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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은 아이디어가 복합장르 기대작으로…'리플 이펙트'

TPS, 탄막슈팅, 블랙코미디, 그리고 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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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2-11-23 12:18:50
<리플 이펙트>는 국내 개발사 아웃사이더키즈가 제작한 SF 테마의 싱글플레이 슈터다. 탑다운 시점과 숄더뷰 시점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탄막 슈팅과 TPS를 오가는 복합적 게임플레이를 통해 출시 전부터 계속 인디 씬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바탕도 충분히 독창적이지만, 다양한 무기와 스킬 업그레이드, 강력한 보스, 약점 공략 시스템과 기절 시스템 등이 더해져 메카닉적 깊이와 풍성함을 더해준다. 지금까지는 ‘데모 버전’ 뿐이었음에도 2020년 부산인디커넥트(BIC)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받는 등 수상 실적을 쌓고 팬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 <리플 이펙트>가 드디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다림 끝 마침내 만나볼 ‘풀버전’에서 유저들은 과연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개발사 아웃사이더키즈의 김정대 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퍼블리셔 크레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아웃사이더키즈 김정대 대표

 

# 학교 선후배가 뭉쳐 만든 게임

Q. 디스이즈게임: 아웃사이더키즈 팀은 같은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출신의 선후배 사이로 알고 있다.

A. 김정대 대표: 맞다. 7명 다 같은 학교 출신이다. 나는 15학번으로 중간 위치다. 위로 선배 2명, 아래로 후배 3명, 그리고 동기 1명이 있다. 직무로 구분한다면 제가 기획을 맡고 있으며, 개발 2명, 3D 아트 2명, 2D 아트 2명으로 구성된다.


Q. 가까운 선후배끼리인데, 게임 기획과 디렉션은 어떻게 결정하고 있나?

A. 원래는 대부분을 전체 회의를 통해 결정했었는데,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나니까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더라. 그래서 AD를 임명한 뒤 AD를 주축으로 전체적인 의견 통일을 도모하고 있다.


Q. 개발 기간이 총 얼마나 되나?

A. ‘어디서부터’ 얘기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최초의 구상은 내가 군 복무 중이던 2018년에 A4용지에 수기로 쓴 기획서부터였다. 전역 직후 3명으로 구성된 팀을 꾸렸고, 이후 1명씩 불어나면서 현재의 7명이 됐다. 실질적인 개발 기간은 4년 정도로 볼 수 있겠다.



# 탄막슈팅과 TPS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Q. <리플 이펙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탑다운에서 숄더뷰로 변환되는 카메라 시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디자인한 계기나 목적이 궁금한데.

A. 그 아이디어가 사실 게임의 시작점이었다. 처음 게임을 구상할 때는 ‘줌인/줌아웃’으로만 게임 조작이 이뤄지는 모바일 게임으로 생각했다. 거대한 보스가 있고, 숄더뷰 시점에서 줌인했을 때 사격하며 적의 약점을 공략하고, 패턴을 깨는 유형의 슈터였다. 이후 점차 PC게임으로 만들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작방식과 이동 시스템, 스킬 등이 늘어나 현재의 형태에 이르게 됐다.

보스전에서의 약점 공격 시스템은 아직 <리플 이펙트>에 남아 있다. 다양한 보스에 맞서 공격 패턴을 파악하고 약점 공격으로 행동불능을 유도해 많은 피해를 줘야 한다. 보스전은 <리플 이펙트>의 핵심 특징이기도 하다.


