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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AVGN, 12년째 욕하면서 전설이 된 게임 리뷰어 이야기

그는 오늘도 '성의' 있고 '재미'있게 '도전'한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18-07-31 17:50:18

 

위 이미지를 알고 있는가? 앵그리 비디오 게임 너드(The Angry Video Game Nerd, 이하 AVGN). 게임 리뷰어 제임스 롤프(James Rolfe)가 만드는 동영상 리뷰 시리즈로, 추억 속 고전 게임(주로 망작으로 불리는 고전 게임)을 플레이하며 온갖 욕을 쏟아붓는 모습으로 전 세계 게이머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으며, AVGN을 본 적 없더라도 그의 우스꽝스러운 얼굴에 '완전 어이가 없습니다'같은 자막이 삽입된 '짤방'을 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AVGN은 지난 2006년 1편을 공개한 이래 장장 12년 동안 전 세계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다. 비록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수많은 동영상 리뷰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존재감이 많이 없어진 듯하지만, 여전히 많은 게이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12번째 시즌을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AVGN은 어떻게 하나의 콘셉트로 12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으며 롱런할 수 있었을까? AVGN의 특징, 대표작, 제작 철학을 알아보면서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완전 어이가 없습니다
무슨 생각을 한 거냐고요?!

 AVGN이 단순한 게임 리뷰가 아닌 이유

 

유튜브가 처음 론칭된 2005년.​ AVGN의 전신 'Angry Nintendo Nerd'는 2006년 유튜브에 첫선을 보였다. 그 이후 지금까지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유튜브에 AVGN이 업로드되며 2018년 현재, 총 157편의 게임 리뷰가 제작됐다. 또 AVGN은 유튜브에서 여러 차례 수백만 이상의 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오랜 역사와 이러한 성과로 AVGN을 현존하는 유튜브 게임 리뷰의 시초 내지는 흥행의 '전설'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AVGN은 보통 '너드' 타입의 캐릭터 연기, 폭발, 감전 등 B급 특수효과,​ 유려하면서도 과격한 영어 욕설과 적극적이고 과장된 ​리액션이 영상에 담겨 있다. 동영상의 과격한 콘셉트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런 속 시원한 (그리고 재미있는) 영상 덕분에 리뷰는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AVGN은 이러한 기믹을 철저하게 유지하면서 장장 12년째 롱런해왔다. 

 

기본적으로 AVGN은 과격한 기믹 속에서도 다음의 서사 구조를 따르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게임의 배경을 소개함 → 게임팩을 콘솔에 꽂음 → 게임을 플레이하며 이 게임이 왜 문제인지 설명  ​특수효과, 캐릭터를 통한 분노 표출'

 

 

시청자는 이러한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 구조를 통해 AVGN을 단편적인 이야기 모음으로 이해한다. 또 AVGN의 무수한 클립은 장기적으로 '닌텐도 스페셜 → 게임보이 스페셜', '벅스 버니  벅스 버니 크레이지 캐슬' 등으로 이어진다. 닌텐도 주변기기를 소개했으니 다음엔 게임보이 주변기기를 소개하고, 옛 시즌 <벅스 버니>​에서 AVGN을 괴롭힌 버니 인형이 다음 시즌 <크레이지 캐슬>에서 재등장하는 식이다.

 

AVGN의 제작진은 AVGN을 단순한 게임 리뷰로만 보지 않고, 수차례 다른 형식의 제작물을 선보였다. 2014년엔 AVGN의 스토리를 장편 영화를 개봉한 바 있으며, 2013년과 2016년에는 AVGN이 자신이 리뷰했던 망작 속 세계로 들어가 그 망작을 다시 플레이한다는 설정의 게임 <Angry Video Game Nerd Adventures​> 시리즈를 공개했다.

 

'AVGN: The Movie'의 스틸컷

 

 

# AVGN의 주인공 제임스 롤프와 그의 게임 철학

 

AVGN의 주인공이자 제작자 제임스 롤프는 최장수 유튜브 게임 스트리머 중 한 명이다. 그는 AVGN 이외에도 자신의 홈페이지 씨네마서커(Cinemassacre)에서 꾸준히 각종 게임 관련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씨네마서커에서는 보드게임 시리즈 ‘Board James’, 동료 마이크 마테이와 함께 장르, 시대 구분 없이 게임 하는 ‘James & Mike Mondays’, 핼러윈 특집 ‘Monster Madness’ 등 다양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그 밖에 제임스 롤프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 비평도 올리고 있다. 제임스의 전문 분야는 게임과 영상의 범주를 넘나들며 영화화된 게임이나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가 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담고 있는지, 원작과 어떤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하는 것. 지난 4월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게임 캐릭터에 관해 리뷰하기도 했다.

 

한편, 그간​ 제임스의 대표작 AVGN은 "지나치게 과격하다", "자신의 추억에만 매몰됐다", "옛날 콘솔 게임만 파고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그가 활동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리뷰가 식상하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임스는 동료와 차분하게 최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James & Mike Mondays), 2017년 AVGN 시즌 11부터 2000년대 게임도 자주 리뷰하고 있다.

 

 

또, 제임스 롤프는 본인의 리뷰에서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유지한다. 그는 절대 에뮬레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정품만 사용한다. 그것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소개하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성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150편이 넘는 AVGN 시리즈는 한 편도 빠짐없이 모두 그 ‘성의’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그 게임은 주로 망작이다.

