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신선한 소식 하나가 게임업계 화두에 올랐습니다. 바로 컴투스가 스토리 게임 회사 데이세븐을 인수했다는 소식입니다. 데이세븐은 <일진에게 반했을 때>, <사내연애>, <소녀, 감정을 배우다> 등 다수의 스토리 게임을 출시한 회사입니다.
많은 분이 알다시피 컴투스는 <서머너즈워>를 필두로 RPG, 전략 게임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사입니다. 스토리텔링 게임 회사인 데이세븐과 전혀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컴투스와 데이세븐, 두 회사는 어떤 이유로 손잡은 걸까요? 그리고 그들이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컴투스 신사업전략실 김석현 실장, 데이세븐 장석하 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봤습니다.
Q1. 컴투스는 왜 이런 비주류 장르(스토리 게임)에 관심 갖게 됐나요?
2017년, 다수의 '스토리 게임'이 해외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북미의 <초이스: Stories You Play>(이하 초이스), <에피소드 - Choose Your Story>(이하 에피소드), <하이스쿨 스토리>가 대표적인데요.
이 중 <초이스>는 작년 기준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 이상, 미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25위 등을 기록하는 등 해당 장르에서는 처음으로 이례적인 성적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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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시장 가능성을 엿본 대형 게임사들은 스토리 게임 전문 개발사와 손을 잡기 시작했죠. 2017년 넥슨은 <초이스> 개발사 픽셀베리를, 텐센트는 <에피소드> 개발사 포켓젬스를 인수했죠. 넷이즈 역시 <디트로이드 비컴 휴먼> 개발사 퀀틱드림 지분을 인수했고요.
컴투스가 스토리 게임 시장에 주목하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컴투스는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주요 시장인 북미부터 유럽, 남미 등 서구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죠.
스토리 게임 시장 진출을 결심한 컴투스는 이후 많은 스토리텔링 게임 개발사들과 적극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데이세븐과 손을 잡게 된 것이죠.
넥슨과 넷이즈, 텐센트까지. 스토리텔링 게임 시장 개척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Q2. 컴투스가 데이세븐과, 데이세븐이 컴투스와 손잡은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두 회사가 만들고자 했던 게임이 유사했다는 점. 또 하나는 각 회사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기에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데이세븐은 8년 동안 '스토리 게임'만으로 연 매출 65억을 만들고 있는 스토리 게임 전문 개발사입니다. 국내에서 데이세븐만큼 긴 시간 스토리 게임을 개발해 온 회사는 극히 드뭅니다.
회사는 이러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새로운 시도들과 해외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될 투자금도 필요했고, 글로벌 시장 운영에 대한 노하우는 다소 적었죠.
반면 컴투스는 데이세븐에게 없는 해외 운영 경험과 자본력이 충분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컴투스 매출의 80~90%는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대표 타이틀 <서머너즈 워>는 16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죠.
다만 RPG와 스포츠 장르 위주의 게임을 서비스해왔기 때문에 스토리 게임 개발 노하우는 부족했습니다. 컴투스의 주 유저는 남성 유저였고, 스토리 게임의 주 유저는 여성 유저입니다. 유저 성격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방식의 운영 노하우도 필요했죠.
결과적으로 컴투스는 데이세븐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 게임 개발·운영 노하우, 데이세븐은 컴투스의 자본력과 해외 서비스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Q3. 가능성만 보고 도전하기에는 스토리 게임 시장 규모가 너무 작지 않나요?
두 회사가 생각하는 스토리 게임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컴투스 김석현 실장과 데이세븐 장석하 대표는 스토리 게임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현재 지표로 나와있는 스토리 게임 시장 규모가 아닌 스토리 콘텐츠 시장의 잠재력을 바라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스토리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는 웹툰, 웹소설과 비슷합니다. 웹소설과 웹툰은 텍스트와 그림을 보며 상상하는 재미, 게임은 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죠. 스토리를 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본다는 점은 같습니다"
웹툰, 웹 소설 등 스토리 콘텐츠 시장은 대체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100억 원 수준에서 2018년 4,000억 원까지 성장했죠. 국내 만화 시장 역시 웹툰의 힘을 입어 2017년에는 약 1조 원 규모에 달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2017년 해외결제액 100억 원을 돌파했고, 웹 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는 2013년 텐센트로부터 14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죠.