Q. 말씀하신 초기 기획은 시프트업의 <니케: 승리의 여신>과 상당히 유사하게 들리는데.

A. 맞다. 제가 게임을 구상할 때까지는 <니케>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후 <니케> 소식을 보도하는 기사를 처음 봤을 때 많이 놀랐다. (웃음)


Q. 현재 게임은 줌아웃했을 때는 탄막 슈팅, 줌인했을 때는 TPS처럼 플레이하게 된다. 두 장르의 재미를 함께 주려는 느낌인데, 실제로 그런 의도가 있나?

A. 맞다. 사실 말씀드렸듯 초창기에는 슈팅 게임의 재미를 더 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슈팅 게임에서 제일 재미있는 요소는 정밀사격이라고 생각해 맞추는 곳에 따라 대미지가 달라지는 게임 시스템을 구현했었다.

그러던 중 줌아웃 상태에서 재미를 줄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탄막을 피하는 요소에 집중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1945>나 <동방 프로젝트> 같은 탄막 게임을 좋아했는데, 그런 게임의 재미는 사실 쏘는 게 아니라 무수히 날아오는 화려한 탄막을 피하는 쪽에 있다. 그걸 구현하면 좋을 것 같았다.


Q. 직접 플레이해보니 탄막 부분에서 조금 까다로운 점이 있다. 줌아웃 상태에서는 사방의 탄막이 모두 보이니 피하는 데 문제가 덜하지만, 확대했을 때는 옆, 뒤의 탄을 볼 수 없다. 화면 밖에서의 공격에 피격되는 건 유저에게 불쾌감을 주기 쉬운 요소인데. 해법은 어떻게 찾았나?

A. 나도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어서 먼저 우리 기획과 비슷한 게임이 있는지 레퍼런스를 찾아봤었다.

그렇게 하나 찾은 것이 아케이드 게임 <타임 크라이시스>였다. <타임 크라이시스>는 공수 전환이 확실한 게임이다. 쏠 때 쏘고, 피할 때 피해야 하게끔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 게임을 보면서, 우리도 시스템을 잘 이어 붙이기만 하면 재미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시스템이 공존할 때의 재미를 유저에게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실제로 말씀처럼 ‘TPS 상태에서는 탄막을 못 피해요’라는 유저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슈팅게임도 크게 다를 것 없다. 아예 총알을 보고 피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 (웃음) 그러다 보니 보통 자신을 덜 노출시키는 방향으로 플레이 방향을 잡게 된다. <리플 이펙트>도 마찬가지다. (확대했을 때) 총알을 맞고 싶지 않으면, 맞지 않을 만한 위치로 가면 된다. (웃음)

대신, 유저들을 좀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해 날아오는 탄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형 스킬을 많이 만들었다. 원하는 방향으로 실드를 설치한다거나, 주변 모든 탄막을 없앤다거나, 다가오는 적을 속박하는 등의 여러 스킬이 있다.


Q. 일반적 슈팅 게임과의 비교가 나왔는데, 그런 게임들에서는 난이도 조절을 위해 사각에서 날아오는 탄은 아예 빗나가게 하거나, 대미지를 크게 줄이는 등 일종의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이런 노하우를 적용할 고민은 혹시 안 해봤나?

A. 저희도 그런 방법들을 두고, 과연 게임 성격에 맞을지 내부 논의를 많이 했는데 맞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이었다. 대신 모든 적의 위치를 항상 알려주는 방향을 택했다. 그래서 줌인 상태에서도 UI 상으로 적 위치를 다 알 수 있다. 적이 뒤에 있다면 조심하라는 별도 UI가 나온다.

순수한 슈팅 게임이었다면 말씀하신 방법을 더 고민해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리플 이펙트>는 쿼터뷰 상태에서의 스킬 공격도 가능한 게임으로, 엄밀한 의미의 순수한 TPS 게임은 아니다. 만약 이런 요소가 없었다면 얘기한 것과 같은 디자인도 고민했을 것 같다.



