스트입니다. 현재 독일의 락피쉬게임즈에서 시니어 컨셉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컨셉 아티스트로 일한 지는 15년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 <아이온> 팀, 넷이즈, 특수효과 및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 ‘로커스’에서 <빨간 구두와 일곱난장이>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만화를 전공했으나 졸업 당시 침체된 출판 시장 사정으로 인해 게임 아트로 눈을 돌린 박 아티스트는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게임미술관 6화, 오늘은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컨셉 아티스트들이 다른 분야로 발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 지 박종원 아티스트에게 들어보겠습니다.

  

박종원 컨셉 아티스트

 

 

# 배경 컨셉 아티스트로 커리어 시작, 새로운 경험 찾으며 다양한 분야 접해

 

큰 회사에 가면 더 많은 실력자들과 일할 수 있을 것이란 마음으로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박 아티스트는 출시되지 못하고 드롭된 <스틸독> 프로젝트 팀에서 배경 컨셉 아트와 영상 컨셉 스케치, UI 디자인 등을 접하게 됩니다. 이후 <아이온>팀으로 이동한 박 아티스트는 주요 배경 원화 등을 제작하다 이미 출시된 게임이 아닌, 새로운 프로젝트의 초기 멤버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웹젠의 신규 MMORPG팀에서 약 7개월 간 재직하게 되죠. 

  

<아이온> 3.5 업데이트 당시 업데이트 홍보 일러스트레이션. 새로운 업데이트에서 등장한 공중요새 '티아마트 성채'가 보인다. 티아마트의 권위를 나타내는 화려한 장식, 문양,실루엣을 중점적으로 표현.

 

이후 중국의 넷이즈로 이직한 박 아티스트는 한국 못지 않은 월등한 그래픽 퀄리티과 중국 아티스트들의 실력에서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수평적인 관계와 자유로운 개발 분위기는 덤이었죠. <레전드오브티벳>이라는 무협 MMORPG 팀에서 1년 간 일한 박 아티스트는 계약 기간이 끝난 뒤 한국에 돌아와 비주얼 특수효과 회사 로커스에 입사합니다.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 곧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내면의 욕구 때문이었죠. 

  

중국 넷이즈 재직 중 작업한 <레전드 오브 티벳> 프로모션 일러스트레이션. 게임의 스타일 및 주요 컨셉을 나타내기 위해 다크그레이 계열 컬러를 사용했고, 티벳 고유의 건물 실루엣, 황금빛 지붕 및 오브젝트, 깃발 등을 추가했다. 어두운 기운이 지배하는듯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먹구름 낀 하늘과 천둥치는 장면을 표현. 지형의 스케일감 역시 광활한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됐다.

 

애니메이션 작업은 확실히 게임과는 달랐습니다. 주어진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에 맞는 화면만 관객에게 보여지면 되므로 화면에 보이지 않는 장면은 모델링이 필요없었던 거죠. 그에 반해 게임은 유저들의 선택에 따라 수많은 선택지가 발생하고, 유저들이 보거나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모델링 작업이 필요합니다. 박 아티스트는 개봉을 앞둔 <빨간 구두와 일곱난장이> 외에 <원더우먼>, <닌자거북이2>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 포트폴리오 준비하는 것이 중요, 세심한 관찰력은 필수

 

박종원 아티스트는 본인이 진출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그 영역에 대해서도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보라고 권유합니다. 만약 영화 컨셉 아트에 도전하고 싶다면 실제와 같은 라이팅, 스케일, 또는 적절한 사진 소스를 활용해 실제 영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쓰일 법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는 식입니다.

 

박 아티스트는 장르나 스타일 역시 특정한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공상 과학물, 현대물, 판타지, 동화풍, 실사풍 등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회사에서 작업 요청을 받게 되고, 또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탄생한다면서요.

  

박종원 아티스트가 작업한 로봇 Victo(빅토) 컨셉 아트. 삼성 SSD 광고에 사용됐다. CF 영상에서 로봇의 다양한 움직임을 위해 각 관절의 움직임이 수월히 가능하도록 디자인 됐고, SSD가 가슴 부분에 잘 부착이 되도록 디자인했다.

  

외주 작업을 맡게 되면 클라이언트의 입맛에 맞는 작업물을 준비하되 한 두 개 시안 정도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 작업물을 제안해 클라이언트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는 노력도 기울인다고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미처 생각지 못한 컨셉을 이미지화 해 보여주는 것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클라이언트나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박 아티스트는 말합니다.