또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많은 소비자에게 친숙합니다. 영상은 넷플릭스나 왓챠, 웹툰은 네이버, 웹소설은 카카오 페이지 등 콘텐츠 성격에 따라 대표 플랫폼이 바로 떠오르죠.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스토리텔링 게임은 게이머가 아닌 '비 게이머'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Q4. 그럼 컴투스와 데이세븐은 뭘 만들고 있나요?
지금 컴투스와 데이세븐이 준비 중인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드라마 게임 플랫폼, 두 번째는 여성향 스토리텔링 RPG죠.
드라마 게임 플랫폼은 말 그대로 단일 게임이 아닌 플랫폼입니다. 앱을 켜면 수많은 장르의 스토리 게임이 나열돼 있고, 그중 내가 원하는 장르를 선택해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죠. 위에서 언급된 <초이스>, <에피소드>와 같은 방식입니다.
데이세븐은 이를 위해 약 1년간 플랫폼에 들어갈 게임 라인업을 만들었습니다. 회사가 지금까지 만든 대부분의 게임 장르는 여성향 연애물입니다. 공략하려는 캐릭터의 호감도를 올리고, 호감도 수치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식이죠.
내가 원하는 장르를 골라 선택하는 '드라마 게임 플랫폼'
하지만 드라마 게임 플랫폼으로 선보일 신작들은 장르는 물론 게임 전개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일단 스릴러, SF, 남성향 연애물, 판타지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 게임이 라인업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호감도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방식이 아닌 유저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등 기존에 없던 방식의 스토리텔링 요소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이야기 하나 당 플레이 타임은 약 한 시간 정도로 이야기 루트가 많은 게임은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하네요.
"기존에 있는 작품도 플랫폼에 넣을지는 아직 생각 중입니다. 일단 새로운 작품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할 예정입니다. 현재도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어 오픈 버전에 몇 개나 들어갈지는 확실치 않네요"
<워너비>는 여성향 스토리와 RPG가 더해진 작품입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메인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캐릭터 카드를 획득해 성장시키면 해당 캐릭터와 호감도를 쌓을 수 있죠. 전반적으로 <러브앤프로듀서>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에 문자나 전화 등 실제로 유저와 상호 작용하는 듯한 감정을 주는 인터렉티브한 요소도 있다고 합니다. <워너비>는 약 1년 넘게 개발된 게임으로, 데이세븐이 지금까지 만든 게임 중 가장 오랜 시간 작업했다고 하네요.
드라마 게임 플랫폼과 <워너비>의 독특한 점은 어떤 스토리 게임보다도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Q5. '한국적인 느낌'이요?
지금까지 나온 잘 만든 스토리 게임 대부분은 해외에서 개발됐습니다. <러브앤프로듀서>는 중국, <초이스>와 <에피소드>는 북미에서 만들어졌죠.
그렇다 보니 한국 유저들은 종종 스토리나 캐릭터 의상 등 작은 요소에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공략 대상이 한국에서 절대 입지 않을 것 같은 중국풍 의상을 입고 등장하면 몰입이 깨지곤 하죠.
반면 데이세븐은 게임에 한국적이고 친숙한 요소를 담는 것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스토리와 대사는 물론 캐릭터 디자인과 의상 모두 한국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로 구성하고 있죠.
"판타지나 이국적인 세계관도 매력적이지만, 유저에게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설정은 몰입이 깨지는 순간이 올 수 있어요. 옆집 누나, 형, 언니, 오빠처럼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모습의 인물이 등장해야 유저가 더욱 스토리에 공감할 수 있죠"
드라마 게임 플랫폼 속 게임들 역시 '한국적인' 느낌을 많이 담겼습니다. 특히 <워너비>는 한국 설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으로 한국적인 색채가 가장 짙다고 할 수 있죠.
한국적인 요소가 담긴 스토리 게임은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게 컴투스와 데이세븐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한국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데이세븐 대표작 <일진에게 반했을 때>는 미국과 대만 시장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위에 설명한 K-웹툰, K-웹 소설 플랫폼과 한국산 스토리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 역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죠.
"어렸을 때 일본 만화를 보면서 '오니기리'가 어떤 음식인지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호기심도 생겼고요. 제가 이런 기분을 느꼈던 것처럼 전 세계의 사람들이 저희 게임을 하고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드라마 게임 플랫폼과 <워너비>는 올해 하반기 국내, 해외의 경우 한류 콘텐츠에 긍정적인 국가 우선으로 출시 고려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