Q. 줌인 상태에서 수동으로 장전을 할 수 없고, 줌아웃 상태에서만 자동으로 이뤄지는데 이렇게 강제한 이유도 있나?

A. 첫 번째 이유로는 조작키를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두 번째로, 비슷한 방식을 쓰는 <타임 크라이시스>의 경우 왜 그렇게 구현했을지 고민해봤다. 사실 다른 유형의 장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결론은 연출적 재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했을 때 플레이가 화려해지고, 옆에서 보기에 재미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요소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대신 총의 종류를 늘리고, 총 세 자루까지 소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1번 총의 탄환을 다 쓰면 2번, 2번을 다 쓰면 3번으로 바꿔가며 최대한 오래 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3번까지 다 썼다면 “이제는 장전하셔야죠”라는 접근인 거다(웃음).


Q. 적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유형의 게임에서는 지형지물만큼이나 적의 종류도 재미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인데.

A. 정확히 세본 적은 없는데, 다 해보면 30~40종류는 될 듯하다.



# 만화책, 혹은 소총

Q. 게임 제목 <리플 이펙트>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A. ‘리플’(riffle)에는 ‘책을 빨리 넘기며 보다’라는 뜻이 있다. 이건 게임의 초기 콘셉트가 만화책, 혹은 서양의 코믹북을 넘기며 보는 듯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더 나아가 소총을 뜻하는 라이플(rifle)과도 스펠링이 비슷해 ‘소총 효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또, 인게임 설정 상에서는 어떤 과학자가 만든 과학 이론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렇듯 여러 의미가 담긴 제목이다.


Q. 데모 버전 도입부에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이 나오던데, 게임과 어떤 관련이 있나?

A. <어린 왕자>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스테디셀러다. 독자가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게 만드는, 어른을 자극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항상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군 생활이 견디기 힘들었다. 체계 잡힌 어른 사회를 형상화한 공간처럼 느껴져서 그게 굉장히 불편했다. 군 복무 중 우연히 <어린 왕자>를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러면서 ‘<어린 왕자>가 만약 반항적 캐릭터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스토리를 구상했던 것이 게임을 처음 기획한 계기다.


Q. 그렇다면 <어린 왕자>의 이야기 구조를 직접 빌려온 건지?

A. 그런 것은 아니다. 영감을 얻은 것에 가깝다. 다만 <어린 왕자>의 작품 내용 일부가 언급되는 부분은 있다. 이를테면 유명한 ‘보아뱀 속 코끼리’를 참고한 ‘코끼리 먹은 뱀’ 캐릭터가 나온다.


Q. 군대 얘기가 나왔는데, 데모 버전(겸 튜토리얼)을 플레이해보면 주인공의 군 생활 일부가 묘사된다. 본편과 얼마나 연결되는지?

A. 튜토리얼 부분의 내용은 주인공의 ‘아픈 과거’에 해당한다. 메인 스토리는 주인공이 웜홀에 빠져 알 수 없는 행성에 불시착하면서 시작된다. 불시착 후 자신의 우주선 부품을 빼앗기게 되고, 이를 되찾아 나가는 스토리다.



Q. 스토리 시놉시스는 말씀해주셨는데, 전달하고 싶은 주제가 따로 있다면?

A. 사실 어디 가서 이 부분을 말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저 나름대로는 나름대로 메시지를 많이 넣었는데, 일부러 얘기를 안 한다. 왜냐면 쑥스러우니까.(웃음)


Q. 처음으로 한 번 부탁드리겠다.

A. 마음에 상처가 있어 모든 일을 혼자서만 처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같이 일하고 생활한다는 걸 힘들어한다. 왜냐하면 결국에는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친구를 하나 만나 치유 받는 내용이다.


Q. 2D 아트가 눈에 띄는 편이다. 참고한 작품이 있다면?

A. <티미와 수호천사>, <우주 스파이 지미> 등 작품에서 색감 적인 부분을 많이 참고했다. 전체적으로는 니켈로디언, 카툰 네트워크 채널 등 미국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나도록 많이 노력했다.


