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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브리핑] 스팀이 베트남에서 차단된 이유 + 향후 시나리오

중국의 판호와는 또 다른 베트남의 G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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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시몬) 2024-05-27 0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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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이 베트남에서 접속이 차단되며 온갖 설들이 나돌았어요. 베트남 게임 시장에 대한 정보가 잘 안 알려져 있는 탓이 클 거예요. 이 소식이 전해질 당시 호치민에 있던 저에게 편집국 멤버들이 슬랙으로 물어봤어요. 중국 판호는 중국 지인과 자료 등을 통해 열심히 알아봤지만, 베트남 쪽은 저도 잘 몰랐죠.


한국에서 요청도 있고, 호치민에 들른 김에 하노이에서 온 당사자와 주요 업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확인해봤습니다. 넷플릭스 게임 분야도 셧다운 됐다는 이야기,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이야기 등을 들었죠. 귀국해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더니, 저보고 직접 기사를 쓰라네요. 그래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브리핑합니다. /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1. G 라이선스


베트남은 엄연히 공산주의 사회입니다.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죠.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판호가 필요하듯, 베트남에서는 G 라이선스가 필요합니다. G 라이선스는 총 4 종류예요.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게임은 G1에 해당합니다.


▲ G1: 서버와 유저 사이, 유저와 유저 사이 상호작용이 있는 게임

▲ G2: 서버와 유저 사이 상호작용이 있는 게임

▲ G3: 유저와 유저 사이 상호작용이 있는 게임

▲ G4: 오프라인 게임


중국에서 신문출판총서가 판호를 발행하듯, 베트남에서는 정보통신부(MIC) 방송전자정보국이 G 라이선스를 내줍니다. 방송전자정보국(ABEI)은 라디오, TV, 온라인 뉴스, 소셜 네트워크, 게임 등의 산업과 관련된 정책 및 법률 수립과 집행을 담당하는 곳이에요.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게임 산업을 진흥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죠. 



2023년 2월 베트남 재정부는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게임에 10% 수준의 특별소비세 부과를 주장했습니다. 베트남 게임계가 난리가 났죠. 이를 저지한 곳이 정보통신부 방송전자정보국이에요. 그해 6월 정보통신부가 재정부에 게임 사업을 특별소비세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서면 요청서를 공식 발송했습니다. 



2. 블랙리스트


중국 신문출판총서에서 게임 판호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몇 안 되듯, 베트남 정보통신부 방송전자정보국에서 G 라이선스를 담당하는 공무원도 많지 않습니다. 이 공무원들이 모든 게임을 일일이 단속한다는 건 말이 안되죠.


중국도 2010년대 후반 규제가 심해지기 전까지는 ‘개구멍’(back door)이 있었습니다. 홍콩을 통해 쓱 들어갈 수도 있었고, 2020년 초까지는 앱스토어, 광고수익형 게임은 판호 없이 서비스가 가능했었죠. 현재 베트남은 그보다 훨씬 느슨한 상황입니다. G 라이선스 없이도 서비스가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정보통신부는 베트남 시장에서 불법 게임의 비중이 3분의 1수준인 것으로 보죠.


대신 눈에 띄면 단속해요. 유저수나 매출이 늘어나는 게 레이더에 걸리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갑니다. 정보통신부 산하에 국영회사들에서 단속 근거 등 조사해 방송전자정보국에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1차적으로 문제 삼는 건 게임 내용보다도 탈세예요.


블랙리스트에 오른 모바일게임의 경우, 방송전자정보국이 구글과 애플에 연락합니다. G 라이선스를 받지 않을 경우, 해당 게임을 내릴 것을 요구하죠. 구글과 애플은 게임사에 이를 전달하고, 게임사는 방송전자정보국이 시정을 요구한 기간(통상 15일~1달) 내에 대응해야 합니다.



3. 케이스스터디


2022년 초 한국 게임 <쿠키런: 킹덤>과 <플레이투게더>는 구글과 애플을 통해 G 라이선스를 취득하라는 정보통신부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죠.


1) 쿠키런: 킹덤

2021년 1월 출시한 <쿠키런: 킹덤>(데브시스터즈)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았죠. ‘원빌드’로 중국 등 일부 시장을 제외한 세계 어디서나 즐길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인기였어요.


그런데 2022년 2월 데브시스터즈는 게임 내에 이런 공지를 내놨습니다.



“베트남 지역에서 쿠키런: 킹덤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베트남 정부 결정에 따라, 글로벌 서비스인 게임이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신규 업데이트 및 결제 서비스가 중단이 될 예정입니다. (중략) 현재 발생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확인 중에 있습니다.”


이후 <쿠키런: 킹덤>은 베트남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블랙리스트에 올라갔고, G 라이선스를 받으라는 요구가 있었죠. 북미 등 큰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었던 <쿠키런: 킹덤> 측은 베트남을 위해 별도로 서비스 단위를 만드는 것에 부담을 느꼈고, 베트남 서비스를 접기로 결정했죠.



2) 플레이투게더

2021년 4월 출시한 <플레이투게더>(해긴)은 1년 만에 1억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에서 흥행했습니다. 특히 베트남 유저들의 참여가 뜨거웠죠. 따라서 G 라이선스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상했어요.


해긴 이창윤 사업개발실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출시할 때 G1 라이선스 번호 입력하는 곳이 없어서 베트남 서비스에 문제가 없었다. G 라이선스 이슈를 인지했고, 2021년 하반기 성장할 때 주요 퍼블리셔와 미팅을 하며 대비했다. 2022년 초 구글과 애플 통해 정보통신부 메시지를 받았다. 1달 내에 G 라이선스를 취득하든가, 서비스를 내리라는 통보였다. 이미 이야기가 돼있던 VNG게임스와 계약해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했다.”



<플레이투게더>는 게임 내에서 자신 표현을 좋아하고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베트남 MZ 유저들의 성향과 잘 맞았어요. 글로벌 이용자 기준으로 베트남 유저가 5할 수준을 차지하고 있죠.



4. 스팀이 취할 수 있는 3가지 시나리오


1) 쿠키런: 킹덤 시나리오

밸브도 자존심이 센 업체죠. 데브시스터즈처럼 베트남 게임 시장이 크지 않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베트남 게이머들은 VPN을 통해 스팀에 접속해 게임을 다운받을 수 있고, 다운받은 게임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으니, 밸브가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도 있죠. 


2) 플레이투게더 시나리오

해긴이 VNG게임스와 퍼블리싱 계약을 한 것처럼 밸브도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할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이어서 좀 복잡할 수는 있지만, 로블록스도 최근 VNG게임스와 퍼블리싱 계약을 한 전례도 있으니까요. 중국에서도 밸브는 퍼펙트월드와 계약하고 ‘스팀차이나’를 론칭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전략적으로 VTC 쪽과 접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보통신부 산하 기업이 가진 라인의 중요성을 의식한다면요.



3) 가레나 시나리오

동남아 최대 퍼블리셔 가레나는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베트남 서비스를 위해 하노이에 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법률 상 외국계 지분은 49%까지만 가능해요. 가레나 베트남은 베트남인 Mai Minh Huy의 지분율이 69.5%이고, 가레나 측이 3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밸브가 이렇게 한 전례가 없어서 가능성은 가장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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