 

박 아티스트는 레퍼런스의 중요성 또한 강조했습니다. 어떤 멋진 결과물만이 레퍼런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으니 사소한 것 하나도 눈여겨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박 아티스트는 힘주어 말합니다. 특이하게 생긴 의자, 책이나 음악, 7살 아이가 그린 그림도 모두 영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요. 

  

현재 재직중인 락피쉬게임즈가 제작하는 <에버스페이스-엔카운터즈> 프로모션 일러스트레이션. 신규 스페이스쉽(왼쪽)을 알리는데 주요한 목적이 있으며, 기본적인 3D 베이스를 3D팀으로부터 전달 받아 오버페인트로 완성했다. 스페이스쉽의 고유한 컬러와 디자인이 잘 드러나도록 페인팅했고 , 우주 공간의 깊이감, 원근감 또한 표현하고자 했다.

 

 

# 컨셉 아티스트는 좌절과 어려움, 실패가 일상인 직업, 결국 꾸준함이 무기다

 

좋은 컨셉 아티스트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냐는 질문에 박종원 아티스트는 ‘좋은 컨셉, 나쁜 컨셉이라는 건 없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 아티스트는 “컨펌된 그림이라 할 지라도 그것은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결과물의 컨셉과 부합하거나 결정권자의 판단에 따른 것 뿐”이라며 내 포트폴리오가 통과되지 않거나, 회사에서 내 그림이 자꾸 수정받는다 해도 괘념치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컨셉 아티스트는 이러한 좌절, 실패, 어려움이 일상인 직업이고 어느 한 순간 성공했다 하더라도 다시 좌절과 실패, 어려움을 항시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꾸준함이 무기라고 박 아티스트는 강조합니다.

  

영국의 3D 아티스트 Branimira Yordanova의 작품. 박종원 아티스트의 작품 ‘RAINY DAY’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됐다.

  

박종원 아티스트의 작품 ‘RAINY DAY’

 

박 아티스트는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바로 하라’고 또다른 조언을 건넸습니다. 해외 취업의 예로 들면, ‘영어 공부가 되면 지원해야지’, ‘포트폴리오를 좀 더 갖추면 지원해야지’ 하고 막연히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말고 지금 바로 해 보라는 것인데요.

 

어떤 회사를 가고 싶고 어떤 게임을 좋아한다면 채용하는 포지션을 매일 확인하고, 바로 지원하라고 합니다. 조건이 몇 가지 안 맞아도 포트폴리오가 니즈와 맞으면 연락이 온다면서요. 해외 기업의 경우 준비된 영문 이력서와 이름, 포트폴리오 사이트 정도만 요구하는 곳도 많고, 자기 소개서도 옵션 정도인 회사가 많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매트페인터 겸 컨셉아티스트 Mai Anh Tran의 3D 일러스트레이션. 박종원 아티스트의 SUNSET CASTLE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박종원 아티스트의 ‘SUNSET CASTLE’

 

박 아티스트의 경우 100군데 지원하면 1~2군데는 반드시 연락이 왔고, 연락이 오지 않으면 링크드인을 통해 채용 담당자에게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운이 좋으면 아트디렉터에게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점을 수정하면 될 지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고, 어떤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할 지 답변이 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구글 번역기와 네이버 사전을 통해 더듬더듬 지원하던 과정이 곧 준비가 됐고, 간혹 외주나 다른 회사를 연결해 주는 케이스도 발생했다네요.

 

4년 전, 박 아티스트는 <스타워즈>, <터미네이터2>, <쥬라기공원>, <트랜스포머>, <어벤저스: 인피니티워> 등을 작업한 전설적인 특수효과 회사 ILM(Inustrial Light & Magic)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연락이 없었죠. 고민 끝에 박 아티스트는 본인의 작업물을 고퀄리티로 인쇄해 책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어렵게 주소를 알아낸 조지 루카스 집과, ILM본사, 아트디렉터에게 직접 발송했는데요. 영어 때문에 최종적으로 채용되진 않았지만 ILM 본사와 ILM 런던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박 아티스트는 이렇듯 한 두 번 시도로 좌절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른 방향에서 새롭게, 절대 포기하지 말고 지금 바로 도전하라고 많은 지망생과 종사자들에게 권유했습니다. 

 

박종원 아티스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아트스테이션 (바로가기) 유튜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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