Q. 미국 애니메이션풍을 구현하는 데 신경 쓴 이유는?

A. 팀원들이 전체적으로 미국풍 아트를 좋아한다. 대부분 마블 작품들이나 기타 코믹북의 팬이다. 특히 초기 아트를 구축한 멤버가 유독 그런 화풍을 잘 그린다. 이 화풍을 게임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입해 개발을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Q. 그러한 스타일이 아트뿐만 아니라 스토리에도 반영됐나?

A. 미국 만화 스타일의 개그 코드가 많다. 우리가 블랙코미디를 매우 좋아하고 서로 그런 농담도 많이 한다. 그런데 그런 농담 중에는 사실 국내 기준으로 수위가 넘는다고 여겨질 만한 위험한 것들도 많다. 예를 들어 <릭 앤 모티>를 한 번 봐라, (농담 수위가) 끔찍하지 않나. 그래서 한국 기준으로 ‘몰매를 맞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조절된 개그를 넣었다.



# ‘확장성’ 좋은 게임, 앞으로의 계획

Q. 여러 스킬과 무기를 통한 빌드 구축 메카닉이 풍성하고 깊이가 있어 보인다. 스토리 콘텐츠와의 비중이 잘 맞을지 궁금한 것도 사실인데.

A. 프로젝트 자체가 ‘패기’를 가지고 진행된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처음에 생각했던 메카닉에서 점점 욕심을 부려 확대해나갔고, 결과적으로 메카닉적인 덩치가 커졌다.

초기에는 아예 메카닉만 있었고, 스토리는 아예 배제된 기획이었다. 그런데 워낙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 보니, 게임을 그보다 더 키워보기로 했다. 그래서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어드벤처로 방향성을 잡은 사례다.

어드벤처 게임이 된 만큼 스토리 중심으로 게임이 흘러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메카닉 적인 부분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둘의 비중은 5대5 정도라고 생각한다. 전체 플레이타임은 게임에 능숙한 사람이 하면 6시간 정도.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면 8시간 정도다.



Q. 말씀하신 것처럼 메카닉 적인 깊이와 폭을 먼저 확보한 게임이다 보니, 게임의 확장성이 매우 좋아 보인다는 생각이다. DLC/후속작을 내거나, 멀티 모드를 낼 계획은 없나?

A. 계획은 엄청 많이 있지. 그런데 돈이 없다.(웃음)

우리끼리도 확장성이 좋다고 생각 중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코옵, 멀티, 혹은 로그라이크 등으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사실 로그라이크 모드의 경우 이미 만들어봤다. 그런데 자금과 시간적 문제로 인해 이번에는 낼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만약 이번 게임이 괜찮은 성적을 낸다면 해보고 싶다.


Q. 국내 인디 개발이 쉽진 않은데, 힘들었던 점은?

A. 역시 자금조달이 제일 어려웠다. 그런데 주신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가 인디 게임을 개발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지원사업도 많고, 좋게 보고 도와주시는 분들 또한 많다. 다만 인원이 많으면 말씀드렸듯 자금 조달에서 조금 어렵기는 하다. 인디 개발사치고 7명은 많은 편이다.


Q. 퍼블리셔인 크레스트와의 협업은 어땠는지?

A. 코로나19가 막 터졌던 시점, 크레스트에 사무실 지원을 요청해 6개월 정도 크레스트 사무실을 썼었다. 그 외 마케팅과 로컬라이제이션도 도와주셨다. 일본어, 중국어 간체/번체, 영어 번역이 이뤄진 상태인데, 이때 ‘개그 요소를 꼭 살려 달라’는 저희 요청까지 잘 들어주셨다.


Q. 끝으로 게이머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전에도 많이 얘기해온 것인데, 저희는 개발하면서도 저희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다. 보통 개발자들은 자기 게임은 재미없어하는 경우 많은데 우리는 아니다.

그래서 항상 팀 내부에서 “이렇게 재미있는데, 사람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말대로다. 이 재미를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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