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프로야구 9구단 NC 다이노스가 퓨처스리그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만나 3연승을 거뒀습니다.
이번 3연전은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지역 라이벌전이었고, 동시에 국내 게임업계 두 라이벌의 대리전이었기 때문입니다.
NC 다이노스의 홈페이지는 롯데와의 3연전 전승을 메인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NC 다이노스는 엔씨소프트가 창단한 아홉 번째 프로야구단입니다. 창원을 연고지로 하며, 마산 구장을 전용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죠. 같은 경상남도인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와는 자연스럽게 지역 라이벌 구도가 형성됩니다. 심지어 마산 구장은 롯데가 제 2구장으로 사용했던 곳이기도 하며, ‘마산 아재’로 야구 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야구계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게임업계 라이벌의 대리전이라고 한 이유는 롯데 유니폼에 있습니다. 2012 시즌 롯데 유니폼의 오른쪽 가슴을 보면, 넥슨 로고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넥슨이 롯데와 후원 계약을 맺으며 유니폼에 넥슨 로고를 부착했고, 넥슨 관계자는 후원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업계 라이벌인 엔씨와 넥슨, 지역 라이벌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이런 구도로 흥미롭게 경기를 봐 달라”고 말하기도 했죠.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 오른쪽 가슴에 부착된 넥슨 로고.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더니, 프로야구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이어가는 모양새입니다. <블레이드 & 소울> 로고가 새겨진 NC 다이노스 선수단의 헬멧과 넥슨 로고가 박힌 롯데 유니폼을 보면 온라인게임 대전이 야구 그라운드로 전장을 옮긴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NC 다이노스의 나성범 선수. 헬멧에 <블레이드 & 소울> 로고가 보입니다.
두 야구단의 라이벌 구도가 생길 수밖에 없는 역사는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9구단 창단 과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2010년 말, 엔씨소프트는 프로야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며 게임업계와 야구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급물살을 타던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은 암초를 만납니다. 바로 창단을 반대하는 구단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반대표를 던진 구단 중 하나는 롯데였습니다.
롯데는 엔씨의 창단을 반대하는 이유로 모기업의 재정 상태를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엔씨소프트의 재정 상태로 매년 200~300억 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프로야구단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이야기였죠.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내 개인 재산으로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고 응수하며 9구단을 창단했습니다.
NC 다이노스는 창원시를 연고로 창단했습니다.
최근에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 시기를 놓고 “엔씨의 2013년 1군 진입은 이르다”며 반대표를 던진 쪽도 롯데였습니다. NC 다이노스 선수들 입장에서는 롯데에게 독기를 품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겠죠. 반대로 롯데 선수들은 ‘경남 라이벌’인 NC에게 지고 싶지 않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번 3연전에서 독기를 더 많이 품은 쪽은 NC였습니다. 3연승에 마침표를 찍었던 16일 경기에서 NC는 1군에서 활약했던 롯데의 선발투수 이재곤을 압박해 4와 ⅔이닝 만에 강판시켰고, 선발 노성호의 호투, 나성범의 활약으로 7:2 승리를 거뒀습니다.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는 마치 1군 경기를 보는 듯했습니다.
3연승의 배경에는 비록 2군 경기였지만 홈 개막전이었던 상황, 창원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 구단주 김택진 대표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가 직접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더군요. 이런 구단주의 애정과, 팬들의 사랑이라는 보양식을 먹은 NC 선수들은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습니다.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는 홈 개막전에 직접 찾아와 선수단을 격려했습니다.
앞으로도 NC와 롯데의 라이벌 구도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야구 라이벌전은 실제 게임으로도 이어질 예정이고요.
엔씨소프트는 자회사가 된 엔트리브소프트의 <프로야구 매니저>에 이어 EA가 개발한 실사풍 야구게임 <MVP 베이스볼 온라인>의 판권을 확보했죠. 넥슨은 2K스포츠와 손잡고 <MLB 2K> 시리즈를 온라인게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게임업계 라이벌의 야구 경쟁이 국내 프로야구를, 그리고 야구게임을 한층 흥미롭게 만들어 주길 기대하겠습니다.