 

AVGN의 제임스 롤프는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이 망작의 디스켓을 어디서 얼마 주고 구했고, 어떤 콘솔과 어떤 패드로, 어떻게 플레이할 수 있는지 플레이 이전 과정을 아주 소상하게 설명한다. AVGN은 매 편 이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는 콘솔에 게임팩을 직접 삽입하던 게이머의 추억을 환기하고. AVGN이 100% 정품만 리뷰한다는 믿음을 준다. 

 

 

그는 인터뷰와 스페셜 영상에서 게임이 재밌어야 하듯이 게임 리뷰도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을 여러 번 말한 바 있다. 사전에 제작된 스크립트, B급 특수효과 등의 연출, 그리고 서브컬쳐와 대중문화의 인용은 이런 리뷰를 감상하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하지만 AVGN의 재미는 즉각적인 쾌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AVGN이 제시하는 재미의 기준은 바로 '도전'. AVGN에게 재밌는 게임이란 아무리 어려워도 다음 과제를  진행할 수 있고, 그 도전이 성공할 때 일종의 성취감을 주는 게임이다. 그가 최악의 게임으로 꼽는 게임들은 아래 소개할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정상적인 플레이 자체를 할 수 없는 게임이거나 난이도 개념도 없을 정도로 도전 요소가 취약한 게임이다.

 

 

# AVGN을 잘 알 수 있는 대표작 3편

 

AVGN은 현재 유튜브, 아마존, 홈페이지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다. 특히 유튜브에 게시된 AVGN 영상은 최소 3개 국어에서 최대 15개 국어 이상으로 번역되어 있다.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 자막은 모두 각국의 팬들이 직접 추가시킨 자막인데, 한국어 자막 역시 한국 팬들이 직접 추가한 것이다.

 

그동안 축적된 영상의 양과 시간이 워낙 많기 때문에 모든 영상을 다 볼 수는 없다. 유튜브에서 한국 팬들의 노력으로 한글 자막이 올라온 영상 중에 AVGN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는 세 편의 영상을 소개한다.​ 모두 재미와 수위의 중간 지점을 찾아 엄선한 영상이다.

 

* 주의: 아래 영상에는 과격한 욕설과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서적 안정을 취할 필요가 있는 유저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 <지킬 박사와 하이드>



 

맥주를 마시면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플레이하고 이 게임이 왜 별로인지 소개하는 가장 평균적인 AVGN 리뷰다. 어떠한 특수효과도 등장하지 않지만 다양한 욕설이 가미된 그의 훌륭한 ‘말발’을 들을 수 있다. 영상 속 제임스 롤프는 매우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며, 구어체를 사용하면서도 틀린 문법이 거의 없다.

 

실제로 AVGN 팬들은 그가 쉽고도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그의 장점 중 하나로 꼽는다. 실제로 제임스 롤프는 스페셜 영상에서 적확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영어 어휘집을 사용해 스크립트를 작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상 원본에는 그의 스크립트도 같이 공개되는데, 이는 그의 영상이 15개 국어로 번역될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2. <빅 릭스>



 

AVGN은 보통 PC 게임은 리뷰하지 않는 편이만, 시청자 요청이 많을 때면 가끔 PC 게임도 리뷰한다. ‘세계 최악의 게임’으로 알려진 화물 트럭 운전 게임 <빅 릭스>도 PC 게임이지만 시청자 요청으로 특별히 리뷰한 것이다.

 

<빅 릭스>는 영상이 올라온 2014년에도 이미 못 만든 게임의 대표작으로 레딧(Reddit) 등에서 일종의 밈(meme)처럼 소비되고 있었다. AVGN은 여기에 한 발 더 나가 <빅 릭스>가 ‘왜’ 못 만든 게임인지 그래픽, 인터페이스, 조작법, 물리 엔진, 스토리, 마케팅의 관점에서 하나하나 분석한다. 그 이후에 등장하는 가상 제작 <빅 릭스> TV 광고, 후반부 게임 버그와 AVGN의 얼굴 교차편집도 인상적이다. 

 

3. 닌텐도 액세서리(주변기기)



 

유튜브상에서 천만 뷰를 넘기며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AVGN 영상 중 하나이다. 닌텐도의 광팬으로 알려진 AVGN이 역대 출시된 닌텐도 보조 액세서리(주변기기)를 소개한다. 콘솔 기기와 액세서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왜 닌텐도 액세서리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지 실제로 주변기기를 사용하면서 설명한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B급 특수효과는 덤.

 

AVGN이 악당을 물리칠 때 사용하는 '닌텐도 파워 글러브'의 모션 센서(동작 감지) 조작 기술은 훗날 ‘닌텐도 위’로 이어졌다. 닌텐도 ‘위’와 ‘스위치’가 나오기 전까지 닌텐도가 벌인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

 

 

최근 그는 AVGN의 시즌 12를 시작해 지난 6월 말, 동명의 액션 영화를 게임화한 <더티 해리>를 리뷰했다. ​ 앞서 언급한 다른 게임 리뷰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게임 리뷰 하나만 12년째 꾸준히 진행하는 모습은 게이머와 스트리머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제임스 롤프와 AVGN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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